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 번째 오페라를 감상하게 되었다. 음악을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감상하는 방법이 틀린 건지 오페라를 볼 때 마다 점점 이해되는 것이 아니고 복잡해지기만 한다. 연주를 듣고 있으면 그냥 웅장한 느낌과 발랄한 듯 한 느낌이 있을 뿐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없고 그저 무대의 꾸밈 이라던가, 의상, 배우들만이 눈에 들어오고 미리 읽어본 줄거리만 조금씩 무대와 매치된다. 그럼 춘희의 탄생배경과 줄거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파리의 사교계에서 염명(艶名)이 높았던 마리 뒤 프레시라는 실재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24세의 다정다감한 청년 뒤마 퓌스(삼총사로 유명한 대 뒤마의 아들 소뒤마)가 통렬하게 사회 비평을 한 모델 소설 [트라비아타]는 1848년 발표되자마자 많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 소설을 본 베르디는 이것이야 말로 평소 그가 찾고 있던 소재라고 생각하고 창작 의욕이 샘솟아 [리골렛토](1851년)의 각본을 썼던 프란체스코 M. 피아베에게 오페라 대본을 의뢰하고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과 계약을 맺은 후 불과 1개월 반 만에 전곡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초연은 1853년 3월 6일에 페니체 극장에서 이루어 졌는데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고 합니다. 그 원인은 주역인 비올레타역을 맡은 가수가 너무 살이 많이 쪘으며 파리 사교계의 소재가 이탈리아에서는 생소하였고, 또 하나의 이유로는 그 당시 같은 시대의 사건을 다룬 오페라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재연 시에는 [비올레타]를 닮은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을 주연으로 삼고 시대도 1700년대로 거슬러 올려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로 부터 떨어지게 하였기 때문인지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베르디하면 곧 트라비아타를 연상할 만큼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가 되었습니다.그러나 베르디가 처음에 의도하였던 현실을 직관하고 음악과 드라마가 격렬하게 서로 부딪쳐 하나가 되어서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 청순한 오페라는, 그의 뜻과 달리 아름다운 선율만을 강조한 경박한 미남미녀의 비련물이 되어 인습의 먼지 속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전주곡은 아주 짧은 곡이지만 이 오페라의 내용을 암시하듯, 전체적으로 애환이 베어 있어서 매우 아름답다. 애수 넘치는 전주로 막이 오르면, 무대는 이 오페라의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살롱. 손님들이 모여들어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기 직전. 가스톤 자작의 안내로 알프레도가 들어온다. 이 새 손님을 맞아서 일동은 각기 제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주빈인 알프레도에게 노래를 청한다. 그는 일어서서 술과 사랑을 찬미하는 를 부른다. 그의 노래에 이어 합창이 계속되고 마지막절은 비올레타가 받아서 부른다. 노래가 끝나고, 옆방에서 왈츠가 들려오자 모두들 그리고 간다. 비올레타는 갑자기 빈혈을 일으켜서 혼자 남는다. 알프레도가 그녀의 몸을 염려해서 다시 나타난다. 그는 비올레타의 방종한 생활을 충고하면서 1년 전부터 간직해온 애정을 고백한다. 비올레타는 세상을 보는 눈이 순박한 청년의 말을 비웃는다. 그리고는 가슴에 꽂았던 동백꽃을 건네준다. '안녕'이라는 한마디만 남긴채. 무도회가 끝난 살롱 안은 갑자기 한적해진다. 혼자 쓸쓸히 소파에 몸을 던진 비올레타의 가슴을 알프레도의 그림자가 밟고 지나간다. 그것이 사랑임을 깨다는 그녀, 비올레타의 저 유명한 아리아 '아, 그대던가'가 불리어지는 장면이다. 자기의 뛰는 가슴을 의아해하는 레시터티브에 이어서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면서 충만해지는 기쁨. 하지만 그녀는 곧 자기 자신의 처지와 헤어날 길 없는 생활의 사슬을 돌이켜보고 스스로 단념하려고 자기를 비웃어본다. 그러나 멀리서 들려오는 알프레도의 '사랑은 신비롭고 숭고한 우주의 고동'이라는 노랫소리에 항거할 힘은 없다.제2막 제1장은 파리 교외의 간소한 별장.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숨어사는 사랑의 보금자리다. 사냥 옷차림의 알프레도가 들어와서 '그대 없이는 살맛도 없다'를 부르며 두 사람만의 행복한 생활을 찬양한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하녀로부터 생활비가 궁색해서 비올레타가 가진 것을 팔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돈을 마련하려고 파리로 간다. 그 뒤에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찾아온다. 그는 아들에 대한 비올레타의 사랑이 순수한 것임을 알고 감명을 받지만, 임박한 딸의 혼담이 아들의 스캔들로 인해 지장을 가져올 것을 말하고 비올레타에게 헤어져주기를 간청한다. 굳은 결심을 한 비올레타는 제르몽에게 자리를 뜨게 한 뒤, 희생을 각오하고 알프레도에게 전할 이별의 편지를 쓴다. 곧이어 알프레도가 돌아온다. 비올레타는 새삼스럽게 그와의 애정을 확인한 후 방을 나간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알프레도에게 하인이 편지 한 통을 전한다. 알프레도는 편지를 읽고 절망에 빠져 한탄하고 있다. 이때, 아버지 제르몽이 나타나서 눈물을 씻고 명예를 회복하라면서 고향의 노래 '프로반스의 바다와 육지'를 부른다. 아버지의 정이 물씬 풍기는 정감 있는 노래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비올레타의 뒤를 쫓는다. 그는 그녀의 편지만 보고 비올레타를 오해해서 복수심에 사로잡힌 것이다.제2막, 제2장은 비올레타의 친구인 후룰라의 호화로운 저택,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한창이다. 많은 손님에 섞여서 알프레도가 나타나고 이어서 비올레타가 두뽈 남작과 함께 들어온다. 알프레도는 친구들과 도박을 시작해서 연전연승을 울린다. "사랑에는 패했지만 도박에는 이긴다. 돈을 따면 계집을 사서 시골로 돌아갈 테다" 비올레타에게 들으라는 듯이 지껄이는 말에 그녀의 가슴은 메어질 것 같다. 손님들이 식당으로 물러간 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불러 돌아가 달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는 비올레타의 배반을 추궁한다.
