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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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몸소 체험하고 답사기를 작성하는 이번 과제를 받았지만 그 많은 유적지와 박물관 중에서 어느 한 곳을 정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우선 당장 과제를 내려면 어디 한군데라도 다녀와야 했기에 집 가까이에 있는 이성산성이라든지 남한산성, 또는 예전에 답사 다녀왔던 화성을 다시 가볼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한국사한문강독 교수님께서 갑작스레 수업대신 국립중앙박물관을 견학하겠다고 하셨고 순간 기회다 싶었다. 이에 주저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번 리포트의 주제로 삼기로 결정했다. 참으로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 손에 이끌려 가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어느 한 곳을 고르기보다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여러 문화유산을 접하기에는 박물관만한 곳은 없다고 여겨 맘을 정했다.
5월 16일 토요일, 교수님과 몇 명의 학생들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박물관 앞에서 모였다. 비가 오는데 무슨 견학인가 싶다가 ‘아, 박물관이니까 상관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근에 이전한 이 박물관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깔끔했다. 큰 연못도 있고 운치가 있어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무료관람과 마찬가지로 공원 같은 분위기로 박물관을 다시 건축한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늘리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일 사람들이 다 모이자 교수님께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전시장이 있으니 우선 그것부터 다 본 뒤에 건물에 들어간다고 하셨고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박물관 안에도 볼 게 많을 텐데 굳이 비를 맞으며 저 멀리 보이는 탑을 보러가야 하나 하는 얕은 생각이었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석탑은 비에 젖어 그런지 생각보다 더 고풍이 느껴지고 알 수 없는 내적인 무게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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