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학교 축제일 아침 서초동으로 향했다. 솔직히 법학개론을 재수강 한다는 것이 후배들 보기에 조금 부끄러운면이 있어서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법학을 전공하면서 대법원한번 못 가보면 안 될 것 같고 또 이번 기회가 적기인 것 같아 마음은 조금 무거웠지만, 대법원 청사앞으로 가게 되었다. 1학년 때 이후 지방법원은 몇 번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번이 첨이어서 아침부터 내심 기대가 됐다.처음 대법원 청사 앞에서 그 웅장함에 놀랐다. 역시 동양 최대의 법조단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규모였다. 현관에 들어서서 안내하는 분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대강당으로 향했고 거기서 대법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우리 법원의 역사, 간단한 소송절차 등이 나오는 법원 홍보 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대법원장이 윤관 전대법원장으로 나오는 오래된 비디오여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다음으로 안내를 받으며 간 곳은 법원 전시실이었다. 조그마한 규모의 전시실이었지만 역대 대법원장의 사진, 대법원 청사 모형, 법복(法服)의 변천과정 등이 자세하게 전시 되어 있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김병로(金炳魯) 초대 대법원장과 함께 가장 정의로운 법관으로 알려져 있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법관인 김홍섭(金洪燮) 판사의 친필 노트를 볼 수 있었는데 그 감회가 새로웠다. 20세기 최고의 법학자라는 구스타브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나 미국의 홈즈(O. W. Holmes) 판사와 감히 비교될 수 있는 법사상가이면서 너무나도 청렴하고 정의롭게 살아 왔던 사도법관(使徒法官) 김홍섭의 친필 노트를 보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안내하시는 분의 안내를 받아 다음으로 간 곳은 법원 도서관이었다. 엄청난 양의 법서들을 보고 놀랐다. 수 많은 판례와 법이론서, 외국의 서적, 외국의 판례집들이 있는 이곳 법원 도서관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아직은 법관 및 법조계의 몇몇만 이용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이용을 못한다니 너무나도 아쉬웠다. 빠른 시일내에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또 법원 도서관에는 일본어 번역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가 있었는데 일본 판례들을 참고하기 위해서 그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일본법을 계수 했으므로 그들의 판례를 참고하고 인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씁쓸함이 맴돌았다.도서관 견학 후 소법정과 대법정을 관람 할 수 있었다. 법정의 출입구 옆에는 김병로(金炳魯) 초대 대법원장의 흉상(胸像)이 있었고 대법정 입구에는 칼과 저울 대신 칼과 법전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었다. 특히 김병로 법관의 흉상은 후배 법관들이 뜻을 모아 세웠다고 한다. 법관들이 존경하는 법관,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서의 삶은 아마도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으로서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흉상을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었다.대법정안으로 들어가서 우리는 대법원 홍보과에서 근무하는 13년차의 한 중견판사분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이 생각하는 법관으로서의 갖추어야할 자세, 판사라는 직업의 매력 등 우리의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해 주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이고 좋았다. 아마 우리 대부분에게 이 시간이 가장 인상에 남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법관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해야할 일, 그전에 갖추어야 할 자세 등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