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영화 ‘리틀 포레스트’ 보고서오랫동안 유지되던 인간중심 사고관은 개인의 사상을 떠나 급속한 지구온난화에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연친화 중심의 ‘ECO’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마케팅은 대기업들의 기본 덕목이 되었고 범세계적으로 생태주의를 논하는 작품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다. 여기서 생태(주의)문학이란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성찰하고 나아가 환경친화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문학이다. 대표적인 영화에는 감기, 엑시트 등이 있는데 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생태주의 문학들은 완전히 다른 장르로도 존재할 수 있다. 이상향을 그린 판타지나 힐링 영화들은 파괴된 지구 환경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다채롭게 표현한다. 그 중에서도 리틀 포레스트는 생태주의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 속에 녹아든 인간의 삶과 행복을 보여주는데 원작이 존재하는 만큼 짧게 작품 소개부터 해보려고 한다.2018년 겨울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재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 2편의 영화로 나눠서 개봉했으며, 한국에서는 일본 영화와 다르게 한 편의 영화로 개봉하고 고양이가 강아지로 바뀌고, 음식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음식들이 좀 더 한국적인 음식들로 바뀌어서 나온 점이 차이점이다.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줄거리는 원작보다 조금 더 풍부하다. 주인공 혜원은 선생님이라는 오랜 꿈을 가지고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취준생이었는데, 자신만 시험에 불합격하게 되자 심한 열등감을 느끼며 고향으로 도피한다. 추운 겨울. 온기가 없는 빈 집에 도착한 혜원은 언 밭에서 겨울 배추를 캐내 따끈한 된장국을 만들어 한 끼를 먹는다. 그리고 비어있던 혜원의 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서 고향에 남아있는 지인들이 혜원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일 먼저 찾아온 사람은 은숙이었다. 은수는 고향에 남아 근방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혜원의 친구였다. 다음으로 등장한 재하 역시 혜원의 초등학교 동창인데, 지방대 졸업 후 서울에 취직했지만 서울생활에 탈력감을 느껴 시골로 돌아왔고 금방 돌아갈 거라는 혜원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 잠들면 무섭다는 이유와 함께 아직 어린 강아지 백구를 남겨두고 간다. 마지막은 혜원의 고모였다. “아직도 엄마와 연락을 안하는거냐, 네 엄마나 너나 참 별나다.”라고 첨언하지만 집밥이 그리운 혜원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호박 등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를 챙겨준다. 혜원은 고향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정과 정서적 여유를 느끼며 시골 생활에 매료된다. 아무런 계획 없이 내려와서 '이틀만, 사흘만' 지낼 생각으로 도피해 왔는데, 마음은 점차 '며칠만 더'를 외치다가 결국 1년 사계절을 시골에서 체류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혜원은 수능이 끝나고 편지 한 통만 남겨두고 떠난 엄마를 이따금씩 그리워하게 되는데, 농사일을 거들고 직접 농사 지은 작물들로 제철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조금씩 엄마의 편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고향 집에서 사계절을 보낸 뒤 혜원은 왔을 때처럼 말 없이 엄마에게 쓴 편지 한 통만 남겨두고 고향집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은숙은 말도 없이 떠나고 또 연락도 닿지않는 혜원의 흉을 보지만 재하는 혜원이 곧 다시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혜원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 이후 어느 날 혜원이 잠깐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시골 집 창문이 열려있고 미소 짓는 모습으로 엄마가 돌아왔음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비록 인물 간의 이야기들이 추가되었다고 한들 리틀 포레스트가 소박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 갈등이나 반전은 물론 이렇다 할 사건조차 거의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렇게 시시하고 밋밋한 영화에서 말할 수 없는 위안을 얻었다는 젊은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리틀 포레스트는 단숨에 힐링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잡고 꾸준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상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그 해답은 영화의 숨겨진 주인공인 ‘자연’에서 찾을 수 있었다.눈으로 보여지는 생태주의적 요소는 크게 배경(계절)과 음식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짚고 가자면 리틀 포레스트의 주촬영지는 경북 군위군 우보면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시골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은 당연하고 인위적으로 구성된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변화하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혜원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바뀌는 계절을 온전히 즐길 여유는 커녕 하늘을 올려다보는 찰나마저 지나치고 만다. 