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작가엄마 아빠의 갑작스런 이혼으로 미르는 세상 모든 일이 귀찮아 지고, 자꾸만 화가 난다. 시골 진료소로 일하러 가는 엄마가 너무 밉고, 가지 말라 잡아주지 않는 아빠에게도 서운하기만 하다. 달밭 마을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내내 큰 삼촌 차에서 들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던 미르는 마냥 엄마가 미워졌다. 조금 더 아빠한테 상냥하게 해주면 이혼하지 않았을 텐데, 조금 더 아빠와 대화를 했다면 이혼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미르의 엄마와 아빠는 미르에게 자세한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저 미르의 짐작일 뿐이다. 시골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게 싫어서 아빠가 같이 서울에 살자는 얘길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세 식구가 살던 전셋집을 비워주니 아빠도 딱히 머물 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한적한 시골 진료소의 소장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보다 편한 얼굴로 준비를 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아빠와 있을 때에도 그렇게 웃는 얼굴로 편하게 대했더라면 하는 생각만이 들었다.그래서 미르는 이사 온 첫날부터 엄마에게 온갖 투정을 부렸다. 서울에 있었더라면 큰소리가 오라면서 대거리라도 일어날 법도 한 대 이상하게 엄마는 시골로 온 뒤 미르에게 한 번도 역정을 내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시기만 했다. 그 편이 미르에겐 더 불편하고 싫었다. 속에 있는 이 울분을 토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엄마와 다투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던 미르의 눈에 진료소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곳에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던 중, 갑자기 진료소로 들어가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소녀의 이름은 윤소희. 아픈 할머니와 같이 지내고 있는 마을의 소녀이다. 미르와 눈이 마주친 소희는 잠깐의 눈맞춤을 뒤로 하고 진료소로 들어가 미르의 엄마인 진료소장과 얘기를 했다. 잠시 후, 엄마는 진료가방을 가지고 소희와 함께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미르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자신은 혼자라는 상실감에 빠져있었다.개학 며칠 전, 소희와 바우가 면 소재지의 문구점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미르였지만 바우의 아빠가 주신 강아지의 용품을 사기 위해선 나가야 할 것 같아 따라나섰다. 같은 동네에 있던 바우의 아빠는 미르네가 이사오던 날에도 도움을 주셨던 분이다. 그런 바우에게도 아픈 사정이 있다. 몇 해 전 바우의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아픔으로 바우는 말을 하지 않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고 했다.미르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낼 생각이 없었고, 친구들은 서서히 미르를 왕따시키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소희도 처음엔 미르를 이해하지 못해, 방관만 하였고, 그러던 어느 날, 미르가 혼자 학교 근처 편의점에 두고 간 다이어리를 돌려주러 뒤쫓아 가던 중, 미르의 통화내용을 듣게 되었다. 미르의 아빠가 재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에 미르는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길에 주저앉았다. 뒤따라 오던 소희와 자건거를 타고 오던 중 그 모습을 보게 된 바우도 미르의 곁에 다가간다. 미르는 울면서 집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아이들은 그런 미르에게 자신들이 자주 가던 언덕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미르는 마음에 있던 응어리를 풀어내듯 친구들에게 지난 일들을 얘기해준다. 소희와 바우는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미르를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다. 그 일 이후, 셋은 남은 학교생활을 무사히 보내게 되었고, 그러던 중 소희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게 된다. 감기로 앓아누으셨던 할머니는 오랫동안 아프시더니 결국 한 해를 넘기시지 못하고 소희의 곁을 떠나신다. 소희의 아빠는 소희가 아기였을 때 돌아가셨고, 엄마는 엄마의 친정식구 사람들이 데리고 가 얼굴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소희와 같이 달밭마을에서 지내고 싶은 미르는 자신의 엄마에게 같이 살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소희의 작은아빠네와 고모네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나서면 안된다고 했다. 소희는 졸업때까지만 달밭마을에 있기로 하고 작은아빠네에 가기로 결정했다. 미르는 그런 소희에게 자신의 다이어리에 마음을 적어 선물로 주고, 바우는 뛰어난 그림솜씨로 소희를 닮았다고 생각한 하늘말나리꽃 그럼을 그려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들은 이별을 했다.시작되는 미르의 얘기가 곧 나의 얘기인거 같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다. 우리 부모님도 이혼을 하셨다. 미르의 부모님의 사정과 같을지는 알 수 없으나, 나도 한때 엄마를 더 원망했고 미워했던 적이 있었다. 