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만세전 : 정직한 현실 인식과 자아의 세계화

소개

염상섭의 대표작, <만세전>은 작가의 현실 인식이 형상화된 대표적 작품으로 고평받고 있습니다. 개성과 주체에 대한 근대적 자각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이러한 현실 인식이 가능해지는데, <만세전>에서는 주인공 `이인화`의 주관적 현실 인식을 통해 리얼리즘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인화`가 정직한 현실 인식을 통해 자아의 벽을 부수고 세계와 접촉, 자아의 사회화를 이루는 양상을 낱낱이 살펴보며 <만세전>의 문학적 성취와 그 의의를 평가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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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만세전은 염상섭의 현실 인식이 형상화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실 인식은 개성과 주체에 대한 근대적 자각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에, 소설의 근대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주체의 현실 인식은 작가 의식의 문제이지만, 이 인식이 주관적인 자기 관념에 집착하여 현실과 객관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실천성은 획득되지 않는다. 그런데 서구적 근대성은 확고한 동질적 주체를 확보하려는 욕망에서 오기 때문에, 근대적인 현실 인식은 주관적 관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리얼리즘은 주어진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과는 다르다. 주관적인 현실 인식 또한 리얼리즘의 핵심 요건인 것이다. 만세전의 리얼리즘은 ‘나’ 이인화의 눈으로 본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의 구체적인 양상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비롯한 염상섭의 초기 단편들에는 일상생활을 순조롭게 영위하지 못하며 무력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만세전>의 이인화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상생활에서의 무기력이 대체 무엇에 기인하는지 눈뜨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는 자기 삶에 정열이 부재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결박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의식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낡은 도덕은 여전히 남아서 개체의 삶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은 삶을 제도화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규제하며, 사람들은 도덕을 통해서 사회 질서의 정당성을 내면화한다. 사회는 도덕 자체를 끊임없이 재생산함으로써 현상 유지를 꾀하지만, 사회는 변하기 마련이다. 기존의 봉건 도덕은 이제 삶에 역행하는 거짓 도덕이 되었다.

참고자료

·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소담출판사, 1995.
·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 1 - 1896-1945』, 민음사, 2002.
· 徐宗澤, <『萬歲前』ㆍ『故鄕』의 서사구조>, 1981.
· 안숙원, <「萬歲前」硏究>, 1988.
· 崔淳烈, <廉想涉의 <萬歲前>과 리얼리즘>, 1985.
· 곽원석, <萬歲前』의 對話的 構成>,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