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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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이 남긴 이야기는 여러 가지 해석을 부르는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전후 배경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내적 갈등과 사상의 충돌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등장인물로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이명준이라는 캐릭터는 전쟁 상황에서 포로가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 자신이 믿어 온 것들과 현실에서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괴리감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머릿속을 계속해서 가르는 사상적 갈등을 떨쳐낼 수 없어 보인다. 정신 안에서 불협화음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는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품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마무리되는데, 거기에는 어떤 허무함과 동시에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지 않나 싶다.

이야기 전체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는 밀실과 광장의 대비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밀실이라는 상징적 공간은 자신을 감추거나 숨기려고 할 때, 혹은 내면 세계에 침잠해서 개인적 사유에 몰입할 때 등장하는 이미지다. 반면에 광장은 모든 것이 드러나는 장소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공간이다. 주인공은 이 두 공간 사이를 오가며 심적 불안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닫힌 방 안에서는 스스로를 성찰하며 고민을 깊이 파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 사이에 들어서면, 그의 생각이 온전히 살아서 실행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안에 갇혔다가, 세상 속으로 나왔다가를 반복한다.

한편으로는 남북의 이념 대립이 뚜렷한 시대적 배경과 겹치기도 한다. 그는 남과 북 어느 쪽에도 섣불리 의지하기 어려워한다. 마음 한구석에는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는 로망이 있을지 몰라도, 현실의 제도와 체계가 그를 지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가 북쪽 사회와 남쪽 사회 모두에서 진정한 해방감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그런 이유로 제3국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에게 남쪽도 북쪽도 스스로를 온전히 투영할 수 없는 공간이라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택한 도피가 자유로웠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본다. 배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사건은 매우 상징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지는 그 장면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궁극의 고독에 빠져 버리는 모습 같다. 사방이 탁 트여 있는 곳에 뛰어들었는데, 실은 그것이 가장 폐쇄적인 결말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막을 내리는 느낌이 강하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