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보는 한국사 (Korean History Seen with the Seas)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역사학회
· 수록지 정보 : 역사학보 / 232호 / 147 ~ 200페이지
· 저자명 : 강봉룡

초록

고려시대까지를 ‘해양의 시대’로, 조선시대를 ‘해금의 시대’로 구분하여, 한국해양사의 큰 흐름을 거시적 관점에서 일별해 보았다.
삼국시대까지는 주로 연안해로에 의존했지만, 통일신라 이후부터는 황해를 횡단하거나 사단(斜斷)하는 해로가 새롭게 개척되었다. 동시에 세계로 통하는 ‘해양실크로드’도 열리면서 활용 가능한 해로가 다각화되고 바다의 범위도 크게 확대되었다. 해로가 다각화되고 확대되면서 동아시아 문물교류는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고려시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3세기에 들어 몽골제국의 침략을 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려 무인정권은 섬과 해로를 이용하는 ‘도서해양전략(島嶼海洋戰略)’으로 맞서 40여년을 버텼다. 마지막 저항은 삼별초의 몫이었다. 강화도에서 진도로, 진도에서 제주도로 옮겨가면서 3년간을 더 저항하다 결국 1273년에 몰락했다.
몽골과 고려정부는 무인정권 및 삼별초에 동조한 도서해양세력을 위험세력으로 규정하여 탄압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생활근거지인 주요 섬들을 비우는 공도(空島)의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섬의 자위력은 급속히 약화되었고, 이를 틈타 왜구가 창궐하였다. 고려의 막강 해양력은 추락했고, 도서연안지역은 황폐화되어 갔다.
고려 말 신진세력이 대두하면서 도서연안지역을 재건하자는 논의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신생 조선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미 그 이전 건국된 중국의 명 왕조는 저항하는 해양세력을 제압하기 위해서 해금(海禁)과 공도의 조치를 취하였고, 그 영향이 동아시아에 파급되고 있었다. 조선은 명의 해금 및 공도의 조치를 추수할 수밖에 없었다.
17세기 후반의 숙종 연간부터 군사기지인 수군진(水軍鎭)이 섬에 설치되고 증설되어갔다. 자연히 섬은 살 수 없는 공간에서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갔다. 섬에서 토지 개척 내지 간척도 이루어졌고, 섬에 군현을 설치하자는 논의도 일어났다. 그리고 급기야 1896년에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남해도의 4대 섬 이외의 섬들을 3개 단위로 묶어 지도군, 완도군, 돌산군 등을 설치하였다.
이처럼 섬은 17세기 후반부터 금지의 족쇄가 풀려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바다를 통한 대외문물교류는 전기 이후 변함없이 금지되었다. 이러한 해금은 후기로 가면서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 후기 집권세력이 된 사림세력은 화이론(華夷論)적 세계관과 극단적 자존의식에 경도되어 명 태조에 의해 시작한 해금을 충실히 지키고자 하였다. 18세기에 일부 실학자 사이에서 해상통상을 주장하는 개혁적 사상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국가의 정책에는 끝내 반영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의 체결로 강요된 개항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영어초록

Although, until the Three Kingdoms Period, mainly the coastal sea roads had been relied on, ever since the Unified Silla(新羅), the sea roads that cross or divide the Yellow Sea had been newly pioneered. With the sea roads getting diversified and expanded, the civilization interchanges in East Asia had been developing innovatively. Such a trend had continued until the Koryo(高麗) Dynasty.
However, entering into the 13th century, while being invaded by the Mongol Empire, a new situation was entered into. The mighty sea power of Koryo fell. And the island and coastal regions continued to be desolated.
At the end of the Koryo Dynasty, although the discussions about reconstructing the island and coastal regions took place, the newly-born Joseon(朝鮮) could not accept this. For Joseon, there was no choice but to follow up the measures of the sea prohibition and the empty islands of Ming(明).
From the latter half of the 17th century, the islands changed from a space in which one cannot live to a space in which one can live. But the sea prohibition became even more strengthened. Such a situation had continued until concluding the terms between Josun and Japan in 1876.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