그런데 생명이 움트는 봄, 푸른 녹음 우거진 여름,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가을, 눈부시게 하얀 눈밭의 겨울. 사계절의 변화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면, 누구든 시선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일부러 찾아가서도 보는 시골의 풍경들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감독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촬영을 1년동안 진행하면서 사계절의 탄생을 카메라에 생경하게 발췌했다. 그렇기에 스크린 너머로도 계절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매 끼니마다 달라지는 제철 음식도 영화의 핵심이다. 주인공 혜원은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키운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처음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끓였던 배춧국을 시작으로 수제비, 단밤조림, 크림 브륄레, 양배추 빈대떡 등 계절에 맞는 다채로운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엄마에게 배운대로, 또는 자신 만의 레시피로 만드는 혜원의 모습은 초반부 패스트푸드와 편의점 도시락으로 겨우 배를 채우던 도시의 삶과 차이가 느껴진다. 항상 굶주려 있던 혜원이 배불리 먹는 장면들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풍족함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출연한 모든 음식이 한국의 비건 요리(자연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인물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농작물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가을 바람을 향유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셋이 함께 밭을 일구는 꾸밈 없는 장면들은 과즙처럼 싱그럽다. 사실 자연에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자연의 청취가 느껴지지만 직접 대사로 짚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라는 재하의 말이다. 강아지 ‘오구’가 아닌 ‘온기가 있는 생명’으로 묶인 주어는 모든 생명체가 가져야 할 동등한 가치를 암시한다. 인간은 세상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며 어떠한 존재도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마따나 혜원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동식물들로부터 회복 받으면서 생태의 소중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겨울에 혜원은 곶감을 따면서 “추위도 좋은 조미료 중에 하나다.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다. 곶감이 맛있어지면 겨울이 깊어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리틀 포레스트의 공식적인 명대사이다. 깊게 분석할 필요도 없다. 밤낮 구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계절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시련을 ‘추위’에 빗대어 말하며 잔잔한 위로까지 건넨다. 그리고 그 모든 삶을 자연이 함께하고 있다는 깊은 울림을 보낸다.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구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쫓고, 고개를 내밀어 바람결을 감각했다. 이제껏 무수하게 많은 욕망들이 환경을 짓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기꺼이 우리에게 곁을 내주고 있었다. 영화가 잊고 있었던 자연의 숨결을 상기시켜준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 직역하면 작은 숲. 만약 개인을 둘러싼 이 작은 숲이 행복이라고 해석된다면 숲을 둘러싼 광활한 하늘을 자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한 배경에 불과해보이지만 사실은 세계 그 자체와도 같다. 산뜻한 호흡과 햇살,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대지, 기꺼이 여유를 선물해주던 풍경들, 숲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자연에 있었다. 모두의 위로와 행복이 자연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일반화 하진 않겠지만 자연의 부재는 세계의 상실과 직결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자연이 파괴된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을 보이지 않으니, 재작년 아마존의 절반 가량이 불탔고 매년 엄청난 양의 빙하가 녹고 있다. 봄과 가을이 계속해서 짧아지다는 건 불안하고 또 불편한 사실이다. 흔한 재난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손 쓸 틈도 없이 망가진 후에 되돌리려는 노력은 무의미할 뿐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을 경외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음식과 계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과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생태주의를 가슴 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이것을 반증하듯 극에서는 ‘아주심기’라는 단어가 핵심적으로 등장한다. 아주심기는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로 ‘혜원이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믿어’라는 엄마의 편지글과도 직결되는데, 실제로 혜원은 고향으로 돌아옴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들은 자연에 뿌리를 박고 태어나 자연의 순리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혜원이 도피한 수많이 이유들에 좀먹혀 호흡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