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88만원 세대』를 읽고 - 누가 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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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는 80년에 태어났다. 1980년. 그리고 그 80이라는 숫자에서 나는 자꾸 어떤 환영을 본다. 상징성이나 숙명성같은 것. 대한민국 사회의 80년대가 점하고 있던 어떤 역사적 의미가, 80년생이라는 나의 출생년도에 자꾸 겹쳐 보이는 것이다. 사실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일 수도 있다.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말하자면 일종의 망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계속 80년대의 시대정신을 향수하듯, 나도 그때를 자꾸 떠올리고 마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그것은 아예 콤플렉스가 되어 버렸다. 앞세대, 그 역사의 순간에 섰던 사람들. 그러니까 나처럼 멋모르고 80년대를 산게 아니라, 진짜로 80년대를 살았던 세대에 대한 열등감과 같은 것이었다. 지금에야 그 열등감이 가당찮은 것임을 알지만, 그때는 자못 심각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열등감엔 동세대에 대한 실망과 자괴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우리 세대가 창피했다. 특히 그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할 때, 영어권으로 어학연수를 2년 쯤 가고 싶다고 말할 때, 부모재산을 은연중 자랑할 때, 대기업에 다닌다는 선배를 우러러 볼 때, 결혼 상대의 조건을 운운 할 때, 난 정말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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