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주인공 나의 이름은 용수이다. 표용수. 나는 부산시 영도구 신선동에 산다. 이발사가 꿈이었던 나의 아버지는 내게 얼굴 용, 지킬 수. 아버지다운 이름을 내게 지어주고 이태 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망치로 배의 녹 떼어내는 일을 하는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나는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의 콘트리트 담에 올라 앉아 어머니를 기다린다. 녹 떼어내는 일을 하는 어머니의 손은 아직 싱싱하고 부드럽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에 녹 떼어 내는 일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좋다.내가 어머니를 마중 나갈 때 즈음 사람들이 ‘점집 가시나’라고 부르는 소녀가 온다. 그녀는 손에 ‘부라보콘’을 들고 있다. 일부러 내 앞에서 껍질을 벗기는 것 같다. 나는 ‘부라보콘’을 동경한다. 나는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그저 들고만 있는, 혀만 살짝살짝 대는 소녀의 부라보콘을 빼앗고 싶다고 생각한다.내게는 하봉이라는 친구가 있다. 하봉의 아버지는 영도다리 부양 장치 기사였다. 하봉에게 영도다리는 우상이었다. 원래 허풍이 심한 하봉은 영도다리를 받치고 있는 것이 팔뚝 굵기의 담치라고 했다. 하봉과 난 며칠 전부터 계획한 것이 있다. 택시에 거짓으로 치인 척을 하여 돈을 타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 일을 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부라보콘이었다. 돈을 얻게 된 하봉은 나이키 스티커를, 나는 샤프펜슬을 산다. 아이스크림 냉동고 앞에 선다. 하봉은 폴라포를, 나는 ‘눈보라콘’을 집어든다.눈보라콘은 부라보콘과 가장 비슷한 콘이다. 눈보라콘에는 초코렛도 없고, 해태상표를 흉내냈으며, 빨간색이나 파란색 하트 모양도 부라보콘보다 어둡게 인쇄되어 있다. 하지만 난 눈보라콘을 좋아한다. 그 속엔 부라보콘을 향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것과 동질감을 느낀다.하봉과 난 걷다보니 복천사까지 왔다. 복천사는 온 동네의 기분 나쁜 소문의 중심지이다. 나와 하봉은 어느새 복천사 안으로 발을 디뎠다. 나와 하봉은 능소화 줄기에서 꽃을 딴다. 손이 닿는 대로 다 따낸다. 승복에 흰 메리야스, 흰 고무신 차림의 남자에게 걸려 나는 딴 능소화를 손에 쥔 채 마구 달린다.겨울방학. 하봉과 난 음악실에 국군에게 보낼 위문품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밤에 몰래 음악실로 향한다. 나는 그곳에서 심벌즈를 처음 보았다. 심벌즈의 소리에 매료된 나는 그 순간 내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심벌즈를 점점 세게 마주쳤다. 당직 선생님에게 풀려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없던 엄마가 한마디를 했다. 아버지가 계셨으면......어머니는 이제 녹 제거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선별 작업을 하고 신발공장에서 본드 칠을 한다. 또 어머니를 기다린다. 소녀가 왔다. 부라보콘을 내밀었다. 우선 부라보콘을 받아 조심스레 내려놓고 그 다음 소녀를 올라오게 했다. 소녀가 준 아이스크림은 눈보라콘이었다. 눈보라콘을 부라보콘처럼 먹으며 소녀와 나는 오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신선동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어머니는 어느 날 낯선 남자를 데리고 와서는 아버지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복천사를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담 위에 올라 앉아 작별인사를 했다. 신선동엔 올 것 같지 않던 눈이 온다. 혀를 내밀어 눈을 받았다. 눈보라콘 맛이다.2. 문제점과 대안먼저 천운영의 이라는 소설은 앞에서 본 박민규의 만큼이나 장점이 많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간결하지만 모두 각자의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주인공과 어머니 그리고 소녀, 하봉. 그 인물들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소설은 짜임새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그 인물들과 연관된 소재들이 참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눈과 눈보라콘 그리고 부라보콘. 각각의 연관성 속에서 우리는 주제를 찾아가기가 쉬워진다.하지만 등장인물과 소재의 배치에 비해 에피소드의 연결은 독자를 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면을 보인다. 하봉이 하는 영도다리와 담치 이야기가 소설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이야기인지를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내 생각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에도 담치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담치와 관련해 주제와 연결지어 의도한 바는 있겠지만, 독자가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에 방해를 하는 장치라고 생각되는 담치 이야기는 빼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하봉과 벌인 다른 사건에서 심벌즈를 사용한 이유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계셨으면.......’ 이라는 말을 하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 같다. 그 말을 하게 하기 위해 주인공이 심벌즈를 점점 세게 치고 당직 선생님에게 걸리고 어머니가 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사건 연결에 꼭 필요한 심벌즈이기는 하지만 외계에서 온 특별한 전갈을 갖고 온 비행선 같았다. 등의 비유는 심벌즈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심벌즈와 그 소리에 대한 지나친 비유가 매끄러운 소설 구성을 방해한다.
