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수필 <어항><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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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지나치게 맑은 날임에도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가장 깊숙한 곳, 그러니까 축축하고 어둡고 빛조차 들지 않는 그런 심해에서 침전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그런 날. 그럴 때면 김윤주는 방 한구석에 고이 모셔 둔 어항으로 다가가서 고개를 바짝 들이밀고 어항 속을 들여다본다.
인위적으로 산소를 만들고 있는 산소 발생기에서 끝없이 내뿜는 공기 방울을 보고 있자면 그것의 존재 의미에 대한 의문이 들어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버린다. 어항 안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물고기는 물론이거니와 어항 아래 깔린 자갈, 넘실거리는 해초 모양의 풀 또한 모두 플라스틱이었다. 생명체에게 필수적 요소인 산소를 공급해 주는 기계는 누구를 위해 열심히 평생을 일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이렇게 하릴없이 산소호흡기가 제 삶을 평생 무의미하게 살게 하려고 구매했던 것은 아니었고, 처음에는 어항 안에 물고기가 있었다.
도가 넘실거리고 그 자체로도 산소가 충분하게 넘치는 우리들의 고향 바다로. 윤주는 혹시나 기사 아저씨에게도 들릴까 봐 락앤락을 제 품 안으로 끌어안는다. 괜찮아, 내가 데리고 가줄게. 중얼거리는 말에도 묵묵하게 운전을 이어 나가는 기사는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생일날에 받았던 열대어 두 마리. 한 마리는 꼬리 부분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몸통은 샛노란 밝은 물고기였고, 한 마리는 수수하고 연한 색에 푸른빛이 도는 물고기였다. 김윤주는 물고기의 이름을 각각 대두와 소두로 지었다. 머리가 큰 것도 머리가 작은 것도 아닌 두 물고기는 그날 이후로 대두와 소두라고 불리게 되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