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의 노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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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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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한 번씩 책꽂이 대청소를 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챙겨두는 책이 한 권 있다. 실은 책이 아니라 막둥이가 4학년 한 해 동안 쓴 일기장모음이다.
낱권들을 서로 단단히 묶어 가는 것이 과제라 해서 도와주었었는데 색 켄트지로 제본 흉내를 낸 솜씨며 앞뒤 표지의 얄궂은 그림들이 다 써 버린 낙서 장 정도로나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9월 2일 목요일 제목 : 가족
우리 가족은 나를 싫어하나 보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시는데 어머니는 아버지, 큰오빠, 작은 오빠만 사랑하는 것 같고 오빠들은 어머니 아버지만 좋아하는 것 같다. 오빠들도 오빠들끼리만 논다.
나는 주워온 아이일까? 사진도 나는 앨범만 있고 그 안에 사진이 없다. 큰오빠 작은 오빠 앨범에는 자리가 없어서 넘쳐나는데……. 육아일기도 오빠들과 아버지 어머니 얘기로만 쌓여있고 나는 왕따를 당한 것 같다.
내가 정말 주워 온 아이이면 나의 진짜 어머니 아버지를 찾으러 떠날 것이다. 죽고 싶은 생각도 많이 나지만 그럴 용기가 없다. 나의 사랑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
몇 번 본 자리라 쉽게 펴진 면이다. 제 딴에는 눈시울 적셔가며 썼겠건만 이제는 되돌 릴 수 없는 세월 때문에라도 내게는 그저 소중하기만 하다.
결혼을 작심한 후, 일기장 열댓 권을 내 손으로 불살랐다.
불확실성의 미래 앞에서 적어도 뒤 돌아서지는 않겠다고 마음먹고 한 소위였는데 아버지께는 그 일이 그렇게나 힘드셨다. 뵈러 갈 적마다 당신만의 보물 1호를 -당신 스스로 그렇게 부르셨다.- 꺼내 보이셨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