1.줄거리1989년, 스물여섯 살이 된 내가 나의 스무 살을 회상한다.그 해에 난 서울로 올라왔고, 한 대학의 천문학과에 불합격하고는 재수학원에 등록했지만, 외삼촌의 불호령에 다른 대학의 영문과에 등록한다. 이것은 나와의 약속이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봐서 붙는다면 영문과를 다니라는 신의 계시라고 믿고 그냥 다니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해는 ‘극에 달했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해였다. 데모, 비폭력운동, 모든 것이 ‘극에 달했던’ 해였던 것을 기억한다. 스무 살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또 한 가지는 아르바이트다. 아는 선배로부터 예고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한 남자아이를 소개받았다. 고3인 그 학생이 아는 영어 단어라고는 boy와 sex뿐이었으니, 다른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은 부질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돈을 받는 일이니 뭐라도 해야겠어서 혼자 문제를 풀고 오는 식이었다. 내가 문제를 잘 풀고 있는지 감시에 지친 그 녀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 놓았고, 어느 날은 소주를 놓고 날 기다렸다. 그 날 나와 그 아이는 취기가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무작위로 털어놓았다. 그 날로 아르바이트 과외는 끝이었다. 연극영화과에 다니지만 요리사가 꿈이었던 그 아이와의 과외 말이다.여름이 지나고 2학기가 되었다. 나는 틈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읽고 또 읽었다. 읽는 사이에 시를 쓰기도 했다.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웠지만 경제적 상황은 그와 반대였다. 그래서 뭔가 또 일을 찾아야했다. 지난 번 경험을 미루어 보아 과외보다는 몸 쓰는 일이 낫겠다 싶어 부직 공고가 붙은 학생과를 서성거렸다. 나는 이런저런 많은 일을 했다. 그 해에 내가 마지막으로 한 아르바이트는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여는 바자회를 돕는 일이었다. 나는 어떤 밤송이 같은 녀석과 그 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사귄다기 보다 내가 편지 열 통을 보내면 한 번 만나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와의 관계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진전 없는 만남이 주는 불안감 때문에 난 헤어지자는 편지를 썼다. 후에 몇 번 전화가 왔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날 난 소주를 마시고 그 다음날 아르바이트에 갔다. 밤송이 같은 녀석은 먼저 와 있었다. 일은 꽤나 고되었다. 하지만 오후 두시가 넘자 나와 그 놈은 할일이 없어졌다. 직원은 여섯시까지 어디 가서 놀다오라고 했다. 난 건물을 나와서 합정역을 지나 근처의 절두산 기념관을 갔다가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봤다. 담배를 피우고 일어나 양화대교 건너편 고수부지에 이르러 한강물을 바라보고 앉았다. 그러고 있는데 그 밤송이 같은 놈이 나를 불렀고, 그 녀석은 내게 소주를 권했다. 서로 같은 병에 입을 대고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우리를 가깝게 했고 나는 그 녀석이 법학과에 다니고, 이름은 재진 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린 어릴 적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고, 재진이 어릴 적 가졌던 기타리스트라는 꿈을 접게 된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홀트 아동복지회 건물로 돌아가며 재진이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우린 아르바이트 비를 받았고. 그 녀석과도 그렇게 끝이었다.스무 살의 아르바이트로부터 여섯 해가 지난 지금 난 글을 읽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여섯 해 전 그 시절에 만났던 동부이촌동의 그 녀석을 그 이듬해 만났다. 요리사의 꿈은 접고 입시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원고를 넘기러 가는 버스 안 신문에서 재진을 만났다. 고시를 패스한 것이다. 불문과의 그 여자아이는 결혼해 캐나다로 갔다.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2.문제점과 대안먼저 이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산만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내가 스무 살에 겪은 모든 이야기를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적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보다는 수필이나, 일기의 모음에 가까워보였다. 1학기에 과외를 하느라 만난 녀석, 사귀는 지 아닌지 모를 불문과 여학생, 2학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재진. 인물들이 모두 너무나 개연성이 없다는 것도 그 속에 포함된 문제점이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이라고는 주인공과 그냥 알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 - 사실 이 소설엔 그렇다 할 사건도 없다 - 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그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배가 시킬 수도, 반감 시킬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작가 본인이 겪은 생생한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을 하는 데에 실패했다.만약 나였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재진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에게서 들은 그의 이야기와 나의 내면 이야기를 합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재진을 만나게 된 경위, 스무 살인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감정, 아르바이트가 스무 살에게 주는 의미, 거기서 만난 또 다른 상처가 있는 재진의 이야기,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나마 약간의 공통점이 서로에게 주는 스무 살의 동질감 등을 이 소설에서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소설을 만들었겠다.
