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윌리엄 셰익스피어/강석주 옮김/ 펭귄클래식)사랑에 푹 빠지는 것을 흔히 사랑에 눈에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사랑에 눈이 먼 나머지 진실을 보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흔히 가장 좋을 때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행복과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 불운은 그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에는 그것을 꼭 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에 도취된 나머지 그것을 바로 보기 힘들다. 이 책은 단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 사이의 질투, 갈등, 음모와 배신 등 인간상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준다.베니스의 장군인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아내로 맞게 된다. 베니스 공국의 원로원 의원인 브러밴쇼는 딸인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속이고 오셀로의 아내가 된 데에 크게 분노하고 오셀로가 분명 어떤 술수를 써서 자신의 딸을 홀렸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셀로는 까만 피부색을 가진 무어 인이기 때문이다. 오셀로가 아무리 출중한 능력과 성품을 갖고 있고 장군의 지위에 있긴 했지만 그의 피부색 때문에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인종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부잣집 아들들과의 혼담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브러밴쇼는 믿을 수 없지만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진심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터키의 함대가 사이프러스에 침공한다는 급한 소식에 그들은 갈등을 풀 겨를도 없이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와 함께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한편 오셀로의 기수인 이아고는 오셀로의 부관인 마이클 캐시오가 자신을 제치고 부관에 된 데에 불만을 품고 있다. 거기에 오셀로가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맞이하자 그의 질투심은 더욱 강해진다. 그는 데스데모나를 사모하는 로더리고를 이용해 오셀로와 캐시오를 둘 다 파멸에 이르게 할 음모를 꾸민다. 이러니 사람들은 항상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극중에서 보면 오셀로는 이아고를 꽤 신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아고는 그 신임에 숨어서 그를 파멸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믿음을 배신하는 자는 그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항상 모든 음모는 사건이 벌어진 후에 밝혀지는 법이다.‘이중의 악행으로 그자의 자리를 빼앗고 내 뜻을 이루는 거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자, 어디 보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오셀로의 귀에 그의 아내와 캐시오가 너무 친밀하다고 속삭이는 거야.’(오셀로 中)이아고의 음모는 하나씩 순조롭게 진행된다. 먼저 술이 약한 캐시오에게 술을 마시게 한 후 실수를 저지르게 만들어 오셀로의 신임을 잃도록 한다. 당장 부관의 지위를 박탈당한 캐시오는 실의에 빠지고 데스데모나에게 가서 선처를 부탁해보라는 이아고의 충고에 솔깃하여 그녀를 찾아간다. 한편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찾아가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한다. 이아고의 온갖 계략에 말려들어간 오셀로는 점점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관계에 의심하기 시작한다. 데스데모나는 남편의 태도가 이상해 진 것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아고의 계략은 아주 단순한 거짓말이다. 서로 만나서 직접 확인해보면 금방 풀릴 오해지만 한번 생긴 의심은 걷잡을 수 없다. 더군다나 무어인인 오셀로의 자격지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부잣집에 잘생기고 가문도 좋은 도련님들을 놔두고 까만 피부에 나이도 많고 평생 전장에서 생활해 성격도 투박한 자기를 사랑한다는 데스데모나를 완전히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 텐데 그는 온갖 거짓말과 감언이설로 그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이아고의 말만 듣고 있다.‘전 장군님께서 관대하고 고상한 성품 때문에 기만을 당하시게 내버려 두지는않을 겁니다.’‘그렇게 젊은 부인께서 아버지의 눈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그런 모습을 꾸며낼 수있었던 겁니다. 부인의 아버지는 그걸 마술이라고 생각하셨지요.’‘감히 말씀 드리자면, 나라가 같고, 피부색이 같으며, 신분이 같은 구혼 상대들을부인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면에서 그들에게 끌리는 것이 당연한일일 텐데도요. 흥, 그러한 결심에서 우리는 뭔가 추잡하고 지저분한 불균형을,부자연스러운 생각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오셀로 中)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준 손수건을 우연히 얻게 된 이아고는 그것을 캐시오의 거처에 떨어뜨려 놓고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에게 준 것처럼 오셀로에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정표와도 같은 손수건을 캐시오가 지니고 있는 것을 본 오셀로의 의심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고 그의 분노는 더욱 불타오른다. 결국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의 목을 조르고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그리고 이어 달려온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를 통해 자신의 오해가 엄청난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오셀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결국 이아고의 질투심에서 비롯된 상황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죽음으로 끝마치게 된다. 