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THE SHACK)윌리엄 폴 영 지음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정확히 10년 전 2009년 되던 해였다. 책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 하나님, 예수, 사라유 등 다소 생소한 분야의 얘기인 건 알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버렸다.그러나 그 때의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해 나는 결혼을 하였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고 돌보느라 정말 하루도 허투루 쓴 적이 없었다. 막내가 네 살이 된 지금 나에게는 온전한 나만의 저녁시간이 생겼고 아이들이 없는 낮 동안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도 만끽 중이다. 그러던 중 한동안 잊고 살았던 몇 권 남지 않은 내 책들 중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십 년 전 느꼈던 그 감동이 어떤 건지 가물가물했으나 내 머리 속에는 ‘용서’라는 단어가 여전히 남아있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다시 읽기 정말 잘한 것 같다. 미혼에 읽었던 [오두막]과 세 자녀의 엄마로 살고 있는 지금 [오두막]은 전혀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사고는 확장되어 있었다. 자식이 없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슬픈 감정들, 진정한 용서, 사랑, 관계......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특히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대목이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 심판관이 되어 선과 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라유는 얘기한다. 자의적으로 선악을 구별함으로써, 하나님 흉내를 내게 된다고. 내가 행하면 선이요, 나에게 피해가 오면 악이 되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앗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뉴스 중에 사랑이란 단어와 어울릴만한 이슈가 과연 몇 개나 있을까? 모두들 내 입장에서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둘러대는 변명과 거짓말에 TV를 끄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은 요즘 너무나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끔찍한 사건사고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고 더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지 않는 한 반나절 만에 그 사건은 잊혀져 버리고 만다. 내가 [오두막]을 집어든 계기도 어찌보면 내 잠재의식 속에 일상에서 도피하여 사랑과 관계만으로 힐링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0년 전 기억에 [오두막]은 만신창이인 나를 고쳐주는 안식처였던 것이다.나는 종교가 없다. 부처님도 하나님도 다 믿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만든 껍데기일 뿐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예수라는 이름으로 부처라는 이름으로 우리 옆에 있을 뿐이다. 솔직히 나는 성령이 뭔지도 모르는 기독교 문외한이다. 하지만 달랑 이 책 한 권만 읽고도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반드시 하나님을 믿고 종교가 있어야만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고 오해할까봐 언급하는 말이다. 그만큼 작가는 이 소설을 픽션이지만 전혀 픽션 같지 않게 느끼게 해준다. 예수와 함께 물 위를 걷고 하나님과 얘기를 나누고 죽은 이들과 축제를 하는 등 상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내 마음속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실제. 정말 엄청난 일이다. 비종교인인 내가 책 한 권으로 내 마음속에 하나님이 거하시길 바라게 되다니.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은 미시를 죽인 살인자를 맥이 용서하는 대목이다. 나는 이 책을 남편에게도 권할 생각이다. 평소 타인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마다않는 아이들 아빠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 용서하는 법,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년 전 이 책을 읽을 때 원수를 사랑하라던 예수의 말처럼 맥도 미시를 죽인 살인범을 용서한다 말할 때 그럴 수 있겠구나 했다. 나는 당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자식을 잃는다는 슬픔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모든 것이 변한 지금 만약 내 아이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맥처럼 그 살인범을 진정 용서한다고 기도할 수 있을까? (이건 책을 다 읽은 아이아빠에게도 똑같이 묻고 싶은 질문이다.) 신앙으로 단련되지 않은 내가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고 오롯이 모든 걸 맡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오두막]을 읽었기에 거대한 슬픔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쯤은 기억하리라.세 번째로 좋았던 대목은 미시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연약하고 가녀린 6살 미시는 자꾸 내 아이들과 오버랩 되어 마치 내 자식을 잃은 것처럼 슬펐다. 미시만 나오면 눈물이 나오는 통에 책을 덮을 무렵에는 이미 내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다행히 모두가 자는 새벽이라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하나님은 특히 미시를 사랑하시고 특히 윌리를 사랑하시고 특히 낸을 사랑하신다. 특히 나를 사랑하시고 특히 내 남편을 사랑하시고 특히 그 누군가를 사랑하신다. 맥 또한 맏아들 존을 특히 사랑했고 둘째가 태어나도 사랑이 남아있을까 걱정했지만 특별한 타일러를 사랑했다. 그렇게 맥은 독특하고 특별한 아이들 모두를 각자 특히 사랑했다. 나 역시 섬세하고 가녀린 첫째 딸을 특히 사랑하고 심성 고운 둘째 아들을 특히 사랑하고 애교로 똘똘 뭉친 사랑 가득한 막내 아들을 특히나 사랑한다. 미천한 인간이지만 나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방법으로 내 자녀를 사랑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