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츠의 죽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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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잘 알려진 톨스토이는 자신의 단편집 중에서 ‘이반 일리츠의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담아놓았다. 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지방 영주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안고 살아가던 이반 일리츠 백작은 어느 날 갑작스런 불치병에 걸리면서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불행히도 그 불치병이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작을 간호하던 그의 가족들을 포함한 친인척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난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과 덕을 베푸는 일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그는 집에 혼자 남겨진 자신의 처지에 슬퍼하고 절망한다. 그렇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인생에 대한 허망감과 원망만이 가득찼던 그에게 한 노인이 찾아온다. 그 노인은 자신의 일생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백작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어 준 사람이었다. 그 은혜를 갚으려 이번에는 반대로 백작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 찾아와 자신도 어차피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 전염병 따위 두렵지 않다는 노인의 말에 백작은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에 대하여 후회했던 나날들을 깊이 반성한다. 이렇게 소설은 결국 노인 곁에서 백작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마무리 지어진다.
보통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자신들이 성장했을 때 조부모님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죽음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내가 매우 어렸을 적에 조부모님, 외조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시는 바람에 나는 ‘죽음’에 대한 어떠한 관념조차 심어져 있지 않았다. 성장하는 나에게 있어서 가시적인 것은 내가 한 살, 한 살 학년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지 내 인생에서 죽음의 학년에 도달하는 최고점은 너무 높아 구름안개에 가려진 산정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젊음의 한복판에 서있는 나에게서 젊음은 영원한 것처럼 보였고, 죽음은 국군장병아저씨께 편지를 쓰는 초등학교 남학생 머릿속에 들어있는 군대에 대한 생각처럼 막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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