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하여

소개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전후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인물인 미하엘을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으로 그려내었다. 미하엘은 20살 이상 연상인 여인 한나 슈미츠와 10대에 관계를 맺었고 이들의 인연은 잠시 끊어졌다가 미하엘이 성인이 된후 다시 이어진다. 부모세대의 홀로코스트 역사의 가해자인 한나 슈미츠는 기성세대에 공감하지 못하고 불만을 품고 있던 전후세대의 미하엘과 연결되어 그에게 나치 역사에 대한 전후 세대와 전쟁 세대의 접점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여성화되고 나약해진 나치의 모습은 슐링크의 재구성으로 인해 실제 나치의 만행과 죄과가 미화된 모습을 보인다. 피해자를 가해자의 모습으로 바꿈으로써 진짜 피해자의 부재가 나타나면서, 나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책읽기와 문맹의 탈출에서 깨우치게 된 피해자(한나)의 마지막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가 아니라 스스로의 죽음이라는 데에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들의 진정한 만남과 화해는 이루어 지지 못하고 기성세대의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홀로코스트 역사는 독일에서 많은 문제와 한계점을 가지며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목차

들어가기
갈등의 시작: 우월한 유대인과 열등한 독일인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지도자들
경제 위기로 인한 갈등의 심화

본문내용

위에서 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 전복은 한나 슈미츠에게서 볼 수 있다. 수용소의 간부로 일하는 과거를 가진 한나 슈미츠.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고 수용소를 관리하는 그녀의 직위는 분명 독일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에 냉혈한 같은 가해자이다. 한나는 도처에 잠복해 있는 전쟁 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대변되어 상징적 인물로 그 의미를 지니며, 나치 12년간의 온갖 죄악의 대리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가해자라는 위치는 여성이라는 점, 글을 모르는 문맹이라는 점에서 그 죄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몸이 아픈 소년인 주인공을 대하는 한나의 다정한 여성적인 모습은 미하엘의 춘정을 불러일으킬 뿐 만 아니라 독자들이 독일 나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함께 적의도 반감시킨다. 피도 눈물도 감정도 없을 것 같은 굳은 얼굴로 불쌍한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는 우악스러운 손속을 생각하게 만드는 차가운 군복의 나치의 모습이 보통 사람들이 가진 나치에 대한 선입견이라면, 작가는 한나라는 여성을 이들 대신에 내세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어 버린다.
인간의 전쟁 역사에서 항상 피해자의 고지를 점령하며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리고 꼭 그래야만 하는 여성들의 가녀린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곧 법정의 의자에 앉아 심문을 받는 한나 슈미츠를 피해자의 모습으로 다시 보기 시작한다. 여기에 글을 못 읽는다는 설정은 사람들의 동정심에 불을 지핀다. 그녀가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문맹이라는 그녀의 약점은 마치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로는 절대 밖에 돌아다니려고 하지 않는 여성들의 자존심처럼 한나의 여성성을 부각시킨다. 또한, 미하엘과 한나의 불균형적인 관계는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그녀를 저울질하기 전에 그녀를 재빨리 피고석에 앉혀 쇠고랑을 채우는데, 이것은 그녀를 사랑이라는 분홍빛 화사한 과거를 이용해서 검은 나치 과거 위에다 덧씌워버리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아직도 첫사랑의 감정이 남아 그녀를 보고 감정이 치솟는 미하엘이라는 남자의 애틋한 시선으로 쓰인 글까지 더해지면 그녀는 더 이상 차가운 나치의 하수인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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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영,「독일 ‘68세대’와 과거극복 - 나치과거에 대한 세대경험의 연속성과 단절에 대하여」한국사회학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