카르멘어느덧 오페라 감상이 4번째 작품이 되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카르멘은 내가 많이 들어본 음악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아는 음악이 나와서인지 집중이 되고 내용과 성악가들의 표현을 보고 싶어졌다.대강의 줄거리를 말하자면 담배공장 여주인공인 카르멘에게 마음을 뺏겨 버린 남자, 담배 공장 앞 네거리에 주둔하고 있는 기병대의 돈 호세라는 하사관이 있다. 돈 호세는 시골에 어머니와 약혼녀가 있으나 카르멘은 그에게 추파를 던진다. 얼마 후 카르멘은 그의 친구들과 언쟁 끝에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기병대에 구금되는데 그 도중에 호세를 농락하여 도망치고 만다. 호세는 직무태만으로 영창의 몸이 되었으나 카르멘을 잊지 못하고 영창을 나온 후 그녀가 있는 주점으로 간다.호세는 여전히 카르멘에게 마음을 두고 있지만 카르멘은 이미 투우사 에스카밀로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고 에스까밀로와 호세의 결투가 벌어지자 카르멘은 에스까밀로를 도망시킨다. 고향에서 약혼녀 미카엘라가 어머니의 위독함을 전하자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투우 경기가 열리는 날 호세는 카르멘을 찔러 죽인다.이러한 줄거리의 카르멘은 어떤 여성인가? 그녀는 자유스러웠다. 그녀의 그 괴팍한 고집이 자유이고 정해지지 않는 그녀의 사랑이 자유이다. 육체도 사랑을 가두지 못하고 감정도 사랑의 다가 아니며 사랑은 자유이고 사랑에는 경계선이 없다.난 카르멘의 아름다운 외모와 그 감정적인 성격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를 가만있게 하지 못하는 자유의 힘과 경계 없는 사랑이 나에겐 매우 매력적이고도 슬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누구나가 이 카르멘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없다. 아직도 쉽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의 내면을 보라! 얼마나 순수한지 얼마나 쉽게 속아버리고 쉽게 반해버리는지 뱀 같이 찬 지혜를 가지지 못한 처녀, 총각인지..나는 카르멘이 얄미운 고양이 같다. 허영심 많게 보이기도 했고. 그 고집과 발악이 때론 호세로 하여금 질리게 하지 않을까 오히려 카르멘보다 호세를 더 걱정했었다. 무엇을 믿고 그렇게 그녀가 죽이겠다는 호세에게 당당했을 수 있을까? 아직도 섬 뜻한 그 껌껌한 숲 사랑하는 카르멘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하는 간절한 호세의 호소와 차갑고 냉정하게 할퀴려드는 카르멘의 그 말다툼을 기억한다. 그리고 호세가 칼을 들고 다시 위협했을 때에 호세의 뜨거운 사랑, 방향이 다른 카르멘의 뜨거운 사랑 이 참으로 처절하게 밤의 숲속에서 메아리쳤을 것이다. 고양이가 그렇다 한다. 아무리 사랑해주는 주인이라도 자신을 귀찮게 하면 할퀴고 '도망'해 버린다고...나는 카르멘이 우리 엄마 같다. 80년대- 가정적인 아버지 그리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 앞에 카르멘과 같은 싸움을 벌렸던 나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사랑해서 무척이나 괴로워하셨던 아버지..어느 가정에게나 사회에 여성의 목소리가 나기 시작할 때 이런 싸움은 있었다고 생각된다. 여성이 자유를 누린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새롭게 가진다. 호세가 카르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사랑도 사랑이다. 탓할 수만도 없는 사랑이다. 그 사랑에 싸우며 자신의 애정에 믿음을 두고 거기서 오는 기쁨을 누린 카르멘의 사랑도 사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