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 서평책의 초판발행일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7년이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참여정부의 비정규직이나 다른 정책들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 들어가 있으니,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시기가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한 전망을 검토할 적절한 시기일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그 끝이 평화인가 전쟁인가. 다안성의 시대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포디즘에 매인 중남미적 경제시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가.‘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월급)은 약 119만원이다. 여기에 전체임금과 20대의 임금 비율인 74%를 곱해서 숫자를 뽑아보니까, 우연의 결과지만 딱 88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세전임금이다.’위의 이유를 들어 저자가 현 20대를 지칭하는 말로 꼽은 단어가 바로 ‘88만원세대’이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은 제목대로 주로 ‘세대 내/세대 간 경쟁’으로 인한 착취, 고착화 된 사회의 비효율적인 구조, 현 정부의 단기적인 사고방식, ‘죄수의 딜레마’, 그리고 ‘공룡’들의 전쟁에 희생양이 되고 있는 20대(미래를 전망한다면 10대도 포함)의 전망을 경제학적 접근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사회에 돌출 된 현실의 문제들(청년실업률. 그리고 돈 문제 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경제학적으로 해결할 ‘수단’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그 ‘수단’이 제시한 내용은 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어느 정도 가리키고 있는데, 대체로 사람이 잘 사는 나라들 하면 빠지지 않는 유럽 선진국들의 제도(시스템)를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다. 물론, 그 유럽의 선진국들은 오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는 점과 국민소득수준에서의 차이가 대한민국과는 유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서 좋은 모델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하면 잘 살게 될 것이다’라는 식의 결론은 국민소득 2만 불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기 때문에, 국민소득수준 문제 또한 크게 신경 쓸 만한 일이 못 된다. 한마디로, 저자가 소개한 유럽의 시스템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목표로 할 ‘이상적인 시스템’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지금의 대한민국 정재계는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을 표방하겠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이르길 불행히도 미국의 시스템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따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본주의의 정점 맨해튼 시스템은 노동 분업과 금융체계의 정점에 서있는 미국에게만 유효하고, 아직까지도 미국형 앵글로 색슨 모델을 채택한 그 어떤 나라도 미국형 사회에 도달한 적이 없다.’ 하물며 자본주의의 역사도 짧은 우리나라가 도달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경쟁이 극대화되어 있으면서 시스템의 효율성은 극도로 떨어진 중남미형 경제’에 가까운 것이다. 들어맞는 예로 세대 간의 문제 대처에 실패한 멕시코를 들면, 대한민국이 이 위험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또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88만원세대들의 자각이 얼마나 절실한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10대와 학부모들은 인질경제에 사로잡혀 있고, 세계화시대에 전혀 필요 없는 암기식 교육을 강요받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처럼 성인이 된 후에도 후유증을 앓게 된다. 또한 지금의 20대들은 이제 곧 지휘권을 잡게 될 386세대와의 경쟁 때문에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없을 것이며, 지금의 10대가 사회로 나오는 시기가 되면 세대 간 경쟁은 더욱 심화 될 것이라 예상한다. 경제학적인 접근으로 사회를 면밀히 관찰한 뒤 내린 결론이다.이 책에서 첫 번째 키워드를 꼽는다면 그건 ‘세대’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과 20대들이 인간으로서의 바람직한 본능과 자신들의 재능, 힘을 발휘할 시간을 비정상적으로 늦출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세대’ 간 갈등에 있으며, 지금의 이 지극히 비효율적인 인질경제를 키운 것도 이전 ‘세대’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교육열이 급속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확실하지만 이후 이른바 386세대들이 낳은 학벌주의 강화와 엘리트주의, 원정출산의 등장과 조기교육은 이번엔 ‘인질경제’의 밑거름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이 ‘인질경제’는 ‘88만원세대’에 등장한 대한민국 사회문제의 중요한 근원중 하나이다. 오직 10대들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목적으로 구성 된 이 쓸모없는 교육시스템이 지금 한국교육의 현실이며 경제의 흐름을 휘어잡고 있는 납치범들이다. 몇 달, 아니 몇 시간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알 수 있다. 어떤 변수에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매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주식이 있다. 거기에다 각종 가지치기 종목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수중에 주식을 살 돈만 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사육장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그다지 큰 비밀도 아니다. 바로 사교육 콘텐츠 시장이다. 대부분의 부모와 학생은 이 힘 있고 교묘한 납치범에게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달리 어찌하질 못한다. 납치범과 인질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그런데 사교육 시장, 그러니까 이 ‘인질경제’에 걸려든 일이 이미 세대 착취의 첫 고리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대부분의 20대들의 독립이 미뤄지고 ‘이태백’이라는 단어가 활개를 치고 있다. ‘고시’를 준비하며 학원을 다니는 20대들 또한 10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교육시장에서 세대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또한 20대들은 정부와 기업 사이의 획일성을 강화시키는 승자독식 게임에 갇힌 또 다른 인질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받은 성적대로 승자가 ‘명문대’에 배당받는 현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저자가 언급했던 ‘다 같이 단합하여 개미귀신과 싸움을 해야 간신히 이길 수 있을 것’이란 문장의 ‘개미귀신’에 가장 어울리는 상대가 바로 이 사교육과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저자는 이 사교육시장에 대해 ‘전두환이 다시 과외금지법을 부활시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2~3년여의 유예기간을 둔 제도를 언급하며 해결의 수단을 제시한다. 이미 이 ‘게임’에 재미 들린 부를 쟁취한 사교육 관계자들과 교육부 공무원들이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순순히 포기할까 생각하면 아예 바꾸는 것 자체가 역시 불가능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분명 ‘못하는 것이 아닌 안하는 것’이 맞다. 지금의 10대를 더 이상 88만원세대로 만드는 교육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도 언젠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저자가 제시한 제도를 검토해 본다면 좋을 것이다. 특히 ‘학생당 담당교사의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자’는 내용은 사교육 시장에서 빠져나올 인재들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좋고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는 수준에서도 좋은 것 같다.‘여성 지도자를 뽑는 일에 여성이 더 소극적이 된다.’와 ‘20대 소비자는 20대 생산자에게 가혹하다’는 문장은 같은 뜻이다. 둘 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사례다. ‘죄수의 딜레마’는 세대 간 착취에 쫒기며 생긴 세대 내 경쟁이다. 유신세대나 386세대들이 똘똘 뭉쳐 ‘같이 먹고살자’는데 반해 20대들은 국산브랜드 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싸구려 브랜드를 더 비싸게 사주는 기이한 소비자다. 그런 짓을 하는 이유에는 윗세대들의 1318마케팅이나 다단계 등 저질적인 마케팅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 20대가 서로를 밀어내고 싶어 한다는데 원인이 있다. ‘공범 관계에 있는 두 죄수들을 따로 떼어 놓고, 공범의 죄를 밀고하면 형을 감해 준다고 할 경우 죄수들은 십중팔구 상대방과의 공모 사실을 다 털어놓고, 심지어는 있지도 않은 죄까지 공범에게 뒤집어씌우게 된다.’ 이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고 지금의 20대들의 세대 내 경쟁을 한마디로 집약해 주는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