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초반부는 이국에서의 낭만적이고 평범한 감상으로 시작된다. 끄라비는 태국의 섬인데, 열대나무, 석조의자, 투명한 해수, 절벽, 바람 등 공간의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잘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왠지 모르게 갈등에 긴장하는 대신에 분위기에 취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첫 번째 차별점이다.
두 번째로 이 소설의 특징은 끄라비라는 공간을 하나의 인격체로 형상화시킨 일이다. 끄라비라는 공간은 화자에게 있어서 최상의 낙원이고, 휴양지였다. 즉, 멋진 공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점점 진행됨에 따라 작가는 끄라비라는 공간을 점점 하나의 인격체로 발현시킨다. 화자는 처음 후배와 사랑에 빠진 후 “그녀가 사랑스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내게 사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다. 즉 화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결핍을 끄라비에서 채우고 갔다. 그 후 다시 찾은 끄라비에서 “내가 끄라비를 그리워한 만큼 끄라비도 나를 그리워했다.”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