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들의 원한/불안을 감싸 안고 분노의 시대를 넘어 서기판카지 미슈라의 뉴스를 통하여 연일 잔혹한 테러 소식이 전해진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왜 이와 같은 잔혹한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세계의 정치 질서가 가파르게 우경화되고 있다. 극우주의자, 국익우선주의자, 국가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지도자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1990년대,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역사에서 승리한 듯했고, 자유 시장과 인권이 인류의 진보를 위한 최종 해법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당시에 예상치 못한 편집증적 증오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배타적인 힘의 행사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가?인도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판카지 미슈라는 에서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분노 증가’를 서구에서 근대 세계가 태어날 때부터 숙명적으로 잉태된 감정의 재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공할 테러와 폭력이 벌어지는 원인을 근본주의와 종교적 광신도들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서구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의 입장을 전면 거부하며, 그 쟁점을 훨씬 광범위한 영역 – 근대성에 대한 고찰 - 으로 파악한다.그의 근대성에 대한 천착은 장자크 루소의 세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루소가 보기에 근대성은 권력이 엘리트 계급에 불평등하게 집중되는 구조였다. 엘리트 계급은 내부에서는 사회적 차이를 적극 강조하고, 외부에서는 보편적 선/진리/계몽이라는 환상을 추구하는 독선을 나타낸다. 이러한 흐름은 19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의하여 공고해 진다. (그 대표적인 사상가로 볼테르를 거론함)그러나 루소는 과학/예술의 진보가 문명과 자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여타 계몽주의 자들과는 달리 진보가 새로운 형태의 노예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힘이 없는 자들은 강한 자들을 부러워하며 모방하는 경향을 띠게 되며, 불안과 원망, 원한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판카지 미슈라는 이러한 루소의 통찰을 국가간의 모습에 접목한다. 후발국들은 선발국에 대한 분노와 원망, 원한, 초조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욕망과 대결의 파생물이 바로 무솔리니 파시즘, 히틀러의 나치, 러시아혁명과 스탈린체제, 일본의 군국주의, 그리고 세계대전과 냉전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후발국들은 따라잡기를 위해 '민족주의'를 자주 차용하기 시작한다. 민족주의는 타자를 악마화하고 정확한 실존조건을 은폐시키는 기능을 한다. 암울한 환경에서도 낙오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향유를 만들어 내며 고통의 진짜 원인을 덮어 버리는 것이다.루소가 말한 이러한 '원한'은 근대 세계의 기본 토대로 머무르고 있으며, 개인주의 시대에 와서는 상속받을 것이 없는 사람들, 잉여적 존재들의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제3차대전의 초기’, ‘범세계적 내전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일컬어지는 지금의 혼란을 목도하며, 낙오자의 원한, 불안, 원망을 구조적으로 해소시켜 나가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루소가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이상 사회는 바로 그러한 고민과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어 지지 않을까.
북핵 문제의 본질과 동아시아 평화-녹색평론 17년 11월 호 ‘북핵 위기라는 허상(다니구치 나가요)’ 요약-1. 북핵 문제 이해의 해법국제 안보 정세와 북핵 문제를 분석할 때 2003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2003년 늦여름, 리비아로 향하던 독일 선적에서 우라늄 농축기기 1,000점이 발각 된다. 당시 리비아의 지도자 가다피는 핵무기 제조 포기를 표명하며,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핵 암시장의 실태를 폭로한다. 이로서 핵무기 전문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와(파키스탄인) 무기 중개인 헹크 슬레보스(네덜란드인)를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핵무기 암시장의 실체가 드러난다.사실 미국은 1973년 이후 이 두 인물의 행보와 핵 암시장에 대하여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감시를 지속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무기 기술이 파키스탄, 북한, 이란, 리비아로 확산되는 것을 거의 삼십 년 동안 방치했으며, 2003년이 되어서야 묵혀 놓았던 이 문제를 언론을 통해 공론화한다. 그동안 왜 국제 사회는 핵무기가 확산되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일까. 북핵 문제의 배경 역시 이 의문점을 풀어나가며 이해할 필요가 있다.2. 북미 관계 변화에 대한 고찰클린턴 정부 말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제조/수출 중지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시 정권에 들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기대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국제 사회는 호적적인 분위기가 지배하게 되었으며 2002년 1월 결국 미국은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야 만다. 그리고 10월 16일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계획을 인정하면서 북미 관계는 급속하게 악화되어 간다. 11월 15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는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을 중단했으며, 2003년 1월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한다. 그리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경수로 사업 종료가 결정된 직후인 2006년 10월 북한은 첫 핵실험을 발표한다.3. 미국 전략방위구상의 역사2003년 2월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의 주요 의제는 이라크 침공이었다. 