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관련 개념에 대한 정의를 선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젠더’란 사회문화적 구조에 따라 생물학적 차이를 타고 난 여성 혹은 남성의 몸에 성적 의미를 다르게 부여하고 규율하는 체계다. 즉, 태초에 부여된 생물학적 성에 따라 사회가 부여하는 성 역할이나 성 정체성을 말한다. 트랜스젠더란 생물학적으로 타고 난 성별과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을 말한다.II. 트랜스젠더의 관점에서의 젠더 재현1. 사회에서의 젠더 재현트랜스젠더의 관점에서 젠더가 어떻게 재현되는지 살펴보기 전에, 오늘날 사회에서 젠더가 어떻게 수행되고 재현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보편 다수의 관점을 먼저 파악함으로써 그 재현의 양상이 트랜스젠더의 관점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더 쉽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 에세이 <그래, 나는 불법인간이다>에 나온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철회 사건과 성 전환자들의 호적 정정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1)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철회 사건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후 성별 정정 허가를 거친 2020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합격생의 입학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트랜스젠더의 여자대학교 입학에 대해 찬성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해당 논의의 필요성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전공에서 기인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공 특성상 다양한 판례를 읽을 수 밖에 없는데, 익히 알려진 사건임에도 해당 사건이 그 사건인 줄 눈치채지 못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이유는 재판 절차에서는 피해자의 신원이 지워지고, 가해자 중심으로 재판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굳이 재판 절차가 아니더라도, 법은 범죄자의 처벌과 손해보상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담론이 사법 절차와 언론에서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았고, 특히 언론에서는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져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법으로 보호하려고 했던 피해자의 권리가 오히려 언론에서 침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피해자의 이름을 딴 사건 작명이라고 생각했다.개인적 의문에서 시작했으나, 사건 작명은 사회적으로 가지는 함의 역시 크다. 첫째, 사건의 이름은 당사자의 평생이 아니라 영원히 역사적으로 기억될 이름이기 때문이다. 둘째, 피해자의 이름을 딴 사건 작명은 주로 범죄 사건에서 문제되는데, 관련 가짜뉴스가 나오면 치명적이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주류 언론사에서 담론이 그치지 않고 유튜브, 대안 미디어, SNS 등을 통해 언론에서 만든 뉴스가 급격히 유포되기도 하고, 새롭게 뉴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