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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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전쟁영화 그리고 포스터에 나온 두 남자, 단순히 우정이나 형제애를 기대하며 진부하게 봐왔던 수많은 다른 영화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정확히 2시간 뒤, 다시 한 번 본 영화의 포스터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그 제목에서부터 나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서 켄 로치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했던 것 같다. 보리밭의 의미는 거시적으로 제국주의에 희생되어 고통 받는 식민지 국가를 뜻한다. 그리고 미시적으로 좀 더 구체화 하자면 영국에 대항하며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아일랜드 독립군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힘없이 쓰러진 보리밭(아일랜드 독립군)을 거대한 바람이 자꾸 이리저리 흔드는 것이다. 보리밭을 흔들면 흔들수록 아일랜드의 독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역시 점점 희미해져 간다. 결국 증오의 대상이 제국주의 영국에서부터 그 내부, 자신들의 동족이였던 아일랜드로 번져 마지막에는 내전이 일어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그 내전 속에서 가족인 형제끼리도 죽이는 이념적 대립의 극한을 보여준다.

<중 략>

데이미언은 형과 함께 게릴라 군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뛰어든다. 제국주의라는 폭력에 맞서 자신들도 폭력이라는 수단으로 보복한다. 여기서 데이미언이 독립에 대해 앞에 언급했던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내부 밀고자(크리스)에 의해 영국군에게 잡힌 데이미언이 나중에 그 밀고자를 처형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크리스라 하더라도 배신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미언은 크리스의 심장을 쏘며 이 행위는 조국에 대한 헌신이라며 이를 정당화 한다. 특히 데이미언은 크리스 어머니를 무덤까지 안내한 후 그의 연인인 시네이드를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난 이제 선을 넘었어, 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라고 말한다.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 속에서 데이미언 역시도 폭력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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