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흑야(Night)

소개

엘리 위젤을 소설 흑야(Night)에 관한 서평

목차

없음

본문내용

유대인 학살에 관한 소설을 읽다보면 과연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작가가 경험한 일인지, 작가의 허구적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일인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진다. 대부분의 유대인 학살 문학이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당연히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더라도 너무나 생생한 묘사로 인해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 어떻게 저런 것을 알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었기 때문에 과연 진짜 인간이 저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진실일리 없다고 믿어버리곤 한다. `흑야(Night)`역시 읽는 동안 내내 현실과 허구의 사이를 넘나들며 내게 유대인 학살에 대한 면모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흑야는 엘리제르라는 한 유대인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는 다른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수용소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다 성장한 어른의 눈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란 점에서 안네의 일기와 비슷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안네의 일기에 비해 몇배나 더 끔찍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네는 숨어지내는 일을 일기에 담았지만, 엘리제르는 수용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직접 옆에서 보는 것처럼 느끼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 학살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에 그의 마을에 `회당 복사 모세`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헝가리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의해 시게트 밖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 그가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그는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게슈타포의 만행을 말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모세가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동정을 사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한 게슈타포의 살인 행위들이 모세의 머리에서 나온 상상에 불가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세의 이야기는 사실이었고, 결국 시게트 사람들은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회당복사 모세는 정말 열심히 자신이 본 것과 경험한 것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스스로 대비하고 그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려 버렸다. 내 생각으로는, 어쩌면 마을 사람들이 모세의 이야기를 믿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이 깨닫지는 못하지만 끔찍한 죽음, 행위에 대한 두려움이 내면세계 깊숙이에 박혀서 모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세의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자니 그 일은 너무나 끔찍했다. 도대체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란 희망 섞인 믿음으로 그들을 그렇게 모세의 이야기를 부인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