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예비 엄마이번 에세이 과제 때문에 서점 육아 코너에서 책을 고르려고 이 책 저 책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가 툭 치길래 뒤돌아봤더니 오래전부터 사귀어온 동네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한참 인사를 하다가 나보고 육아코너에는 웬일이냐며 물었다. 학교 숙제 때문에 책 고르고 있는 중이라는 말과 함께 수업 내용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는 올 봄에 결혼하여 이미 뱃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는 예비 엄마였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 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니 대단한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부모의 아이에 대한 태도에 따른 애착 형성을 설명할 때에는 어! 정말? 진짜야? 하는 놀람의 표현을 연신 말하며 수험생 아이를 둔 강남의 엄마가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놀고 있다는 정보를 들을 때와 같이 눈이 반짝반짝 거렸다. 뒤늦게 도착한 친구의 남편과 인사를 하고 그네들은 쇼핑을 한다며 다른 층으로 갔다. 헤어지면서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아직도 내 귀에 윙윙거린다.너 진짜 좋은 아빠 되겠다!친구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든 후 다시 책 진열장을 쳐다보았다. 어떤 책이 에세이 쓰기가 편할까? 하던 불과 10여분 전의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 그 책들을 맞이했다. 어떤 책이 나중에 내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될까?내가 선택한 책은 일본의 초등학교 교장인 가게야마 히데오씨가 쓴 『공부습관 10살 전에 끝내라』이다. 카운터에서 책값을 계산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특별히 잘하는 것 하나 없이 그냥 그렇저렇 성적이 좋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군 제대 후 미래를 생각하니 깜깜한 내 자신을 보고 내 자식은 공부 못하더라도 특별한 것 하나는 끝내주게 하도록 키워야지 하던 내 양육 계획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공부는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모의 심정이 내게도 있나보다.세 살 버릇 여든까지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합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는 기초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부습관,10살 전에 끝내라 는 읽기, 쓰기, 말하기 와 같이 공부의 기본이 되는 것을 기초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이 기초학습이 잘 갖춰진 아이가 빠른 이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가게야마 교장이 교사 시절 이 방법을 통해 가르친 학생들이 일본 전국 학력테스트에서 10년 연속 1등을 차지하고 일본 유명 대학에 대거 입학한 바 있다.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공부에 대한 습관도 평생 간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 습관들을 무시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아무런 체계 없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가 태반이다. 저자가 중요시 하는 것은 부모의 일관된 교육 방식과 끊임없는 자기 관리이다. 여기서 자기 관리라 함은 부모 스스로도 자녀 앞에서 자신의 행동과 언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책 한자 안보는 부모의 아이가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에 곱게 책을 읽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부모의 성향과 교육 방식에 따라서 아이는 180도 달라 질 수 있다. 내가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함으로 느낀 자녀 교육의 한 일면이 이 책에도 나와 있다.부모의 성격, 아이에게 큰 영향나는 교회에서 유초등부 교사를 맡고 있다. 군 입대한 2년을 제외하면 3년째. 배태랑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은 알 정도이다.아이들 중에는 같은 나이라도 말을 또박또박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말보다는 눈짓, 몸짓이 많거나 말 끝을 흐리는 아이도 있다.사이가 정말 안 좋은 7살 된 두 아이가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어쩜 이렇게 자주 싸울까 할 정도이다. 예외 없이 싸움이 벌어진 어느 날, 나는 참다못해 그 아이들에게 진짜 화를 내고 말았다. 흠칫 놀란 두 아이의 반응이 상반 되었다. 한 아이는 말을 하지 않고 옷만 잡아당기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고, 한 아이는 왜 싸웠는지 화가 나있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의 문제가 심각하여 부모님과의 상담을 생각하고 그 아이들의 부모님을 떠올리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옷만 잡아당기고 있던 아이의 어머니는 성인인 나조차도 감당 할 수 없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고, 말을 잘하는 다른 한 아이의 어머니는 옆에만 가도 차분해지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 두 아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의사소통 기술이 부모의 성격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깨달을 때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동 교육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던 나는 그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는 내가 느낀 그 부분을 정확히 집어 주고 있다.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빛과 행동만 봐도 다 안다. 따라서 아이의 필요를 표현하는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가정에서 뿐만이 아니라 밖에서의 언어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아도,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원하는 것을 얻어 왔던 아이들은, 정확히 말해 자신의 의견을 정확한 문장으로 끝까지 표현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가정 밖 사회에서도 언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격이 급한 부모는 아이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내준다. 반면 차분한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 시작하기 전에 알았더라도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끝까지 듣는다.아이는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이 책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다 설명하지는 않겠다. 필자의 주된 생각은 아이의 습관은 부모의 엄청난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건강해 지길 원하면 같이 운동해야 하고, 아이가 독서하기를 원하면 같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이의 하루 일과를 알고 싶다면 자신의 하루 삶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자신이 양육해야 하는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의 선배로서 아이가 높은 질의 삶을 살아가는데 부족함 없도록 온갖 정성을 다해 도와주는 평생의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이 책으로 보고 내린 결론이다. 물론 『공부습관....』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의 주제를 도출한 것일 수도 있다. 책의 내용 또한 가게야마씨가 고안해낸 기적의 100칸 계산법 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입부분에서 나의 미래의 아이가 우등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 이라고 썼지만 사실 이 책을 읽고 성적이 그렇게 중요하냐, 세상이 어느 땐데 이러한 교육에 대한 방법론적인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느냐, 인성교육, 인성교육 하는데 말뿐이다. 우리는 멀었다. 라는 비판의 내용을 이미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비판의 문장들은 쏙 들어가고야 말았다. 오히려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