이아고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아마도 단순히 오셀로와 캐시오의 성공에 배가 아픈 나머지 그냥 저질러 버린 일일 것이다. 그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될 줄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나쁜 상황은 한번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중도에 멈출 수 없다.질투와 배신, 음모와 오해는 지금도 여전히 인간사회의 모든 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사회가 지속되는 한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아직까지도 계속 살아남아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동물농장(조지 오웰 / 펭귄클래식 / 최희섭 옮김)이 책은 조지 오웰이 1945년 출간한 정치 풍자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 권력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1984’라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는 혁명이 독재 권력으로 어떻게 부패해 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어느 날 장원 농장의 큰 헛간에서는 수퇘지인 메이저 영감의 꿈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메이저 영감은 꿈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동물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하며 박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메이저 영감의 꿈 내용은 인간이 사라진 후 펼쳐질 세상의 모습에 대한 것이었으며 어릴 때 배웠다고 하는 ‘영국의 동물’이라는 노래가 다시 생각났다며 이를 동물들에게 가르쳐준다. 며칠 후 메이저 영감은 숨을 거두고 메이저 영감의 연설 이후에 각성한 몇몇 똑똑한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화 하는데 힘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은 수퇘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있다.장원 농장의 주인인 존스가 술을 마시고 취해있던 어느 날 혁명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던 동물들이 곡창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이를 막기 위해 존스와 일꾼들이 달려왔고 동물들이 일제히 그들이게 달려들면서 인간들을 쫓아낸 것이다. 혁명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채 완수된 상황에서 동물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하며 스노볼과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일곱 가지 계명을 만든다. 그 일곱 계명은 다음과 같다.‘ 1.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달린 자는 누구든지 친구다.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으면 안 된다.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동물농장 中)동물들은 장원농장이라는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인간들을 물리쳤다는 승리의 기쁨과 처음으로 자신의 수확물을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달콤함에 빠져 한동안 열심히 일을 하며 평화롭게 보낸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돼지들은 일을 하지 않고 우유나 사과 등 생산물들을 독점한다. 일부 동물들이 불만을 제기하지만 돼지들의 대변인격인 스퀼러가 나와 머리를 쓰기 위해서는 돼지들에게 이런 음식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비하지 않으면 존스가 돌아올 수 있다고 겁을 주며 돼지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결국 다른 동물들은 스퀼러의 말에 설득당해 돼지들의 특권을 인정한다.존스는 농장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동물들은 더욱 자신만만해 진다. 스노볼은 농장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풍차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하고 동물들에게 호응을 얻는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아무런 계획도 발표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스노볼의 계획을 반대한다. 스노볼의 풍차 설계도가 완성되고 건설여부를 표결에 붙이기로 한 날 나폴레옹이 몰래 키우던 아홉 마리의 개가 스노볼을 공격하고 스노볼은 농장에서 쫓겨난다. 동물들은 스노볼의 추방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지만 아홉 마리의 개들이 무섭기도 했고 스퀼러의 교묘한 언변에 설득되어 스노볼이 점점 범죄자인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나폴레옹의 공포정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나폴레옹의 통치 방법은 일단 자기말만 듣는 무서운 개들로 다른 동물들을 위협하고 논란이 예상 될 때는 양들을 포섭해 회의장을 정신없이 소란스럽게 해서 논란 자체를 희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에게 의심을 품었던 동물들을 찾아내 처형한다. 동물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끼리 행해진 끔찍한 학살의 상황에 충격을 받는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는 계명은 어느 순간 어떤 동물도 ‘이유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는 계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동물들의 혁명가였던 ‘영국의 동물’이라는 노래도 금지된다.이제 스노볼은 인간과 내통한 완전한 반역자 취급을 받게 되었고 나폴레옹은 위협적인 개들과 스퀼러의 현란한 말솜씨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하게 정당화 한다. 