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원리는 무엇인가? 이 물음은 수업을 들은 첫 시간부터 알고자 하는 내용이자,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물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물음에 적절히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대화란 마주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는 것 또는, 그 이야기를 의미한다. 대화의 주제가 다양하듯 형식도 한정되어 있지 않다. 사소한 일상적 대화에서부터 정치적 논쟁까지 대화의 형태는 폭넓고 다양하다. 그러나 대화의 형식이 한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원리를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이 두 단어를 혼동하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형식은 사물이 외부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이나 일을 할 때의 일정한 절차나 양식을 말한다. 이는 한 무리의 사물을 특정 짓는 데에 공통적으로 갖춘 외부적인 모양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원리는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이치나 행위의 규범을 말하는데 이는 외부적이기보다는 내부적인 속성으로, 기초가 되는 근거 또는 보편적 진리이다. 그러나 형식과 원리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듯이 대화의 원리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설사 발견했다 하더라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여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라는 말이 있듯이, 지레 겁먹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물음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원리를 찾아가야 한다.대화의 원리를 찾기에 앞서 한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에드워드 드 보노의 여섯 색깔 모자이다. 이 책은 여섯 색깔 모자에 따른 사고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사고기법은 사람들이 한 가지 업무에 대해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효율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렇다면 여섯 색깔 모자는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 여섯 색깔 모자는 각 사고의 성격을 의미한다. 흰색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나타낸다. 따라서 데이터나 정보 혹은 숫자나 수치를 의미한다. 빨간색은 분노와 노여움, 감정을 암시하는데, 문제에 대한 느낌이나 직관, 정서 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은 각 색깔이 풍기는 느낌에 따라 모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은색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색으로 주의, 경고, 잠재된 위험을 나타내며 이와 반대로 노란색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이익, 가치 등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을 의미한다. 초록색은 채소의 색으로 창조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파란색은 모든 만물의 위에 있는 하늘의 색으로 계획 및 순서를 짜는 일, 그리고 다른 모자들의 사용을 통제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곧 모자라는 가치중립적인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어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각 개인은 이 기법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은 각각의 모자를 쓰는 것이 아닌 한 모자를 같이 씀으로써 문제에 대해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모자를 쓰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각 모자의 순서는 사전에 파란색 모자를 써 합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란색 모자를 써 회의방식과 모자의 순서, 방향 등을 정한 뒤 각 모자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를 할 때에도 무언의 약속이 필요하듯이 이 방법에도 규칙이 필요하다. 모자를 사용할 때 참여자들은 반드시 정해진 순서를 따라야한다. “ 나는 지금 노란 모자가 아니라 검은 모자를 쓰고 싶은 데요 ” 하고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에 이 같은 발언이 허용된다면 바로 참여자들 간에 논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의장, 혹은 회의 진행자’ 만이 모자의 전환을 지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정해진 순서로 진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를 진행하다 각 참여자들의 감정을 알기위해 빨간색 모자를 번복해서 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순서가 아닌 자신에 맞는 순서이다. 곧, 각 모자를 필요와 규칙에 따라 쓸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사고의 방향은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생각하기를 거부하는-예를 들어 소설가나 창조적 직업을 가진-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경영적인 일을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이 방법이 무슨 소용이 있죠? 회의를 진행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우리가 소설가이든 경영자이든 중요한 것은 한 측면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자에게도 창의적인 면이 필요하듯이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결정할 상황이 있다. 어쩌면 창의적인 무언가를 떠올리는데 여러 생각이 뒤죽박죽 엉켜 나올 수도 있다. 경험으로 알다시피 인간의 두뇌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집중하기 어렵다. 설사 동시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결국 여러 가지 일 중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방향씩 차례로 사고하는 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은 엉켜진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한 모자씩 쓰면서 사고를 하다 보면 어느덧 자기가 생각해 내려 했던 것들이 빠른 시간 내에 정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여섯 색깔 모자 중에는 초록색 모자가 있다. 이는 창의적인 생각을 돕는 모자로써,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모자이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자 할 때 다섯 모자를 먼저 사용한 후 초록색 모자를 쓴다면, 생각이 훨씬 쉽게 정리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시간을 좀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펜을 놓고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사고 기법이 대화의 원리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원리가 숨어있을까?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에는 두 가지 주된 목적이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참여자들이 한번에 한 가지 일만 다루게 함으로써 간단하고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누차 언급했던 효율성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흰색 모자를 썼을 경우 자신의 감정, 느낌 등은 빨간 모자에 맡긴 채 사실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이 사고기법의 또 다른 목적으로는 사고의 전환을 허용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상에서 한 참여자가 계속해서 부정적인 의견만을 말한다면 그에게 검은 모자를 벗도록 요구할 수 있다. 때로는 그에게 노란 모자를 쓰게 함으로써 긍정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여섯 색깔 모자는 직설적이면서도 기분을 상하지 않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표현수단을 제공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대화의 원리는 두 번째 목적과 같다.우리가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표현양식이 어떤 사람의 자아나 성격을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감정의 태도마 커뮤니케이션’ 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렇지 않게 시작된 대화가 논쟁으로 변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방식이 잘못되어 그 사람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가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해서 일가? 그렇지 않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며 요구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아서이다. 이런 이유에서 여섯 색깔 모자 기법은 가치를 지닌다. 모자라는 중립적인 수단을 이용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이나 자아를 건드리지 않고, 직설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 상대방이 감정적인 의견을 계속해서 말한다면 우리는 빨간 모자를 벗어달라고 가볍게 얘기 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에게 “당신의 감정을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 그만 말 하세요” 라고 말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을 무시했다며 오히려 화를 낼 수도 있다. 이렇듯 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은 자칫 논쟁으로 발전될 상황을 사전에 중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조개껍데기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껍데기 안에 진주가 숨겨져 있듯이 여섯 색깔 모자 사고기법에서 알 수 있는 대화의 핵심적 원리를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