당연히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서둘렀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미국 국방정책 결정자 P는 “우선 이라크를 정리할 것이며, 북한은 그 후”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이라크 침공이 일단락 된 2003년 10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시작된다.미국의 군산정복합체는 이미 1983년부터 새로운 개념의 ‘우산’ 시리즈, 즉 전략방위구상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언급한 P는 중거리핵 미사일 배치 추진자였으며, 1970년대 말부터 미국 국방정책의 중추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이들은 핵과 무기에 대하여 새로운 ’우산‘ 신제품을 만들어 동맹국에게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우산‘ 시장이 개척되려면 당연히 마시일 공격이 가능한 적(악의 축)이 있어야 했으며, 그러한 적으로 적절했던 대상이 북한이었던 것이다.4. 네오콘과 군산정복합체여기에서 또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부시 정권 시절의 강경파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장관 취임 전까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ABB(본사는 스위스)의 사외 이사로 10년을 재직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 ABB가 바로 북한 경수로 2기 매각 계약을 따낸 기업이다. ABB는 2000년 말에 2억 달러 규모의 북한 경수로 2기 설계, 본체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미국 정권은 ABB사의 경수로 계획 유지를 위한 350만 달러 지출을 승인해 준다.5.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왜 미국은 1970년대 이후부터 핵 암시장의 존재를 방치해 왔으며, 의도적으로 아시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악으로 고조된 북한 정세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7.8.5. 발제자 오창주장회익 선생의 독서론 녹색평론 155(2017.7) 내 삶과 생각을 열어준 책들(장회익) 발췌1. 좋은책/대단한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책과 맞지 않는 책이 있을 뿐어린 시절 들은 옛날이야기이다. 여우와 함께 산에 간 어린 아이가 산골짜기에서 흰 수염의 도인을 만났다. 도인은 책을 한권 주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전부 읽고 나오면 ‘도’를 얻을 것이요, 만일 한 장이라도 덜 읽고 나오면 모두 무효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꾹 참고 책을 읽어나갔던 아이에게 이제 마지막 한 장이 남은 상황. 밖으로 나와 놀자는 여우의 독촉에 아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굴을 뛰쳐나온다.언젠가부터 나는 이 이야기 속의 아이처럼 도인에게 신비스런 책을 전해 받았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내가 읽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결국 그 책을 읽는 일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었다.사실 세상에는 이렇게 놀라운 책이 있을 수도 없겠고, 설혹 있다고 해도 누구나 읽고 효험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이 어디엔가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끊임없이 책들을 찾아 나섰었고, 대개는 기대에 벗어나거나 책 읽기를 포기했던 경험이 대다수였다.우리 주변에는 고전이다, 명작이다 라는 추천 도서가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려워’ 내게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던 경험이 많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교훈은 책이라는 것은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책과 맞지 않는 책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 내 인생의 책그래도 ‘내 인생의 책’이라 불릴 수 있는 책들이 있을 수 있다. 내 삶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거나 적어도 삶의 방향 설정에 계기를 제공한 책이다. 결국 오늘 내가 누리고 사는 어떤 정신적 자산이 있다고 하면 이는 전적으로 이러한 책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기억을 더듬어가며 그간 내게 도움을 준 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 책들을 붙들고 내가 어떻게 씨름을 해왔는지 회상해 정리해 본다.# 성경을 바로 읽을 수 있었던 방법성인(聖人)들의 말씀이 직접 담겨 있는 책을 이른바 경전(經典)이라 한다. 기독교의 성경, 불가의 불경, 유가의 사서삼경 및 노자장자가 그것이다. 이러한 책들은 그 각각이 강력한 문화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세의 사람들은 이런 경전을 백지에서 출발해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련된 문화전통 속에 깊숙이 매몰된 상태에서 접하게 된다. 이 경우 이 책들은 이미 무조건 수용해애 할 ‘거룩한 가르침’이 되며, 나머지는 배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자세를 심어 준다.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비로서 성경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경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후 자연과학을 본격 전공하며 과학적 논리와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성경의 내용에 대하여 이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는 내가 기독교 신앙을 지속하느냐 폐기하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였다.이 때 내가 찾은 제3의 길은 ‘성경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라는 것이었다. 성경은 대략 2,000년 전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으로 본 하나님에 관해 적어놓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제야말로 성경을 바로 읽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우선 기독교의 좁은 교리에 매일 필요가 없으며, 그렇기에 성경 그리고 신앙에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와 함께 기독교 밖에 있는 다른 종교와 경전들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다.# 불교에 대하여 눈을 뜨게 해준 책이후 불교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일본 출신 학자인 D.T 스즈키가 저술한 선불교에 대한 영문판을 통해서였다.