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고』

소개

2004년에 교양수업에 레포트로 제출했던 작품입니다.

소설자체가 내용이 짧아서 주로 저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고요, 당시에 A+를 받았기때문에

자신있게 올려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소설의 배경은 매우 따뜻하고 포근하지만, 반면 내용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괴로움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두 가지를 포괄했을 때, 내가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련함’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이란 느낌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가시지를 않는다. 주인공들은 슬픈 상황에서 크게 울지도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슬퍼하고 있음이, 또한 절망적인 상태임이 은연중 내 마음속에 전달되었었나 보다. 아무래도 소설의 시점이 주인공의 심리에 의한 묘사였기 때문에 인물의 내면심리가 살짝 드러났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운명적 이별을 맞이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면서 자신을 찾으려는 모습이 냉정하지만, 나름의 극복방법을 찾아내고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키친이란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단순 배경 묘사 소설만은 아닌 듯 하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들의 극복 과정을 보여주며 은근히 희망을 던져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재는 바로 키친 - 부엌이다. 미카게는 특이하게도 부엌을 좋아하고 직업역시 부엌과 연관된 요리쪽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부엌에서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공간 ->생명을 지탱해주는 역할’의 연상적인 개념이 소설에서 자주 일어나는 죽음과 맞물려 반대 의미로써 그런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미카게는 부엌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되고 부엌에서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되찾고 할머니의 죽음을 수긍하고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미카게를 부엌에 집착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주변 환경은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이나 생각 따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애착이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 나오는 미카게의 부엌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마치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메모광’이란 수필을 연상하게도 한다. 둘의 공통점은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소재에 집착한다는 것인데, 보통 물건이나 어떤 사람에 대한 집착은 흔히 있어도 부엌이란 공간에 대한 집착은 작가의 독특한 사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부엌에서 잠을 자야 편안하다던가 부엌만 보고 그 집을 판단한다는 등의 생각은 소설의 신비적인 분위기에 크게 한몫하는 것 같다. 웬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 2장 ‘만월’ 에서는 유이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에리코의 죽음, 유이치의 옛 여자친구등 2장도 역시 미카게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장에서는 미카게와 유이치의 애매한 관계도 점점 심해져 간다. 유이치의 엄마 에리코의 말대로 그들에게 아픔은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일 뿐이지만, 유이치와 미카게는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둘은 서로 같은 어려운 처지이면서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운명을 이겨나가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미카게와 유이치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감정의 흐름에 서로를 맡긴 채, 서로의 우려와 관심 속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기도 하며 소설은 결말로 이어진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