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포카혼타스가 역사상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단순히 그런 에니메이션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수업을 통해 에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나의 관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새삼 놀랐고, 정신대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를 향한 작지만 큰 목소리들이 생각났다. 또한 관련서적들을 보면서 같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도 쓰는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실은 하나인데 어디서 불을 비추느냐에 따라 너무도 다른 모습들이 보여지는 것 같다.제임스 타운과 존 스미스에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무대중 하나인 제임스 타운은 한마디로 가난과 죽음의 장소였다. 원주민으로부터 안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륙을 선택하였으나 낮고 습기가 차서 말라리아가 발생하기 쉬웠고, 두터운 나무들로 둘러싸여 경작지를 일구기가 어려웠다. 초기 식민지 건설 시기 말에 제임스타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식민지가 살아 남았다는 것 뿐이다. 이러한 소멸될 위기에 처한 제임스타운이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27세의 나이에 이미 세계여행가로 유명해진 존스미스(John Smith)선장의 노력의 결과였다. 식민지의 지도층은 1608년 가을 스미스가 지도권을 가질때까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었다. 스미스는 식민지에 질서를 잡고 일을 시켰다. 그는 또한 이웃한 인디언 마을에서 음식을 훔치고 원주민을 납치하도록 습격단을 조직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인들이 제임스타운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 동안에는 200명 가량 중에서 죽은 사람이 10명이 넘지 않았다. 1609년 여름 스미스가 영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제임스 타운은 살아남을 전망을 보였다. 그러나 제임스타운의 시련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었다. 초기 정착민들의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적대감을 지녔던 그 지역 인디언들은 숲속의 가축들을 죽이고 식민지인들을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유럽인들은 '개, 고양이, 쥐, 뱀, 두꺼비, 말가죽' 등 그들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잡아먹고 살았다. 그리고 한 생존자의 회고에 따르면, 심지어는 '시체'까지 먹었다.에니메이션 속에서 근육질의 섹시한 몸과 금발을 휘날리며 포카혼타스에게 연정을 품게했던 존스미스는 사실은 약탈단을 조직한 생존단의 보스였다. 그의 회고록에 보면 어느날 인근 인디언 마을로 친선 방문을 했는데, 느닷없이 주민들이 그를 붙잡아서는 도끼로 그를 내려치려했다. 그런데 아리따운 인디언 처녀 하나가 뛰어들어 그를 껴안고 추장에게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는 바람에 그는 겨우 목숨을 건졌다. 알고 보니 그 아가씨는 추장의 딸로 이름을 포카혼타스라고 했는데, 평소 스미스에게 연정을 느낀 나머지 목숨을 걸고 그를 살려냈다고 하는 것이다. 서술자의 관점에 따라 사실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연 단순한 친선방문에서 인디언들이 '느닷없이' 그를 붙잡았을까? 아무 이유없이 그를 도끼로 내리치려했을까? 도한 그가 아리따운 아가씨라고 표현한 포카혼타스는 당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런 아이가 과연 연정을 품고 그를 구했을까?포카혼타스에니메이션 속에서 운명의 여인 포카혼타스는 앞에서 언급한 편견에 도전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포카혼타스는 어린 소녀이기보다 맵시있고 현대적이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모델의 이미지를 가지고 역사적 인물로 형상화 된다. 어찌보면 그간 헐리우드 영화에서 서부시대 쌍권총을 들고 시가를 문 멋진 총잡이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아녀자들을 납치하는 '인디언 상'에서는 많은 진보를 보였다고는 할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초반부에 그녀는 자신을 가장 용감한 인디언 전사와 결혼시키려는 아버지의 시도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정체성을 부여 받는다. 그러나 결국 남성모델처럼 생긴 금발의 식민주의자 존스미스와의 연애사건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존스미스를 구하며, 영국함선의 선원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존을 위한 격전장은 금새 감상주의적이며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교훈을 주는 상황으로 변한다. 영화 속에서 대학살을 저지른 과거 식민주의의 역사를 할리우드식으로 표백시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