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타인의 방

소개

최인호 <타인의 방>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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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970년대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 억압의 시대였지만 경제적으로는 산업화를 추구하던 근대화의 시기였다. 경부고속도로와 수출,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의 경제성장은 이전까지 지속되던 가난과 궁핍으로부터의 탈피를 가능케 해 준 요소였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이 시기의 소설의 가장 큰 쟁점은 급격한 경제성장의 열기나 산업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적 삶의 훼손과 비인간화의 소외의식이라 하겠다. 특히 최인호의 『타인의 방』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거대한 도시문명의 이면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그’는 유별난 직업이나 성격이나 신체적 조건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주인공이 맞이하고 있는 상황의 특수성에서 시작한다. 소설은 주인공 ‘그’가 일주일간의 출장에서 돌아와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르고 있을 때 옆집에서 튀어나온 사내와 벌인 언쟁에서 시작한다. 그는 옆집 사내로부터 아파트의 주인임을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역시 옆집 사내를 처음 본다고 소리를 높인다. 자신의 아파트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려는 과정에서조차 이웃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것이다. 즉 아파트는 현대 가족 제도의 문제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면서 이웃과 단절된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집에 들어온 그는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쪽지를 남긴 아내의 메모를 보면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로부터도 소외를 느낀다. 그는 마땅히 더운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어야 했고 정리된 실내에서 파이프를 피워물고 음악을 들었어야 했지만, 그는 결국 그날 밤을 고독하게 혼자 보내야만 했다. 결국 그는 메모, 굳은 빵조각, 욕조 안의 구정물, 아내가 씹다가 붙여 놓은 껌을 통해서 아내의 존재를 느끼고 위안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파트 외부로부터 시작된 단절과 소외는 아파트 내부로 들어와 허무와 고독을 넘어 현대인의 소외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가 가장 가까워야 할 아내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접촉마저도 단절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파트 내부에 들어섰을 때 아내의 부재에서 오는 공간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생각되던 집안의 물건들에게서 낯설음을 느낀다. 당황한 그가 사물들을 보았을 때 이미 그것들은 어제의 물건이 아닌 것이 된다. 인간 자신부터가 사물과 다를 바 없어 욕망만 남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그 인간의 눈으로 보는 사물 역시 어제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인간성이 소외당한 현대인의 공간은 바로 ‘타인의 방’과 같이 낯선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