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한국 문단을 풍미했던 심미 주의적 작가 이효석은 1907년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봉평과 서울을 오가며 보냈고 평창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러한 유년시절의경험이 고향과 자연을 그린 바탕이 되었다. 이효석의 대표기는 1934년 이후로 불리는데, ‘평양시대’로 불리는 이 시기에 ‘메밀꽃 필 무렵’등의 주요 작품이 쓰여 졌다. 그는 일제 식민지 하의 한국 문단에서의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한파에 시달리는 일없이,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그것을 실제로 영위한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다.끝이 있지만 보이지 않고 알려하지만 결국 알 수 없는 무수한 애환을 삶이라 한다. 그러한 삶 속에서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과 정이다. 소설『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의 삶의 애환과 애뜻한 혈육의 정을 밤하늘 아래 아름답게 보여 준다.장돌뱅이 생활을 한지 20년, 곰보 얼굴에 숫기조차 없는 쓸쓸한 인생. 허생원은 충주집에서 동이와 마주친다. 초면이지만 충주집을 후리는 녀석을 보니 심사가 뒤틀려 뺨을 때린다. 막연한 질투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넑두리 하나없이 돌아서는 동이를 보고 허생원은 측은함을 느낀다. 자신에게 혼나서도 각다귀들의 장난을 고하는 동이에게 마음이가고, 가을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생각이라는 그 청년이 허생원은 마음에 들기만 하다. 어느 새 시작되는 허생원의 이야기, 여인네와의 정분 한 번 없을 법한 그에게도 사랑의 추억은 있다. 성서방네 처녀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그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봉평에서의 그날 밤은 허생원에게 너무나도 큰 선물이었다. 언제 뺨을 맞았냐는 듯, 동이도 한 몫 거들어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고, 어머니의 고향이 봉평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허생원의 귀가 솔깃해진다. 물에 빠진 자신을 업어주는 동이. 허생원은 동이의 등이 너무나 따스하다. 이는 덜덜 떨리고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들려있음을 본 허생원. 다시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이 작품의 집필 당시 작가는 일제강점기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대의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위해 나아갔다. 그 길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타협하여만 했고 어찌 보면 친일로 보일 수 있는 행보 덕에, 이러한 민초의 삶과 애환이 담겨져 있는 자연적인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본문에서 허생원과 나귀는 밀접한 관계로 서술되어 있다. 외로움에 충주집을 찾는 허생원과 발정이 난 나귀의 관계가 병렬적이며, 나귀로 인해 동이와 동행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나귀가 허생원의 동반자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원의 회상 속 사랑이야기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고전적 사랑의 테마를 지향하고 있지만 짝사랑이기에 그 풋풋함이 주는 순수성이, 읽는 이에게 공감을 주고 감동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공간적인 배경은 이 소설의 자연적이고 전원적인 감상을 돋우게 하는데, 이 소설에서 하이라이트는 밤길 묘사이다. 백미로 꼽히는 문장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표현이다. 메밀꽃밭의 사실적 표현과 감성적 표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한 줄의 문장이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