난 엄마보다도 아빠와 더 친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살림을 좀 더 잘했더라면, 엄마가 상냥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원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 후 과정에서 아빠의 치졸함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 아직도 엄마를 원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빠의 가면이 벗겨지던 날, 나는 아빠라는 존재를 내 마음에서 없앴다. 그런 과거 때문이었을까. 미르가 가지고 있던 방황과 고독, 외로음, 분노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왔다. 이혼이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미르의 나이로는 알 수가 없는 사실이기에 안타깝기만 했다. 내가 얘기해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엄마 아빠에게 받은 상처는 미르를 선인장으로 만들었고 주변 친구들과 사람들을 안아주기는커녕 찔러대기만 했던 미르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그런 미르의 가시에 마음을 다쳤던 소희 역시 초반에는 미르를 이해하려고 해 보았으나 개학과 동시에 미르가 자신을 모른 척 하자 소희도 미르를 모른 척 하게 되는 부분도 마음이 아팠다. 소희에겐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학교에 제출하는 일기장 말고 자신의 마음을 풀어놓는 마음일기장이 따로 있던 것이다. 그 곳에 소희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낸다. 어른인 척, 철든 척, 괜찮은 척 하는 소희이지만 그 모든 이면에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하지만 소희는 동정 받는 것도 싫어한다. 그저 또래 아이들처럼 대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나는 그 점이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힘들 법도 한데, 그 힘듦 또한 자신의 삶으로 인식한 것 같아 어른인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소희는 5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반장을 맡았다. 그 만큼 리더십도 있고 공부도 잘한다. 내 과거는 어땠나. 소희가 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덧없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소희는 꿈이 작가라고 했다. 학교 도서관에 있던 책들은 거의 다 읽을 정도로 다독의 왕이고, 미르 엄마의 추천으로 면 소재지의 도서관에 가는 날이 생겼다는 얘길 들었을 땐 아마 누구보다도 기다렸을 것이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13살이 경험해봐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책을 많이 읽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웹툰을 보는 게 고작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소희를 만난 지금 이 순간에는 열심히 책을 보고 싶다는 의지가 타오른다. 사는 게 퍽퍽하다는 이유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나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꿈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런 생각들만 할 줄 아는 나에게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소희처럼 열심히 책이라도 잃었더라면 소희처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졌더라면 노력을 했더라면 분명 나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라도 변해보고자 한다.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내가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소희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 응원을 해주고 싶다. 세 친구 중 바우는 유일하게 남자 친구이다. 바우의 아빠는 젊었을 적에 노는 것을 좋아하던 총각이었다고 한다. 일도 잘 하지 않는 게으름도 있었지만, 바우 엄마와 만나고 결혼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달밭 마을에서 제일로 열심히 일하는 농부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바우엄마를 잘 만나서 그렇다고 얘기한다. 바우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소희도 바우엄마와 잘 지내게 된다. 바우 엄마는 야생도감을 보면서 바우에게 들꽃을 설명해주는 열정이 있었던 사람이다. 나는 또 바우 엄마와 나를 비교하게 된다. 나에게 그런 열정이 있었나. 단연코 없었다.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이야기가 곳곳에 있었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가득했던 것은 맞지만, 특히나 바우 엄마의 그런 태도는 자세히 묘사가 되진 않았으나 나에게 제일 크게 와 닿았다. 야생도감을 찾아 보면서 들꽃들을 공부해가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게 말만 들으면 쉽지 않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우엄마의 현실이 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바우엄마는 바우아빠와 함께 농사일을 하는 워킹맘이다.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거기에 어린 바우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무언가 아이에게 가르치기 위해 책을 보고 공부한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바우엄마의 태도로 살아간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 내가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바우엄마는 몸도 아팠을 것인데....아픈 몸으로 그렇게까지 할수 있다는 점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