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연기 무용공연 감상문 ◇“Blush”를 보고..2003.9.27 LG Art Center에서.“나는 ‘파괴’를 좋아합니다.”의 안무자이자 연출자인 빔 반데키부스의 말이다.그의 말처럼 는 거칠었다.거침 이라고 하면, 꼭 피아노를 때려부수거나, 자동차를 때려부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충분히 춤만으로도 이건 좀 거칠군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올 만큼 표현적이었다.현대 춤 공연에서 많이 그렇듯, 무용수들은 가벼운 슬립같은 원피스만 걸치고 나와선, 가볍게, 힘있게, 아주 강열하게 움직였다.처음엔 여자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군무였는데, 원시림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여전사들 같았다. 온 몸의 근육을 다 이용해, 다양한 높낮이로 순식간에 무대를 가로질러 다녔다.프로그램 뒤에 음악작업을 한 David'와 연출자인 'Wim'과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는데, David와 Wim은 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Wim :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결국에는 종종 오비디우스의‘변신이야기’를 다시 집어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인간의 나약함, 우리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전쟁 등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David : 또한 대략적으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 니다. 이 신화는 인간이 하지 말아야 되는 것 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다룬 이야기입 니다. 나 역시 인간의 나약함, 유혹, 선과 악 등 우리 마음 속에서의 끊임없는 갈등 과 투쟁에 대해 노래합니다.Wim : 우리는 정말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들에 다른 이름을 붙일 뿐이 지요. 우리 안에서는 선이 악과 싸웁니다.David : 그리고 우리 안에서는 본능과 지성이, 또는 의식과 무의식이 싸우고 있죠.Wim : 맞아요. 나는 또한 악한 것에서 무언가 시적인 것을 봅니다.나는 파괴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할 때 처럼요.Wim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악의 꽃 이란 시를 쓴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 가 떠오른다.시인이 말하는 악 도 Wim이 말하는 악 도 실은, 진짜 사악한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성으로 억눌러버리는 또 하나의 우리 안의 진실 을 새롭게 얘기하는 것 같다.실제로 엄연히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것을 인간의 자로 자르고, 의미를 변질시켜, 본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거나, 숨겨져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Break-깨다, 부수다” 라는 파괴적인 행위가 꼭 악 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꼭 거치고 가야가는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다.어떤 새로운 생각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이전에 우리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던 생각들을 어떤 계기를 통해 깨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또 깨고, 받아들이고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성장해간다. 그렇지 않으면, 한가지에만 고립되어 썩어가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