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5일, 드디어 그렇게도 찾아보고 싶던 대영박물관 한국전에 가게 되었다. ‘문화 인류학’의 교수님께서 한 번 가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얼마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대영박물관 관람소감인 “최고야!!”라는 그 한마디가 나를 더 그곳으로 이끌고 있었다.오후 7시까지 입장이 가능한 터라 사람들이 좀 빠지길 기대하고 5시경에 예술의 전당에 도착을 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물밖으로 길게 줄서있는 인파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더 불안에 떨게 만든 것은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뛰어다니며 장난치며 소리를 지르는 꼬마아이들 이었다. ‘설마.......’ 하는 걱정을 하는 순간 내 뒤에 서있던 꼬마 형제 중 동생이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인즉슨 형이 끝말잇기 도중 말도 않되는 단어를 말했다는 것이다. 불안감이 점점 사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길게 늘어선 줄은 생각보다 빨리 전시장 안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전시장 입구에서 MP3를 이용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주길래 하나를 빌려 여자친구와 사이좋게 이어폰을 하나씩 끼우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이집트의 미라도 아니고, 그리스의 조각상도 아니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 이었다. 대영박물관 한국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곳곳에서 유물을 설명해주는 가이드들도 이미 포기한듯 싶었다. 아무리 큰 소리로 설명을 해주어도 그 소리는 곳 사람들의 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내가 빌린 오디오가이드에는 약 40여점의 유물에 대한 설명이 녹음이 되어있었는데, 그거라도 빌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대영박물관 역사관이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것이 1759년 이란다. 박물관의 역사만 약 250년.... 대단하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게하는 전시관이었다. 역사관에는 『셜록 홈즈』의 작가인 코난 도일과 마르크스 등 유명 인물의 친필로된 열람증도 볼 수 있었다. 역사관을 지나면 고대 이집트와 수단관이 나오는데, 안내 책자에서 전시관중 어린이들의 인기를 많이 끄는 곳이라는 설명이 그냥 나온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전시관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과 엄청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학부모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유물을 관람하려 하면 어느 순간 학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나 유물의 코앞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자 이건..........” 하며 설명을 시작한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아이도 유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직 한글도 깨치지 못한 것 같은 아이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는데, 전시장을 다 돌때까지 그렇게 설명을 들어야 하는 아이나, 설명을 해주는 학부모 둘다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정상 원활한 관람을 할 수 없기에 나중에 다시 찾기로 하고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갔다. 고대 근동관이라고 이름지어진 전시관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푸아비 여왕의 수금이었다. 수금의 전면에 장식된 황소 머리는 발견당시에는 크게 찌그러져 있었는데 후에 복원한 것이라 한다. 수금의 주위에는 10명의 순장된 여인이 발견되었는데, 발견 당시 한 여인의 손이 수금 줄에 닿아있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정말로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수금을 타려한 것인지 신비로울 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찾은 전시관은 그리스 로마관 이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디오니소승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조각상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다. 옷 주름의 표현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런걸 만들 수 있는지...... 교과서에서 보던 그리스의 흑색 토기도 볼 수 있었다.이어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관의 유물들은 민속품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유물하면 신비로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제 1전시관을 지나 제 2전시관으로 향했다. 제 2전시관의 시작은 프린트와 드로이관 이었다. 보험평가액 1위인 뒤러의 ‘라우바하의 초상’을 비롯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램브란트, 라파엘로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뒤러의 『멜랑꼴리아』, 『서재에 있는 성 제롬』은 그 섬세함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나로서는 이 전시관의 모든 작품들이 감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 전시관인 선사시대와 유럽관에서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체스 말들의 모델을 볼 수 있었다. 낯이 많이 익다 싶었는데 설명을 보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전시관은 아시아관 이었다. 『서있는 부처상』등 아시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는 한국의 유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각종 그림들은 훼손의 우려 때문에 그히 미약한 조명만을 비추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야만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떄문에 유물의 앞에 붙어있는 꼬마들을 떼어내려고 상당히 고생을 한 전시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