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나는 산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근데 내가 등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주위의 친구들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차피 올라갔다 내려올 건데 그 힘든 걸 왜 올라가?’ 나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주말마다 등산 가자고 하셨을 때 힘들다며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산에 올라가는 동안은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도 그 힘듦을 이겨내고 정상 위 바위에 올라가 맞는 바람의 상쾌함은 나를 등산에 매료시켜 버렸다.내 발 밑으로 깨알같이 모여 있는 아파트나 도로,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왠지 모를 성취감 또한 등산의 묘미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등산의 기쁨은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그 절정에 달한다.’ 라는 니체의 말에 공감한다. 사람들이 중간에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조금만 더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과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 덕분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지난주 토요일, 나는 오랜만에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암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봉산. 지하철에 몸을 싣고 2시간 내내 달려서야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추석이 지나자 갑자기 마법처럼 선선해진 날씨는 등산하기 딱 알맞았다. 지하철 역 출구부터 줄지어 있는 음식점들의 유혹을 지나자 저 멀리 도봉산 입구로가 보였다.산 입구에 들어서자 나무들의 상쾌한 공기와 청량한 기운이 내 주위를 맴돌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도봉산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청량산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앞 사람의 보폭에 맞춰 산을 올랐다. 숲의 공기가 맑고 신선하거니와, 땀으로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면서 산행을 지속하면 몸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긴 오르막을 휴식 없이 오르다보니 흐르는 땀으로 온 몸이 축축했다. 바위 암벽을 타고 위로 좀 더 올라가자 드디어 가림 없이 뻥 뚫린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새파란 하늘, 그 위를 떠다니는 하얀 구름 몇 조각 그리고 도봉산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밑을 바라보자 정말 멋진 조망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수락산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보였고, 그 밑에는 높고 낮은 아파트들이 옹기종이 사이좋게 모여 있었다. 지상에서 봤을 때는 높고 멋져보이던 건물들이 정상에서 웅장한 산과 비교하여 보니 초라해 보였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저 멀리 바위들과 암자가 눈에 띄었다. 두꺼비를 닮은 기묘한 모양의 바위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고 신기하였다. 도봉산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암자의 모습 또한 정말 예술이었다. 경치가 좋고 조용하지만 이렇게 험난한 곳에 암자를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