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읽고

소개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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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로 정해진 여러 권의 책 중 내가 은희경의 소설을 택한 이유는 작가의 오래 전 작품인 <새의 선물>을 꽤 재미있게 읽었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나이에 비해 조숙한 생각을 가진 여자아이의 관점에서 주위사람들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그 책을 떠올리면서 읽은 <아내의 상자>라는 소설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건조하다고해야 할까, 아니면 냉소적이고 음울하다고 해야 할까? 아내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남편이나 아내에 의해 잘 정돈된 집안의 모습이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가까운 친구에게 감상문을 쓸 소설로 이걸 골랐다고 했더니 자신도 읽어봤다며 너무 어려운 책을 고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왕 고른 거 어떻게든 써보자고 생각은 했지만 소설을 읽고 ‘내 어설픈 어휘력과 작문실력으로 감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읽었을 땐, 이거 외계어로 쓴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또 다시 읽고 뒤에 평론가들의 글까지 읽고 나서야 이 행동이 이런 의미였구나...라고 막연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저 살기 바빠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도태되지 않기 위한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친다. 소설의 화자인 남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글에 표현된 어조로 짐작하건대, 그는 남들보다는 담담하게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가면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는 자신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가면을...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내는 그녀 자신의 말대로 도태되어 거세당했다는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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