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 포스티노’와 파블로 네루다의 시들201011204 김미란파블로 네루다는 내게는 특별한 시인이다. 지금도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도 역시나 시에 대한 지식이 적었다. 시는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대신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고3시절 '기욤 뮈소‘의 소설 속에서 만난 시인이 파블로 네루다였다. 그에 대한 긴 설명도 아니었고 소설이 진행되기 전에 짧게 그의 시가 적혀 있었는데 어쩜 나의 생각을 옮겨 놓았을까, 하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호기심으로 파블로 네루다를 검색하다 네루다의 시를 접하게 되었다. 그의 시는 내가 생각해오던 시가 아니었다. 소설을 축약해 놓은 듯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아직도 고등학교 때 쓰던 내 다이어리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가 쓰여 있다. 그 이후로 시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지울 수 있었다. 물론 네루다의 시 중에도 아직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이 있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시를 읽으면서도 시를 많이 접한 덕분인지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알아 가고 있다.이러한 경험 때문에 문학과 예술 시간에 만난 파블로 네루다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설레었고 반가웠다. 그리고 그의 실제 모습을 찍어놓은 듯한 ‘일포스티노’ 는 그를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일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우편배달부의 뜻이다. 순박한 시골청년 마리오가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일하면서 시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 줄거리인데, 영화의 흐름이 마치 시 한편을 써내려 가는 듯하고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은 또한 수채화그림을 전시해 놓은 듯했다.영화의 이야기는 마리오가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일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칠레에서 노동자를 위한 좌파 시인이었던 파블로 네루다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작은 섬으로 망명하게 되는데 평소 유명했던 그에게 세계 각처에서 우편물이 쏟아진다. 그 우편물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우체국에서 네루다만의 전용 우편배달부를 채용하는데 그 전용 우편배달부가 마리오였다.처음에 네루다가 시인임을 알고 마리오는 네루다를 단지 여자를 사로잡는 마법사로 본다. 그래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수북한 연애편지를 갖다 주면서 자신도 네루다를 닮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네루다와 이야기 할수록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또 시에 빠져든다. 네루다 또한 마리오의 순박하고 순수한 모습, 시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에 매료되어 둘은 소위 말하는 절친이 되어 간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우연으로 시작해서 필연이 된 것은 둘 사이의 매신저인 시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밤의 가지에서,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그건 건드리더군.파블로 네루다의 시의 일부처럼 마리오는 서서히 시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시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덩달아 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시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가끔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꿈꾸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곤 시인이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럴 때 문득 나에게 무엇인가 다가온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체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무엇인가 아련히 다가 올 때가 있다. 위의 시처럼 내게도 잠깐이지만 시를 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던 게 아닌가 싶다.영화 안에서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집을 읽고 ‘인간으로 살기도 힘들다.’ 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면서 ‘저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표현을 하지 못했거든요.’ 하고 말한다. 이 부분 또한 많이 동감했다.파블로 네루다가 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결국 , 인간은 얼마나 사는 걸까?천년? 단 하루?일주일? 수세기?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죽는 걸까?‘영원히’란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이 글을 읽었을 때 사실 깜짝 놀랐었다. 정확히 초등학교 4학년 때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할머니의 시신을 묻고 돌아오는 길에 이러한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원히’ 란 무엇일까? 사람이 죽으면 천국에 간다던데, 천국에 가면 영원히 산다고 하던데, 어떻게 영원히 살 수 있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잠시하고 그쳤던 게 기억난다. 이렇게 글로 옮긴다면 한 편의 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하지만 마리오가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베아트리체 때문이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교수님이 내주신 1학기 과제 첫사랑하기를 실천하고 있는 장본인으로써 사랑에 빠지면 가끔은 시인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곤 하는 데, 마리오도 마찬가지로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것들 , 마음속에 일어나는 이미지들을 글로 옮기면 그게 바로 시 한편이 되는 것이다.-선생님, 어떡하면 좋지요?전 사랑에 빠졌어요......-거기엔 치료약이 있다네-약은 필요 없어요계속 아프고 싶어요......이렇게 영화 속에서 마리오가 했던 말을 글로 옮겨 놓았을 뿐인데,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시 한편이 된다.마리오는 자기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시들로 베아트리체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진정으로 시를 알아가면서 사랑까지 얻게 되고 , 또 네루다와의 우정 또한 깊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시를 배워가는 동안 마리오는 스스로 정신적, 영혼 적으로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성숙하게 되었던 것 같다.하지만 네루다에게는 칠레로 떠날 시간이 왔고 그는 칠레로 떠났다. 그 후 마리오는 네루다의 편지를 기다리며 사회주의 시위에 참여해 그가 쓴 시를 낭송하려다 시위 군중에 깔려 죽고 만다. 둘의 우정으로 인해 마리오는 네루다를 닮아 가는 것이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만 이러한 비극적 결말로 인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많은 여운이 남았다.영화 처음에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 부분에서 마리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곧 이 섬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네루다가 떠나고 난 후 마리오는 ‘섬의 소리’를 녹음하며 스스로 이제 세상의 소리를 담을 줄 알게 되었음을 시사해준다. 결국 네루다를 만나면서, 시를 알게 되면서, 또 은유를 이해하면서, 깨어있는 삶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실존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로소 한 인간이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눈은 멀었으며,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그 불을 해독하며,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어렴풋한, 뭔지 모를,순전한 넌센스,아무것도 모르는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풀리고 열린 하늘을,유성들을, 고동치는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화살과 불과 꽃들로들쑤셔진 그림자,휘감아도는 밤, 우주를그리고 나,이 미소(微小)한 존재는그 큰 별들 총총한허공(虛空)에 취해,신비의 모습에 취해,나 자신이 그 심연의일부임을 느꼈고,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이렇게 영화도 끝을 맺고 파블로 네루다의 ‘시’도 끝을 맺는다. 시를 보고 영화를 보면서 둘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동일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차차 시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배워가면서 미소한 존재가 큰 별들 사이에서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끼고 별들과 더불어 구르는 것처럼 마리오 역시 시에 대해 알아가면서 세상에 대해 깨닫게 되고 그 자신이 그것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나 또한 역시 영화를 보면서, 또 시를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있던 아직 작품화되지 않은 시들을 발견했다. 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감상문을 쓰고 나서 파블로 네루다의 시들을 계속해서 읽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가 썼던 시들을 모두 경험으로서 알 수는 없겠지만 경험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포스티노와 파블루 네루다의 시를 통해 본영화와 시의 차이점.위에서 쓴 감상문처럼 시에서 느낌 감상과 영화에서 받은 감상은 비슷했다. 하지만 영화와 시의 장르가 다른 만큼 차이점도 분명 존재한다.우선 형식면에서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는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문자와 영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시는 한 편의 짧은 글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하여 전하지면 영화는 2시간정도의 넉넉한 영상으로 내용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