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계절들봄은 지하철 창문에 비친 얼굴처럼조금 낯설고, 조금 설렜다새 신발이 낯선 길을 밟을 때우리의 하루도 다시 시작됐다여름엔 건물 사이로 바람이 갇혔다도심의 열기가 늦은 밤까지 남아편의점 불빛 아래,우리는 녹아내리듯 웃었다가을이 오면유리창 너머의 하늘이 깊어진다퇴근길 커피 한 잔이왠지 오래된 위로처럼 느껴진다겨울엔 도시의 소음도조금씩 느려진다버스 창가에 서린 김 속에서사람들은 잠시, 자기 안으로 걸어간다그리고 또 봄,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벚꽃 잎처럼누군가는 다시 시작을 믿는다도시는 그렇게,끝나지 않는 계절을 반복한다
계절은 우리를 지나간다봄은 커피 잔에 비친 햇살처럼조용히 스며들었다우리는 아무 말 없이새로운 일을 시작했다여름의 빛은 너무 가까워서그늘이 필요했지서로의 그림자 속에서조금은 쉬어갔다가을엔 마음이 자꾸 얇아졌다바람 한 줄에도 흔들리고누군가의 안부가 오래 남았다겨울이 오면모든 소리가 투명해진다멈춘 줄 알았던 것들이안쪽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다계절은 늘 우리보다 먼저 가고우리는 늘 뒤늦게 깨닫는다지나간 시간들이모두 한 계절의 이름이었다는 걸
계절의 숨결바람은 이름을 바꿔 부른다봄이라 속삭이던 입술이이제는 낙엽을 흔들며가을이라 노래한다꽃잎이 피어날 때마다누군가는 희망을 믿고,잎이 지는 소리 속에서또 다른 누군가는 이별을 배운다겨울의 흰 숨결은모든 것을 멈춘 듯 하지만그 고요 속에도새싹의 맥박은 잠들지 않는다시간은 돌고, 계절은 흐르고우리의 마음도 그 안에서한 번 더 피고,한 번 더 져간다그리하여 삶은끝없는 봄과 겨울의 대화,한 사람의 생을 따라계절은 영원히 바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