동물들은 처음에는 의심을 갖지만 곧 나폴레옹에 의해 설득되고 다시 노예처럼 일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풍차건설이 다시 시도되고 나폴레옹은 이제 인간처럼 침대에서 자고 인간을 끌어들여 농장의 수확물을 거래한다.이 책의 주요 등장 캐릭터 중에는 복서라는 말이 있다. 비록 머리는 뛰어나지 않지만 엄청난 힘과 근면함, 그리고 다른 동물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가장 일찍부터 늦게까지 힘든 일을 솔선수범한다. 사실상 동물들 가운데 가장 많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인간들과의 싸움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운 동물농장이 유지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동물이다. 하지만 복서가 부상을 당하고 이제 나이도 많이 들어 노동력이 떨어지자 돼지들은 그를 도살장으로 보내버린다. 하지만 돼지들은 의심을 품은 몇몇 동물들이게 복서를 도살장이 아니라 수의사에게 보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어리석은 동물들은 그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복서가 평소에 하는 말인 ‘내가 좀 더 열심히 일하겠어.’와 ‘나폴레옹 동무는 항상 옳다.’라는 두 경구는 나폴레옹의 선전 도구로 이용된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옮김/사람과 나무사이)우리는 흔히 인간만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 의지가 없어 보이는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고 우리가 모르는 영리한 방법으로 살아남았다. 오히려 장대한 생물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이 거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많이 접하고 별 생각 없이 소비하고 있지만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그런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총 13가지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그리고 튤립이다. 이 중에 앞서서 나오는 12가지 식물은 우리의 식생활과 관련이 되어 있고 마지막에 나오는 튤립은 거품경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감자는 음식에 많이 쓰는 재료이고, 겨울철에 따뜻하게 굽거나 삶은 감자는 주식으로도 훌륭한 식물이다. 남미 안데스산맥 주변이 원산지인 감자는 유럽으로 건너갔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이 거부감으로 잘 먹지 않았다. 하지만 흉년에 대비해 감자의 보급을 장려하기 시작했고 점차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또한 감자를 가축의 먹이에 사용하게 되면서 육식 소비도 늘어나게 되고 선원들의 괴혈병 예방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1840년대에 감자 역병이 창궐해 감자는 흉작이 이어지고 감자가 주식으로 자리 잡은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닥친다.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는데 이는 세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4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미국은 이들을 노동자로 흡수에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이처럼 그 식물 자체에는 아무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에 의해서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토마토 역시 남미가 원산지이고 유럽으로 건너가서 오랫동안 관상용 식물로만 재배되었다. 처음 토마토를 먹게 된 계기는 아마 굶주림 때문일 거라고 추측된다. 나폴리에서 처음 요리에 이용할 때만 해도 고급 음식 재료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점차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재료로 자리 잡게 된다.후추는 향신료로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재료이다. 이 말은 곧 후추가 부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이다.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의 이점이 하나 더 있는데 고기를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로 길게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향신료 무역을 위해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의 여러 나라가 뛰어들었고 이는 대항해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한때 후추는 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으나 다른 향신료들의 등장으로 가격은 서서히 내려간다. 그리고 더 많은 향신료를 얻기 위해 항로를 개척하면서 세계 식민지화가 촉발된다.후추에 이어 고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추를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 이용할 정도로 아주 좋아한다. 대표적인 예로 김치를 들 수 있는데, 요즘은 매운 음식의 유행으로 고추를 이용한 더 매운 음식들이 개발되고 있다. 고추가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전략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고추는 길짐승이 아닌 날짐승을 통해 씨앗을 퍼뜨린다. 새는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하므로 고추를 먹을 수 있게 때문에 길짐승에 비해 너 넓고 먼 거리에까지 고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고추의 매운맛은 길짐승에게 먹히지 않기 위한 방어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고추의 그런 전략도 무시하고 더 매운 음식을 얻기 위해 고추의 품종을 개량하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 하다.차 역시 기호식품으로 생존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에는 향신료나 기호식품을 찾기 마련이다. 