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소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쓴 글입니다.

목차

기억하고 말하는 것

본문내용

어릴 적에 청소년용으로 편집된 <안네의 일기>를 읽었을 때는 동정심과 숨어사는 생활에 대한 묘한 환상을 가졌을 뿐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그저 막연히 유대인이라고 다 죽이다니, 안네가 불쌍하다, 정도의 감정만 느끼고 그 후 수년간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에게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를 빌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유대인 학살을 다시 떠올리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는 마치 전쟁 영화나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듯이 책을 읽었고, 빅터 프랭클은 프리모 레비와는 달리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그가 수용소에서 깨달은 교훈과 그가 개발한 심리학 기법 등에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문체는 관조적, 객관적이라기보다 낭만적, 서정적인 느낌에 가까워서 수용소의 참상을 묘사하는 데에는 별로 맞지 않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회성의 충격만을 남기고 다시 홀로코스트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아마 내가 책을 접했던 태도나 작가의 문체상 특징의 문제 외에도 나 자신이 잔인하고 참혹한 이야기 자체에서 받은 쇼크 말고는 특별한 주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대인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이야기도, 독일인에 대한 맹목적 비난도 아니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수용소의 처참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어떤 책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참고자료

· <안네의 일기>
· 엘리 위젤, {나이트}, 예담, 2007
·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