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박민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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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박민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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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자기만의 문체를 가진 작가, 박민규의 첫 장편이다. 역시나 특유의 문체는 처녀작에도 건재했고, 발랄함과 가벼움으로 문제의식에 냉소를 품고 있었다. DC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살피며 미국의 지배를 비꼬고, 바나나맨의 언행으로 그들이 `히어로`가 될 수 있게 밑받침한 우리를 희화화했다.

한국의 저능아반 어중이 주인공은, 학교에서 포르노를 보다 들켜 부모님호출령을 받자 슈퍼맨을 흉내내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은 사고로 가장해 자살을 시도한다. 눈을 떠 보니, 주인공은 언빌리버블하게도 천국도 지옥도 아닌 슈퍼맨의 품에 안겨 구조되 있었다. 슈퍼맨을 졸라 정의의 본부(HALL OF JUSTICE)에서 지내게 된 주인공은 바나나맨으로 거듭나 영웅들의 잔심부름(빅맥과 치킨버거, 그리고 원더우먼의 탐폰 사오기. 아, 아쿠아맨의 홍차 타는 일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을 맡는다.

이를테면 바나나맨(Bananan-Man)같은 것 말이지!

겉은 노랗다. 그러나 속은 희다. 그거야말로 우리의 컨셉트에 딱 맞는 이름이군.

축하해. 이젠 자젠 영웅이야.

너의 영혼은 백인이니까.

그렇다. 슈퍼맨도 헐크도, 그들을 만든 DC코믹스나 마블도 모두 흰 피부를 가지고 아메리카에 거주한다. 미국인도 백인도 아니기에 영웅이 될 수 없는 주인공은, `그런 영웅도 필요할 시대가 올거다`는 베트맨의 말과 함께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바나나맨으로 탄생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