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삼인조일재의 은 한국 최초의 紙上 발표 희곡으로 1912년 11월 17일부터 25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종래 남성우월주의사회에서, 부부상이 전도된 세 부부간의 어느 하루 저녁 동안의 해프닝을 그린다. 한 쌍은 아내가 여학교 교원이요 남편은 교사시험에 떨어져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청부(廳夫)가 된다. 그는 다시 시험을 치라는 아내의 성화에 귀머거리로 위장(僞裝)한다. 둘째 쌍은 아내가 의사요 남편은 한의학을 한 엉터리 교의(校醫)이다. 그는 오진을 추궁하는 아내 앞에서 벙어리 행세를 한다. 셋째 쌍은 아내가 교장인데 남편은 그 밑에서 회계를 맡고 있다. 그는 공금을 유용하고 아내 앞에서 장님으로 위장한다. 그러나 남편들의 위장은 아내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폭로되고 견디다 못한 남편들이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상팔자"라고 집단항거를 하고, 아내들은 곧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화해를 한다.4장은 각각이 언뜻 보기에는 우연의 반복으로 무의미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매우 정교한 극적 짜임새를 취하고 있고, 각각의 장면의 주인공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잘 짜여진 구조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게다가 각 장면의 중심을 이루는 세 쌍의 부부의 성격이 장에 따라 각각 달리, 점층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1장의 막이 열리자마자 불도 없는 아궁이에서 밥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정필수의 독백이다. 이들 부부의 지난 내력과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그의 혼잣말에서 드러난다. 강원도 시골에서 상경하여 두 사람이 같이 학교를 다녔고, 졸업하여 함께 교사 자격 시험을 치렀으나 아내만 합격하고 남편은 탈락하여 남편은 아내가 교사로 있는 그 학교의 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아내보다 무능력한 자신에게 좌절하기보다는 아내가 자신을 남편으로보다는 직장의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것에 더욱 비참함을 느낀다. 즉 남편 정필수는 그러한 능력의 차이에서보다도 보수적인 의미에서의 가장의 지위가 상실되었다는 사실에서 가장 크게 상심하는 것이다. 시골에서 정답게 지내다가 '손을 맞잡고' 상경해서 공부한 결과가 결국 가장의 지위에서 하인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가 마누라를 상전으로 섬기고 있다는 것을 독백으로 중얼거릴 만큼 두드러지는 정필수의 여우남열(女優男劣)의 열등적 성격이, 업동모와의 대화에서 그러한 자신을 변명해보려고 노력하는 구차한 모습에서부터 이미 드러나고 있다. 정필수는 자기 아내를 계모 같다고 여기고, 집에서는 제발 남들처럼 다정히 지내기를 원한다. 정필수가 아내에게 바라는 것은 밖에서는 하인 취급을 하더라도 집에 들어와서는 남편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 이옥자는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자신의 남편을 하인이라고 모욕을 줌으로써 그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그를 공부시키고자 애쓴다. 이러한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 근본적으로는 보수적인 부부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이옥자는 정필수가 꾀병을 부리자 세 여자 가운데서 제일 어리숙하게 속아 넘어 가고 하계순의 처방대로 남편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 순진한 면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여인이다. 이러한 이옥자에 비할 때 정필수는 자신의 가부장적인 권위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쫓겨나기가 겁이나 할 수 없이 책을 드는 무기력한 남성으로 등장할 뿐이다.이러한 정필수에 비하여 하계순은 자신의 아내 공소사와 어느 정도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계순-공소사, 이들 부부의 우열은 논리의 다툼에서 판가름난다. 정필수를 귀머거리로 진찰한 이유에 대한 의료적 판단을 논하는 이러한 논쟁은 하계순의 한의학에 대한 공소사의 서양의학의 승리로 결말이 난다. 즉, 이들 부부는 같은 의사로서 경제적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병원 이름이 '공소사의원'인 데서 보듯, 남편 하계순이 아내 공소사의 보조 의사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었는데, 그 지위마저도 아내의 학리(學理)에 말문이 막혀 잃어버리고 문간 심부름꾼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하계순은 정필수와는 달리 나름대로의 남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가 경제적 신분의 하락을 맞고 마는 것이어서 '정필수-이옥자'의 관계와는 다소 진전된 부부 관계를 보여 준다.이러한 두 쌍의 부부와는 달리 '박원청-김원경'의 관계는 가장 분명한 개성을 지닌 부부상을 보여 준다. 우선 박원청은 앞의 두 남자와는 달리 기생과 놀 줄도 아는 가장 호방스러운 기질을 보여 주어, 정필수와 특히 대조되는 성격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만큼 아내에 복종하는 그의 이중적인 성격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형성해 준다. 노름채를 주기 위해 공금을 횡령할 줄도 아는 위인이지만 결국 그것이 탄로 나자 장님 행세를 하게 되는데, 앞의 남자들과는 달리 '병자'가 되기까지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그만큼 그의 꾀병은 웃음을 만들어 준다. 게다가 김원경 역시 박원청이 거짓 장님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오히려 그것을 놀려먹을 줄 아는 여유를 지닐 만큼 여장부의 풍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김원경은 앞의 두 여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남편에게 쉽게 반말을 하지도 않는다. 역으로 박원청은 앞의 두 남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아내에게 반말로 대꾸할 줄도 안다. 게다가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기 꺼려하는 체면치레도 할 줄 안다. 그러나 그런 박원청도 남편의 지위마저 박탈시킬 것이라는 압력에는 결국 굴복하고 만다.결국 세 남편들은 남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병자의 흉내를 내고 집에서 쫓겨난다. 이 세 남자가 여학교 문전에서 만났을 때도 이들 간의 성격의 편차가 드러나고, 역시 박원청의 성격이 가장 '남자답게' 묘사되고 있다. 여자들을 내쫓자며 허풍을 떠는 박원청은, 아내들이 나와서 남편의 권리를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오히려 그 협박을 역이용하여 결국 위기를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남편들을 구류에 처한다는 헌병보조원의 말에 아내들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 즉 이옥자는 그저 잘못하였다고 용서를 빌고, 공소사 역시 감옥만은 보내지 말라고 하는 데 비하여 김원경은 그 순간에도 여자 사회의 명예 손상을 염려하는 여류 명사의 권위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이렇듯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쌍의 부부는 공통적으로 '부우부열(婦優夫劣)'의 관계로 엮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각각의 쌍이 보여 주는 성격의 편차가 정필수:이옥자→하계순:공소사→박원청:김원경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밀도 있는 구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것이 또한 작품의 희극적 원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은 역전된 부부관계라고 하는 상황 외에도 장면 구성과 각 인물의 부분적 성격을 통해 그 희극적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1장에서 정필수가 불도 때지 않는 아궁이에서 밥을 짓고 있는 장면과, 그것을 업동모에게 들키자 둘러댄다는 것이 점점 더 자신의 구차함을 확대시키고 마는 장면, 귀머거리 흉내를 내다가 오히려 밥까지 굶게 되는 자승자박의 상황 등 모든 장면들이 정필수의 성격과 밀접히 대응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필수가 아내에게 일어를 배우다가 뺨을 얻어맞고 귀머거리 흉내를 내게 되는 장면이 특히 희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필수가, 자신의 아내가 하계순의 거짓진단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믿고, 계속하여 귀머거리 흉내를 내는 극적 상황은 1장의 마지막 장면을 희극적으로 훌륭하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