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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오빠가 돌아왔다.
    문학개론오빠가 돌아왔다-‘오빠가 돌아왔다’ 서평200301418 중국어과 박형민알만한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다니는 후배 녀석이 군대에 가던 즈음에, “형, 책 좀 읽고 살아야지” 하면서 건네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표지에는 꽤 유명한 작자가 그렸다는 그림이 실려있다. 한 손엔 펜을, 다른 한 손엔 쓰다만 편지를 들고 욕조에서 자살한 장면을 묘사한......(적어도 내가 보기엔) 내용도 표지만큼이나 참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나에게 김영하란 작가의 첫인상은 정말이지 거시기했다. 역시 배워 먹고 예술 한다 하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노릇이라던가. 어떻게 하다 보니 시간은 흘러 흘러, 그 후배 녀석이 휴가를 나왔다. 나올 때마다 내게 책 한 권씩 사주는 고마운 - 아주 가끔은 전혀 고맙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 습관이 있다. 이것 저것 열심히 설명해 주는 그 녀석을 뒤로 하고, “야, 이거 그림이 딱 이다. 책도 얇네. 이거.”하고 집은 게 바로 ‘오빠가 돌아왔다’다.표지엔 누구에게나 외모의 자신감을 얻게 해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외계인보다 좀 더 못나 보이는 남자 녀석이 야구방망이 하나를 들고 있고, 옆에는 반전의 묘미를 주려는 의도인지 이 남자 놈의 외모도 단번에 아까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리는 여자 애가 하나 있다. 그 옆에는 김영하 소설집이라고 적혀 있다.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 하나. “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머리에 오래 남지 않는가? 날 사랑해주셨던 선생님보다 내 엉덩이를 더욱 사랑하셔서 흠씬 두들겨 패주셨던 선생님이 기억에 나는 것처럼 말이다. 잡담은 각설하고, 내 머리 속은 온통 책을 환불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의 FM적인 예절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도저히 선물 받은 책을 환불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아마 귀찮아서였던 것 같다.‘오빠가 돌아왔다’니까 당연한 이야기 일지 몰라도 일단, 오빠가 등장한다. 뒤이어, 아빠, 엄마, ‘나’, 그리고 오빠의 외계 동거녀가 사이 좋게 쪼르르 등장한다. 아빠라는 양반은, 더 이상 힘으로 아들 녀석을 제압하는 데 실패하자, 청소년 성매매 등의 죄목으로 아들을 신고한다 –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인간은 비리 고발 및 민원 제기로 연명하고 있다. 엄마는 집을 나간 지 5년 째, 동네 함바집 사장님이다. 동거녀 ‘소연’은 – ‘남자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 - 오빠 하나 때문에 이 집에 코 꿰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나’ 경선이. 내용상 이렇게 저렇게 짜맞추면 나이는 열 넷이라는데, 세상 단물 쓴물 다 빨아먹어본 듯한 풍부한 경험, 혹은 간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시니컬한 상황 묘사가 특징이다.내용은 대강 이렇다. 오빠는 알코올 중독자 아빠한테 얻어맞은 기억밖에 없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집을 뛰쳐나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여자애 하나를 데리고 들어온다. 아빠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이 상황을 막아보려 하지만 혈기왕성한 스무 살 장정을 힘으로 어떻게 이겨보려는 시도 자체가 딱 계란에 바위치기 꼴이다. 쿠데타에 성공한 오빠는 실질적인 가장으로 자리 잡고, 동거녀 ‘소연’을 어딘가 미친 듯한 이 콩가루 집안에 정착시키기에 바쁘다. 라면도 하나 제대로 못 끓이면서, 어디 시골 촌구석에서 차 나르던 가닥은 있는지 커피 하나는 기차게 타오는 ‘소연’을 보는 ‘나’는 한심해 미쳐버릴 지경이지만, 오빠의 뻗치는 성욕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는 ‘이제 내 팬티 훔쳐갈 일은 없겠군’이라며, 아주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공사판 옆 함바집 사장님인 엄마는 며느리 될 년은 봐야겠다며 – 사실 ‘나’의 눈에는 볼품없기 짝이 없지만, 아빠 품이 그리운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은근한 재결합의 속내를 비추고 있다.정말이지 이렇게 가족 구성원들과의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의 측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정이 과연 있을까? 이들 서로는 완벽하게도 기능적으로만 서로 관계되어 있다 – ‘나’는 오빠를 가장 좋아하지만, 사실은 군것질할 돈이라도 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서이고, 엄마란 작자는 어리숙한 아빠와는 죽어도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며 ‘재결합은 절대 안돼’라고 말하지만, ‘잠’만은 같이 자고 싶어하는 등의.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했던가. 소설의 결말을 더욱 가관을 향해 치닫는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침, 이놈의 ‘두꺼비 하우스’ – ‘나’는 이 집구석을 이렇게 부른다 – 와는 어울릴 생각도 없는,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엄마’와 ‘소연’이 김밥을 말고 있고, ‘오빠’도 몇 년만인지도 모를 만큼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야유회”를 간다는 것이다. ‘아빠’ 품에서 자고 나더니 ‘엄마’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이 기회를 통해 ‘오빠’는 ‘소연’을 은근 우리 가족에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게 아닌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야유회는 강행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당시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까지 찍는데, 묘사가 정말 기차다. ‘엄마는 얼굴이 큰데도 맨 앞에서 찍어서 얼굴이 타이어만하게 나왔고 오빠와 여자애는 뒤에서 찍어서 쪼다처럼 나왔다. 나는 좀 예쁘게 나왔는데 여자애는 그게 조명발 덕이라고 구시렁거렸다. 바보. 조명은 나한테만 비추나.’읽는 내내, 깔깔대고 구르며 기가 막혀 하면서도 기대감은 계속 되었다. 도대체가 이놈의 집구석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놈들은 어디까지 가는 것인가 하는 씁쓸하지만 동시에 유쾌한 기대. 다시 한 번 ‘나’를 통해 투영된 작가의 시각과 말투에 존경을 표한다.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어디 한 쪽에 - 씁쓸하거나 유쾌하기만 하다든가 하는 -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어떻게 보면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설정들의 연속적인 나열로 보이지만, ‘나’의 걸죽하고 시니컬한 묘사를 통해서, 성욕 충족을 위해 딸년 교복을 훔쳐가는 아빠, 열 일곱에 남자 맛을 알아버려 쑥대밭에 뛰어든 소연, 며느리 될 년은 봐야 되지 않겠냐며 아빠 품이 그리워 돌아온 엄마 등등의 일련의 콩가루 집안의 전형적인 인물들과 설정들이 조금이나마 유쾌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훌륭한 작품이다.마지막으로, 작가가 내게 던져주는 질문 – ‘과연 그렇다면 댁의 가정은 평안하십니까’ - 에 과연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나의 가정은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으면서 강 건너 불구경인양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해 보게 되었다. 한 가지 더, 올해가 가기 전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독후감/창작| 2006.10.23| 3페이지| 1,000원| 조회(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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