커피 이전에 동양에서는 녹차, 서양에서는 홍차를 즐겨 마셨는데 특히 홍차는 산업혁명 이후 대거 생겨난 노동자들이 마시며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고 한다. 그 무렵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이 차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밀수를 엄격히 단속하자 그에 대항해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고 이는 미국의 독립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 커피를 차처럼 연하게 만들어서 먹는 아메리칸 커피가 등장하는데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아메리카노가 바로 이때 시작한 것이다.사탕수수는 우리에게 노예무역의 대명사로 익히 알려져 있다. 사탕수수의 재배와 수확, 설탕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매우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한데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강제로 실어와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노예무역이 시작되고 약 400여 년간 940만 명의 아프리카 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끌려와 비참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설탕 역시 기호식품으로 차를 마실 때 넣어 먹거나, 음식에 단 맛을 내게 하는 데 쓰인다. 설탕이 없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자신의 기호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죽음에 빠뜨렸다고 하니 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목화는 산업혁명을 불러온 주요 요인이다. 양털 등을 사용한 모직물로 옷을 지어 입던 유럽인들은 목화로 면직물을 만들면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기가 높아진다. 수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면직물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좀 더 많은 무명을 짤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된다. 또 실을 잣는 방적기가 등장하면서 대규모 공장에서 면직물을 뽑아 낼 수 있게 되었다. 목화는 미국 노예해방과도 관련이 있는데 당시 공장이 많던 북부는 노예보다는 노동력이 필요했고, 목화 등 농장이 많던 남부는 노예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북군의 승리로 노예해방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미키7(에드워드 애슈턴 /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작가소개어느 이탈리아 소식지 회사의 뉴스레터에서부터 ‘이스케이프팟’, ‘아날로그’, ‘파이어사이드 픽션’매거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단편을 선보였으며 소설 ‘4월의 사훌’과 ‘평범의 종말’의 작가이기도 하다.그는 아내, 딸들, 시무룩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개 맥스와 함께 뉴욕 북부의 숲속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여가 시간에는 암 연구를 하고 침울한 대학원생들에게 양자 물리학을 가르치거나 목공예를 즐긴다.내용 및 감상이 소설은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개척지를 만들어 살고 있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지구는 전쟁으로 황폐화 되어 더 이상 인간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몇몇 성공적인 개척지를 이뤄낸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개척지를 점점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미키 반스는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인 니플하임을 개척하기 위해 익스펜더블이라는 역할에 자원한다. 익스펜더블이란 말 그대로 소모인력을 뜻하는데 주로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임무 도중 익스펜더블이 사망하게 되면 미리 백업해둔 인격과 바이오 프린팅된 신체로 재생되어 계속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다. 죽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불멸의 존재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죽음을 수시로 겪어야 하고 그 죽음의 고통이나 공포는 매 순간 느끼기 때문에 자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역할이다.이미 6명의 미키가 작업 중 사망했고 이전까지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미키7이 새로운 임무를 수행중이다. 미키7은 니플하임 행성의 토착생물인 크리퍼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어느 동굴에 빠지게 되고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을 위기에 처한다. 미키의 친구인 베르토와 여자 친구인 나샤는 그가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기지에 복귀한다. 한편 죽음을 기다리는 미키7은 더 깊이 동굴을 탐사하다 그 동안 봐온 크리퍼 보다 더 커다란 생명체와 마주치게 된다. 꼼짝없이 죽을 줄 알았지만 그 생명체의 도움으로 동굴 밖으로 나온 미키7은 기지에 복귀한다. 하지만 이미 그의 방에는 새로 복제된 미키8이 기다리고 있다.미키7과 8은 둘 중의 한명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복제된 인간이라 하더라도 죽음의 공포는 똑같기 때문에 누가 죽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일단은 공존을 선택한다.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미키이고 오늘 죽으면 지금까지 기억 그대로 미키2로 재탄생 된다. 그 역시 사망하면 미키3, 미키4 이렇게 계속 재생되므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불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미키1과 미키2는 같은 사람일까? 미키1의 죽음은 그냥 그 자신의 죽음이다. 