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하면 된다’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실현 가능한 말이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말이 조롱처럼 느껴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고등학생 때 나는 수학 과외를 했었다. 과외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지만 내가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을 복습하고 노력해서 더 공부했으니까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성적이 낮은 친구들은 노력하지 않아서 성적이 낮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혼자 힘으로 얻어낸 게 아니라 과외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내가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반대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기서부터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철저한 능력주의자였다. 그리고 ‘하면 된다’, 즉 능력주의의 이면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이 책은 능력주의와 정치를 같이 바라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도입부는 2019년 미국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부정 입학 사건으로 시작한다. 시험 감독관에게 돈을 주고 성적을 조작하고 심지어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미국에는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서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에 따라서 공정하게 대가를 누려야 하는 아메리칸 드림, 즉 능력주의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많은 미국인들이 믿는 아메리칸 드림을 비웃었다. 미국 사회에 퍼져 있는 능력주의는 승자들에게는 오만을,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굴욕과 모욕감을 주었다. 수십년간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 정책은 물가를 저렴하게 낮췄지만 그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큰 타격을 입었다. 대중의 분노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 나타났다.책을 읽으면서 동의한 부분과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바로 성공에는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처럼 시대를 타고나는 행운이 필요하고 능력이 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 능력주의 사회는 승자들에게 오만함을 안겨줬다는 부분은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 합격자를 추첨제로 뽑자는 주장은 오히려 더 많은 비리를 몰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은 매우 좋은 기준이다. 그러나 오직 능력으로만 사람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능력주의가 낳은 승자들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은 정당화된다. 뒤처진 사람들은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며 굴욕감을 느끼게 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성공한 자들은 오로지 본인들의 재능과 노력 덕분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행운이 작용했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실패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노력을 안한 게 아니라 불운이 있었음을 알고 우리 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 한사람만 성공하려 애쓰기보다 함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라는 생각이 불평등의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