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넉넉하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돈’에 불안을 느낀다. 돈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도쿄 교외에 있는 작은 연립주택에서 사회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며, 연 수입은 백만 엔 이하로 살아가는 작가 오하라 헨리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게 돈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는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돈의 불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그는 소박한 은거 생활을 실천하며 증명해낸다.
만족이란 무언가를 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얻을 수도 있다. 오하라 헨리에게 만족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이다. 그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상태. 그 결과 자신만을 위해 벌고 모으고 쓰며 살아가던 때는 깨닫지 못했던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다. ‘먹고 살려면 의문 따위 품지 말고 계속 일해야 해’라는 생각에 저당 잡힌 삶, ‘실패해도 사는 데 지장 없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안 할지에 주목하고, 사회나 타인의 ‘좋아요’를 바라지 않는 작가의 삶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덕목을 깨우쳐준다. 우리는 세상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침은 직접 만든 스콘과 수프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사흘치씩 한 번에 만들어둡니다. 저는 뭔가 하는 김에 잡다한 일을 해치우는 걸 좋아해서 밥을 먹으면서 설거지한 그릇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자유시간입니다. 책을 읽고 청소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겨울은 추워서 가급적 움직이지 않고 여름은 반대로 시원할 때 많이 움직입니다.
나물 반찬이 떨어지면 뜯어 와서 말린 채소 (쑥이나 뽕잎 등)를 사용합니다. 아무튼 고명은 한두 가지를 곁들이는데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자유시간입니다. 산책할 겸 슈퍼마켓이나 집 근처에 있는 농가 직판장에 들르고, 나물을 뜯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도 합니다.
우선' 돈'을 생각할 때 '내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는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에 불안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유발하는 불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돈이 부족하고 힘든 상태일 때, 저는 일단 그곳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돈이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지 따위는 일단 제쳐둡니다. 왜 이렇게 힘든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힘들 때는 사고방식이 편협해지기 마련이고 무슨 생각을 한들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쉬우니까요.
하루라도 빨리 은퇴하고 싶었다. 생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첫째,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생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여러 보호막이 필요하다. 둘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내가 원하는 수준의 시드 머니를 빠른 시간 내에 모을 수 없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회사가 내 앞길을 막는 것 같았고, 업계 1위 자산관리회사의 자산관리사에게 맡긴 돈은 잘 불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산관리사는 비정상적인 투자처를 나에게 소개했고 나는 투자사기 피해자가 됐다.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갖게 됐고, 제때 치료 받지 않아 7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낙향했다.
퇴사 후 일 년 반 동안 요양한 후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된 나는 경력을 살려 지역대학 국고 관련 사업단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서 일을 시작했다. 이직할 때마다 급여가 급격하게 줄었지만, 워커홀릭의 삶을 버리고 적당히 사는 삶을 택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