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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영도 입 속의 검은 잎 독후감
    어둠을 먹고 자란 열매기형도의 시에는 음울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다. 그것을 텍스트 속에 숨기려 하거나 은밀하게 모습을 감추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어쩌면 누군가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골적인 자기 현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태도는 시집 전반을 관통하여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문맥을 통한 간접적인 이미지 전달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어두운 이미지의 시어를 끊임없이 시집 전체에서 반복하고 있다.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안개」, 부분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나쁘게 말하다」, 부분방안이 너무 어두워- 「聖誕木-겨울 版? 3」, 부분어느 교회의 검고 은은한 종소리- 「나무공」, 부분어둡고 무서워- 「엄마 걱정」, 부분도무지 모두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어둠’은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얼굴을 비춘다. 무엇이 그의 시를 이토록 어둠에 물들게 하였을까. 작가의 트라우마나 상처가 문학 작품에 반영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사례이고 특히나 작가가 일제강점기나 군사 정권의 통치를 겪은 대한민국의 문학인이라면 너무나도 빤하고 빈번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만을 근거로 들어 기형도의 시 전반에 깔린 어두운 색체를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사회?문화적 사건과 같이 외재적인 요인이 야기하는 트라우마는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개인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만큼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누군가에게서 그 골이 깊게 드러난다면 분명히 그에 마땅한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에서 작가의 내면에 잠재한 두려움과 우울감의 원인을 들춰보고자 『입 속의 검은 잎』에 담긴 그의 서사를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해는 시든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배춧잎 같은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어둡고 무서워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엄마 걱정」은 기형도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수많은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이 나라에서 의무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확률이 매우 높은 시이다. 학교의 수업에서 「엄마 걱정」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된 서정적 자아가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진부한 서정시의 이미지로 설명되어지곤 한다.하지만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문맥의 연장선에서 「엄마 걱정」은 시집 전반에 드러난 어두운 분위기와 섞여 시의 이미지가 기존의 것과 상이하게 느껴진다. 순수하던 어린 시절에 엄마를 걱정하는 화자의 애틋한 그리움은 흐려지고,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어린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보인다.이 시의 화자는 현재 어른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있는 시적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나타나는 것이 보편적인 시의 방향이겠지만 「엄마 걱정」 그와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우선 화자는 시에서 그리움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마지막 연에서 뜨거워진 눈시울을 통해 그의 현재 정서를 짐작해볼 수 있는데 그가 회상한 과거의 기억이 모두 외롭고, 두렵고, 쓸쓸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른이 된 화자의 눈물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그때의 기억은 지속적인 상처로 자리 잡아 어린 자신에 대한 연민과 슬픔으로 남아있다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또한 마지막 연에서 ‘그 시절’에 느꼈던 무력감이 ‘지금도’라는 시어에서 여전히 극복되지 못 했음을 알 수 있다.또 한 가지 화자의 유년 시절에 대하여 이러한 맥락의 해석을 뒷받침 해주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부재’이다. 이 시의 어느 부분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나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물리적으로 부재한 상황인지, 심리적으로 부재한 상황인지는 이 시를 통해 알 수는 없으나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화자의 환경은 빈 방에 남겨진 어린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기 충분했을 것이다.다음의 시에서는 시인의 가정사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가족구성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그가 살아온 환경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 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 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 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중략)털실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위험한 家系 1969」, 부분해당 시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버지, 어머니, 큰 누이, 작은 누이 그리고 화자이다. 아마도 그의 가족을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을 모두 담았을 것이다. 시의 초반부의 묘사를 통해 화자의 아버지는 현재 투병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봐야 할 점은 화자가 아버지를 ‘그’라는 호칭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본인의 아버지를 3인칭 대명사로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자신의 병든 아버지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작은 누이의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난 잠바’를 통해 화자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그럼에도 새로운 ‘잠바’를 사달라는 작은 누이의 발화는 그녀가 형편에 맞지 않는 욕망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태도는 각자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적어도 화자의 누이는 가난 속에서 작은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가난이 야기하는 불행을 더욱 강화한다.아버지는 풍병에 좋다는 모든 약을 다 써 보았지만 여전히 병이 호전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아 재기할 가망이 없다는 판단은 타당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화자의 어머니는 자녀들의 불평에도 그저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맬 뿐이다. 이는 무너져버린 가장의 빈자리를 매우기 위한 그녀의 현실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병든 남편의 재기를 기도하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 능동적으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는 만큼 도리어 어머니의 빈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엄마 걱정」에서 볼 수 있는 화자의 공포와 집착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예정된 상처였던 것이다.가장의 병환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가정 전체를 병들게 한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라는 어머니의 말에 ‘우리 모두가 낫는 날이 봄이냐고 반문하는 작은 누이를 통해 병든 아버지로 인해 가족구성원 모두가 병이 들어 버린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자의 가족은 병들어 있었고 화자 역시 이 병에 전염되었을 것이다. 그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은 이러한 병을 먹이삼아 몸집을 키웠을 것이다. 시집에는 시인의 불우한 가정 서사의 흔적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다.지금까지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이 불우한 가정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의 시는 내면의 아픔을 자극하는 외부적인 요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후감/창작| 2019.06.14| 6페이지| 1,000원| 조회(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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