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과 재현, 그리고 재현체계

소개

사진과 재현체계

목차

없음

본문내용

현대 사진들은 대체로 ‘진짜’ 사진, 즉 진짜로 멋진 풍경이나 인물들 모습을 재현의 체계와 기교를 살짝 비틀어서 가짜로 만들어 놓은 것, 예를 들면 슬라이드 필름에 장난쳐서 멋진 노을처럼 보이게 만든 사진 등이다. 그런데 이것도 설명이 없이는 어떤 장난을 쳐놓은 건지 좀 알기 어렵다. 그 정도는 옥의 티라고 해두자. 사실 보통의 전시에서는 사진의 인덱스적 속성이니, 재현방식이니, 텍스트와 컨텍스트, 실재와 재현의 경계 등 딱딱하고 낯선 말이 많이 나온다.
우리의 대중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아니, 언제 고흐나 김홍도가 딱딱한 이론 들고 나와서 좋은 그림 그렸나? 눈으로 척 보고 좋으면 되는 거 아냐?”
바로 이 분노 속에 대답이 들어 있다. 그런데 답을 알려면 말을 한 꺼풀 뒤집어 봐야 한다. ‘눈으로 척 본다는 것’ 말이다. 과연 맨 눈으로 고흐를 보면 그게 좋아 보일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아무리 좋은 작품을 보고 눈의 호사를 누리려 해도 뭔가 경험이 있고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훈련을 하루아침에 할 수 있을까? 미술사가 있는 이유는 눈의 훈련의 역사가 매우 길기 때문이다. 미술에 이론이 있는 이유는 그 훈련이 단순히 눈의 훈련만이 아니라 사고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의 훈련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그런 훈련의 방식과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도대체 사진이 무엇을 보여주는가? 사진을 통해서 대상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대상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진의 감각은 얼마나 예민하고 정확한가? 등등 평소에는 잘 제기되지 않거나, 옳은 방식으로 제기되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 기획을 사진기록학자, 사진비평가, 이미지비평가-라고 소개한 사람들이 한 이유도 사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뜯어 고치자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유형의 전시를 앞으로 또 기획한다면 사진에 있어서 이론이 작동하는 지점을 면밀히 보고, 이론과 작업, 이미지와 사고의 사이에 있는 치밀하고 유연한 작용들을 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전시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일 뿐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