1. 줄거리어느 1월 1일. 나는 부석사에 가기 위해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남자를 만난다. 나와 남자는 부석사에 함께 가기로 했다. 내가 같이 가자고 제안하자 남자가 선뜻 그러겠다고 해서 좀 놀라긴 했지만, 그리고 당일 아침까지도 서로가 서로와 함께 떠나도 되는지를 고민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차를 타고 부석사에 간다. 하필 새로운 해가 시작하는 1월 1일에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남녀가 부석사에 가야만 했을까.나에게는 P가 있었다. 그녀는 P와 자신이 헤어지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P가 그녀 외에 다른 여자랑 결혼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 P가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1월 1일이 되기 사흘전 쯤 그녀 앞으로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카드도 함께였다. P가 그녀의 생일을 기억하고 보낸 것이었다. 그녀 자신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의 생일을 말이다. 생일카드의 말미에 P는 1월 1일 오후3시에 그녀를 방문하겠다고 적어두었다.그는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맡아 촬영하는 일을 한다. 그가 수리부엉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방송을 위해 수리부엉이를 일부러 잡아서 치료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그를 난처하게 했다. 그를 난처하게 만든 이는 그가 나름대로 마음이 맞아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한 박PD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박PD를 만나고 싶지 않은 그였다. 박PD는 그와 연락이 닿지 않자 1월 1일 오후 다섯 시에 방문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서로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던 그들은 그렇게 뜻하지 않게 새해 첫 날 함께 부석사에 가게 된 것이다.나는 어느 경로원 앞에서 줍게 된 개와 동행했고, 그와 함께 먹을 도시락을 챙겼다. 나와 그는 부석사로 가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그는 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 상념에 잠긴다. 군복무 중이라 임종을 지키지 못한 어머니, 그리고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연락이 끊어진 K.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그는 K를 찾아갔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걸어오는 걸 보았다. K옆엔 사회인 남자가 있었고, 그에게 했던 똑같은 행동을 그 낯선 남자에게 하고 있었다.그렇게 비슷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여행.어느 순간 두 사람이 가는 길이 낯설어졌다. 포장도로를 벗어났다. 그들이 타고 가던 차는 낭떠러지 앞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은 부석사의 그것인지 모를 범종소리를 듣는다.눈이 온다.2. 문제점과 대안 및 느낀 점시작이 어려운 소설이었다. 한두 장을 넘어가고 보니 그 뒤로는 가속도가 붙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이 소설을 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 아니, 에피소드의 구분이 불분명하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이야기를 하고 그의 이야기를 하다가 개 이야기를 한다. 이 라는 소설이 아니라 다른 소설이 이런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소설이 지닌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그 부분을 꼽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분절되는 에피소드. 그러나 는 그런 구성을 문제점이 아니라 그냥 이 소설이 갖는 특징쯤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지닌 힘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이 부분은 다른 얘기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다거나 소설을 읽는데에 있어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이 소설을 보통과 다르다고 할 만한 것은 이런 구조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앞에서 신경숙은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말을 했다. 나는 소설을 읽는 동안 아름답다. 라고 소리 내서 말했다. 소설의 시작 부분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그 남자가 내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치밀한 묘사는 그렇다 치고 그냥 보통 사람의 말과는 다른 말을 구사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보통 눈물점이라고 일컫는 단어를 소설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눈물 떨어지는 자리에 가만히 돋아 있는 점 때문에 남자의 차가운 인상이 지워진다.)그리고 화단의 ‘요요한’ 작약은 이렇게 묘사했다.낮은 키의 작약은 새벽빛 속에서 이슬을 머금고는 영원히 이울 날은 없다는 듯 한껏 생기로웠다.)그녀가 본 작약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을 하고도 남음이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참, 예쁜 말이다. 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 작가만이 가진 두 번째 능력이다.구성과 문장, 문체만이 좋다고 해서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소재가 얼마나 주제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 소설 속엔 나와 그, P, K, 박PD와 개. 이렇게 여섯 생명체가 등장하며 그 중 비슷한 상처를 가진 나와 그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는 왜 그녀가 부석사로 가고 싶어 했는지가 궁금했다. 소설의 제목이 부석사인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테고,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려는 말일 테니 말이다. ‘부석’을 말 그대로 돌이 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 두 개가 바늘만한 틈을 두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는 길. 그리고 낭떠러지.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 그들은 단절에서 오는 상처를 맛보고 이어지지 못한 돌을 찾아 나선다. 바늘만큼의 틈을 가진 돌 두개와 나를 비슷한 처지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돌을 만나러 가는 길 다시 낭떠러지라는 단절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본래 찾아가려던 것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또 다른 고난을 만났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픔을 잊으려고 찾아가던 길이 나와 비슷한 단절을 맛 본 존재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낭떠러지와 마주했지만 떨어진 둘이 아니라 바늘만큼을 틈보다 작은 틈을 가진 둘이었기에 그 길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