미키2는 미키1의 기억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와 꼭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이 책에서는 태세우스의 배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리스의 영웅인 태세우스는 크레타 섬의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고 배를 타고 돌아온다. 그가 처음에 탔던 배는 중간 중간에 수리를 거쳐 나중에는 처음 탔을 때의 목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그 배는 처음에 탔던 그 배와 같은 배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이 물음에는 같은 배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설계 그대로 완전히 똑같이 새로운 배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럼 그 배는 처음 배와 같은 배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두 번째 물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인간으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인간의 세포는 죽고 재생되기를 반복하여 몇 년이 지나면 인체의 세포들이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모두 교체된다고 한다. 시간을 두고 세포들이 모두 새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같은 사람으로 인식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미키처럼 완전히 새로운 몸에 그의 인격을 주입한다면 그는 과연 똑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 책의 재미있는 점이 여기 있다. 미키 본인은 자신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그대로 깨어나기 때문에 미키1이나 미키2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 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미키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이 책에서 정착지의 총 사령관인 마샬은 미키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나탈리스트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그 종교의 교리는 하나뿐인 영혼의 신성성을 믿는 것이다. 신체마다 영혼이 하나씩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신체가 죽으면 영혼은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 백업된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이다. 반면 미키의 여자친구인 나샤는 새로 만들어진 미키도 전과 똑같은 미키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미키가 아무리 재생된다고 해도 그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미키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아프게 받아들이며 그를 진심으로 걱정한다.어쨌든 공존하기로 결정한 미키7과 미키8은 이제 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발각되면 분명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처형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개척 기지의 열악한 식량 상황과 좁은 공간은 매 순간 위협으로 다가온다. 다행이도 이제 막 재생된 미키8에게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는 주로 숙소에서 숨어 지내고 바깥 활동은 미키7이 주로 담당한다. 칼로리 양이 정해진 배급이 몇 차례 사건을 겪으며 줄어들게 되고 둘은 점점 굶주림에 지쳐간다. 크리퍼들의 습격으로 몇 명의 대원들을 잃게 되고 개척기지의 상황도 점점 어렵게 되어 간다. 급기야 두 명의 미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각당하고 두 사람은 마샬 사령관에게 끌려간다.마샬은 두 명의 미키를 바로 처형하는 대신 둘 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자살특공대 같은 임무를 준다. 바로 반물질 폭탄을 가지고 크리퍼의 동굴로 찾아가 그 곳을 폭파시키는 일이다. 두 명의 미키가 그 곳에 잠입해 탐색을 계속 하던 중 미키8은 크리퍼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미키7은 크리퍼와 대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크리퍼들도 지능을 갖고 있었고 그들 역시 오래 전부터 인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척 기지를 침략한 것도 사실 그곳의 부속품을 탐지하려던 행위였고 공격한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기지에 다시 복귀한 미키7은 마샬 사령관과 담판을 통해 크리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본인뿐임을 내세우며 더 이상 익스펜더블 임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 정지인 옮김 / 곰출판)이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는 과학 전문기자로 ‘방송계의 퓰리처상’ 이라고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15년 넘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에서 일하며 글도 꾸준히 기고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논픽션 데뷔작으로 전기이자, 회고록, 과학적 모험담이다.처음에 이 책의 제목이 참 독특해서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바다나 강에 사는 생물들은 과연 무엇이란 말일까? 물고기와 관련한 과학 서적인줄 알고 펼쳐봤는데 이내 흔한 과학서가 아님을 깨달았다.저자인 룰루 밀러는 정신적으로 어떤 혼돈을 겪었을 때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떠올리게 된다. 분류학자란 어떻게 보면 혼돈에서 질서를 부여하는 과학자 이므로 혼돈과 싸우는 것이 본업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의 자서전을 구하게 된 저자는 그의 일대기를 쭉 따라가며 본인의 혼돈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처음에는 데이비드에 대한 전기처럼 그의 일대기가 쭉 나온다. 