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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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작가가 쓴 카스테라라는 단편집은 여러 면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느낀다.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현대인의 상황을 묘하게 비틀어낸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된다. 특유의 재치가 가득 담긴 문장과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가 교차할 때,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어떤 부분은 농담 같지만 그 안에 묘한 무게가 있다고도 여겨진다. 긴가민가한 감각이 이야기에 녹아 있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유쾌함과 미묘함이 함께 찾아오는 듯하다.

이 작가는 대체로 독특한 인물이나 사물을 중심에 둔다. 시끄러운 냉장고와 동거하는 자취생 이야기가 바로 그중 하나다. 그 상황 자체가 어처구니없지만 또 묘하게 말이 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겉보기에 조용하고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은 가전제품이, 느닷없이 웅웅거리고 요란을 피우는 모습은 독자에게 가벼운 충격을 안긴다. 웃긴 상황인데, 그 캐릭터가 겪는 고민과 주변 환경의 기묘함이 뒤섞이며 다소 난감한 분위기를 만드는 순간도 있다. 작가는 때때로 현실적인 배경과 기상천외한 상상을 섞는다. 일상의 사물이 갑작스레 지구 밖 존재처럼 행동한다든가, 혹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이상한 사건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과 환상이 경계를 맞댄 낯선 무대를 마주하게 된다.

카스테라에 실린 작품들을 훑어보면, 자유로운 형식과 예상치 못한 서사를 꾸민 요소가 많다. 버스 안에서 링고 스타를 만난다는 발상이 그렇다. 평소에도 어디선가 뮤지션과 합승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작가는 그런 소재를 자연스레 풀어내면서도, 어딘가 꿈결 같고 이상한 느낌을 풍기게 만든다. 그 안에는 음악이나 대중문화의 흔적이 섞여 있어서, 옛 시절을 떠올리는 독자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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