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일기를 읽고 난 후, ‘광인은 진짜 미친 사람일까?’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에 대해 그가 실제로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기보다 다수의 사람에 의해 ‘광인’으로 낙인 찍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상성(일반인)과 비정상성(광인)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로 인해 ‘비정상’으로 정의될 뿐이다. 미셸 푸코의 저서 『광기의 역사』는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해 준다. 이 책에서는 역사가 ‘광기’를 규정하고 통제하는 방식 등의 광기와 비정상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다루고 있다.
위화의 소설 『18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에서 ‘여관’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주인공이 간절히 원하는 ‘편안한 안식’을 상징하는 공간을 나타낸다. 즉, ‘여관’은 물리적인 장소라기보다 소년이 가진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의 상징에 가깝다. 소년은 하루 종일 아스팔트 길을 걸었지만 끝내 여관을 찾지 못한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고 두려움을 느낀다.
리우신우의 소설 ⟪담임선생⟫에서 짱 선생은 담임의 시선으로 시에후이민과 쓰훙을 관찰하며, 짱 선생은 그들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이 글에서는 두 인물의 대비를 중심으로 문화대혁명 이후인 1970년대 후반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태도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당시 교육계가 직면하고 있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모란정>은 “중국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당현조(湯顯祖)의 희곡으로, 곤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본 보고서에서는 곤극 <모란정>에서 사용된 중국 전통 악기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서양 악기와 비교하여 그 차별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곤극에서는 주로 북과 판으로 리듬을 조절하고, 피리와 삼현금 등을 주요 반주 악기로 하여 공연이 진행된다. 피리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두여낭의 순수한 내면과 꿈속 장면을 몽환적으로 나타내며, 비파는 줄을 뜯는 섬세한 소리로 두려낭과 유몽매가 사랑에 빠지는 설렘,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절망의 정서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바이류쑤에게 결혼은 왜 생존의 도구가 되었을까?장아이링 소설 〈경성지련〉은 상하이와 홍콩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바이류쑤(白流苏)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작품 속 그녀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방어 수단으로 그려진다. 즉, 바이류쑤에게 있어서 결혼은 계산된 선택이었던 셈이다.바이류쑤는 전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이혼 후 그녀의 위자료는 친오빠들이 모두 탕진하였고, 특히 넷째 오빠는 첩질과 도박에 빠져 집안을 망하게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 책임을 그녀에게 전가하고, 도리어 바이류쑤를 “집안을 망하게 한 재수 없는 여자”라며 비난한다. 그녀의 어머니마저 전남편 집으로 돌아가 그의 조카를 양자로 들여서 키우며 자산을 상속받을 것을 권한다. 바이류쑤의 친정 식구들은 오로지 금전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였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 그녀는 집안 내에서 더 고립되었다. 낙담한 바이류쑤에게 쉬부인은 돈이 없는 사람은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다며, 결혼만이 그녀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임을 일깨워준다.만약 바이류쑤가 바이씨네 저택에서 나와 직업을 구하게 된다면, 눈앞의 경제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 일을 하는 것은 “숙녀”의 신분을 잃는 행위로 여겨졌다. 숙녀의 신분을 잃게 되면 더 나은 결혼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바이류쑤 또한 일하기를 주저한다. 바이류쑤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어딘가에 기생해야만 했다. 결국 그녀는 평생 전 남편의 집 → 친정 → 새로운 남편의 집으로 이어지는 의존의 순환 관계에 갇히게 된다. 이처럼 당시 결혼은 사회 구조가 여성들에게 강요한 생존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바이류쑤와 판류위앤의 관계는 사랑이 아닌 이해관계의 결합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연애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를 이용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했다. 판류위앤은 화교로서 영국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며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강한 결핍을 느꼈고, 바이류쑤를 통해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판류위앤에게 바이류쑤는 “진정한 중국 여성”이라는 중국적 이상향을 구현하는 존재였고, 그녀를 중국 문화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문화적 소속감을 찾고자 했다. 이처럼 그에게 바이류쑤는 중국 문화의 상징이자 정체성 회복을 위한 도구였다. 반면, 바이류쑤는 결혼을 구원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녀는 판류위앤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고자 했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해야만 자신의 지위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류쑤와 판류위앤의 결혼이 성사될 조짐이 보이자, 친정 식구들은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판류위앤”이라는 남성의 존재로 바이류쑤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 변화한 것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결혼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전쟁이라는 시대적 혼란 속에서 결혼하게 되지만, 그것을 결코 사랑의 결실이라고 볼 수 없다. 바이류쑤는 사랑보다 결혼과 돈이라는 현실적 가치를 중시하였고, 사랑을 포기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산한다. 바이류쑤는 판류위앤이 자신을 정식 아내가 아닌 정부(情婦)로만 여길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언제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바이류쑤는 자신의 청춘을 걸고 결혼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두 번이나 상하이와 홍콩을 오가며 노력한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불안해했다. 여전히 그녀에게는 자립할 경제적 기반이 없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홍콩이 전쟁으로 함락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으며, 판류위앤은 계획대로 영국으로 떠나지 못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돈, 땅 등의 물질적 기반에 대한 바이류쑤의 믿음이 무너진다. 사회 질서와 제도가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지 못함을 깨달은 바이류쑤는 오직 그녀 자신과 곁에 있는 판류위앤만이 믿을 수 있는 존재라고 느낀다. 하지만 이것은 전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두 이기적인 개인이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에 불과하며,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장아이링의 〈경성지련〉은 생존을 위해 결혼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바이류쑤에게 결혼은 낭만적 사랑이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으로서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존 방식이자 자기 보존의 수단이었다. 그녀의 삶은 끊임없는 의존과 타협의 연속이었으며, 이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했던 당시 중국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판류위앤과의 관계 또한 서로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이해관계의 결합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들의 결혼은 사회적 혼란과 전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불안전한 동맹일 뿐이다. 장아이링은 바이류쑤의 삶을 통해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하고 선택해야 했던 현실과 결혼이 유일한 구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비극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