데이비드는 어릴 때부터 분류학에 관심을 갖지만 아무도 그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러다 페니키스 섬에 아가시 교수가 사람을 구한다는 사실을 듣고 그곳을 향하는데 아가시 교수는 “책이 아니라 자연을 공부하라”라는 모토를 가지고 그 섬에서 젊은 박물학자들에게 직접 관찰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일종의 여름 캠프를 운영하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섬의 환경에 실망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데이비드에게는 그 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이 그를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가시 교수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모든 생물이 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생물을 분류하는 것은 창조주의 생각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 비록 틀린 생각이었지만 데이비드는 아가시가 연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유로 그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데이비드는 나중에 스탠퍼드 대학의 학장이 되는데 그 곳으로 지인과 제자들을 모두 불러들여 연구를 계속한다. 그 당시 알려진 어류 중 5분에 1이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1906년 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인해 그가 수집한 표본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만다.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데이비드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지진이나 그 밖의 어떤 천재지변에도 표본과 이름이 분리될 수 없도록 표본에 이름표를 꿰매 붙인 것이었다.이 과정에서 데이비드는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그가 평소에 주장해 온 것과 다른 거짓말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스스로 하는 약간의 거짓말이 정신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데이비드의 자기 기만적인 생각 이후 그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갈수록 더욱 반전인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데이비드는 스탠퍼드의 학장으로 있으면서 아끼는 직원의 섹스 스캔들을 덮어버리고, 갱단 두목처럼 대학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가 곧 해고 될 거라는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스탠퍼드의 창립자인 제인 스탠퍼드가 사망하게 된다. 제인의 사망에는 여러 가지 의혹이 있는데 데이비드가 연관되어 있을만한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는 제인이 독살되었다는 의혹을 부정하고 폭식과 과로가 더해진 자연적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과연 그가 직접적으로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는 부족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데이비드이다. 제인이 독살되었다고 의심하는데 사용됐던 독이 데이비드가 평소 물고기 표본채집을 위해 사용하던 스트리크닌이라는 독과 일치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에서 작가는 그가 범인임을 거의 확신하는 듯하다.데이비드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은 약간 추리소설과도 비슷한데 작가는 그의 실체에 더 알아갈수록 점점 그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 어류 분류학의 한 획을 그은 사람이 사실 한낱 거짓말쟁이에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데이비드의 권력은 제인 스탠퍼드가 사망한 이후부터 조금씩 무너진다. 그는 이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우생학을 보급하는데 힘쓴다. 그가 쓴 책의 내용이 충격적인데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백치들’을 몰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 과학자가 만든 단어로 가난, 범죄, 문맹 등이 혈통과 관계된 것이라 믿고 나쁜 혈통을 말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좋은 혈통끼리만 자식을 낳아야 한다고 믿는 학문이라고 할 만한 가치도 없는 생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골턴의 생각을 무시하고 넘겼지만 데이비드는 가장 앞장서서 가장 큰 목소리로 우생학을 옹호했다.그가 우생학을 떠들고 다니면서 그의 생각이 사람들에 전파되어 미국 전역의 뒷골목에서 불임화 수술이 은밀하게 행해지고, 때로는 처형까지 자행되었다고 한다. 불임화 정책이 여러 주에서 채택되고 대학들에서도 우생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그러나 우생학에 대한 이견도 점점 쌓여갔는데 가난과 방탕, 문맹, 범죄성 등은 혈통보다는 처한 환경이 더 결정적이라는 점과 우생학자들이 퇴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옳지 않았음이 밝혀졌다.저자는 여기에서 ‘민들레 원칙’이라고 불리는 철학적 개념을 소개한다. 이 원칙은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이제는 미국의 대부분 주가 우생학 불임화법을 폐지했다고 하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은 그대로 법전에 남아있다고 한다. 그 판결은 아직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으므로 지금도 정부는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아직도 갖고 있다. 우생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나치도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지 않았나? 21세기인 지금에도 그런 사상이 아직 법적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니 뭔가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