※ 1870년 일본 이시카 출신인 스즈키 다이세쓰는 1897년 미국으로 건너가 『대승기신론』을 영어로 번역하는 등 동양학 관련 서적의 영역(英譯) 사업에 참여하여 선불교를 서양에 전파하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강의하면서 세계적인 불교학자로 명성을 얻음. (국내 번역서: ‘선이란 무엇인가?’, ‘아홉 마당으로 풀어 쓴 선’)# 을 통해 알게 된 성리학의 본질조선시대 쓰여진 여헌 장현광(1554-1637)의 은 자연과학적 주제인 ‘우주’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세계관은 전통적 성리학이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물리학을 뛰어 넘어 우리의 전통 학문인 성리학에 대한 본질적 이해에 접근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을 계기로 한문 원전에 직접 접근할 용기를 얻었으며 이후 ‘주역’, ‘태극도설’, ‘대승기신론’, ‘노자’, ‘장자’ 등의 동양 고전들을 원전으로 음미하는 지적 희열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생활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게 해 준 책젊은 시절 읽었던 책 중 소로우의 과 헬렌-스콧 니어링 부부의 을 빠뜨릴 수 없다.대학을 졸업한 한 젊은이가 월든이라는 호숫가 숲 속에 들어가서 혼자만의 힘으로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만 흠뻑 취하고 말았던 강렬한 기억이 있다.은 부제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단순하게 살아갈까’인데, 이 책은 나에게 두 가지점에서 큰 인상을 주었다. 그 하나는 생계를 위한 활동은 오직 오전 시간에 국한해 하고 오후는 완전히 비워 자기 나름의 창조적 취미생활을 해나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녁식사는 오로지 야채와 과일만으로 하고 곡물이나 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콧 니어링은 이렇게 100세까지 건강히 자급자족 생활을 지속하다가 100세 생일이 되던 날, 더 이상의 생존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의적으로 식사를 사절함으로써 조용히 생을 마쳤다고 한다. 나는 이를 보면서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출간됨으로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마지막까지 입증해줌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가 폭력의 악순환을 바로 잡는 첫걸음 - 절대복종에 대한 반성과 부끄러움에 대한 인식- 김동춘 을 읽고1. 국가가 나에게 폭력을 가한다면?어두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난다면 우리는 누군가 나를 구해주리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강도에게 피해를 당하는 상황을 지켜 보면서도 모두 숨죽이고만 있다면? 경찰도 제때 나타나지 않아 강도를 잡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아무런 잘못 없는 내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당사자가 경찰, 군인, 국정원 직원, 기무사 요원이거나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용역 폭력배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법질서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경찰, 검찰, 공안기관, 군대가 불심검문, 강제구인, 구류, 폭행, 욕설, 고문을 하거나 별 것 아닌 일로 징계, 파면, 정리해고를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2. 60년동안 이어진 그리고 현재진행중인 국가 폭력의 사례2009년 1월 19일, 우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생존권을 호소하는 철거민 5명이 정권의 외면과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죽어 나가는 광경을 목도했다.(경찰도 1명 사망)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국가 폭력이 새로운 것이 아니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5년동안 유사한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 국민보도연맹 사건, 여순반란 사건, 제주 43 사건, 대구 10.1 사건, 불갑산 대보름 작전 사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폭력 진압 사건, 용산 철거민 참사, 경비 용역 업체 킨택터스의 노조원 폭행 사건 등)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흐(Marc Bloch)는 “과거에 대한 무지가 현재의 이해 부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과거 공권력의 잘못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기에 오늘날 이 잘못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렇게 될 위험성이 크다.3. 국가 폭력과 신자유주의의 결합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안보를 명분으로 한 국가 폭력은 사라졌다고 착각하고 있다. 안보지상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이 지나 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장과 기업이 우리 삶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사회에서는 국가가 사적 폭력을 묵인하거나 방치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폭력을 지원한다. 냉전의 그늘 아래 옛날식 국가 폭력은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논리와 결합한 것이다. 과거는 여전히 현재의 일부가 되고 있다.4. 폭력 공화국에서 정의를 묻는다.인간과 동물 세계의 차이는 1) 죄 지은 자를 처벌하고 2)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을 공유하며, 3) 불의의 피해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의 공감 여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오늘의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오로지 권력자 개인, 경찰 총수 개인, 판검사 개인의 잘못으로 간주된다면 단언컨대 내일도 부정의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한 나라의 문명 수준은 1) 불법 행위와 부정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와 완비 여부, 그리고 2)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정도와 수준에 달려 있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고통에 공감하는 정도는 대중의 집단 기억, 역사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역사의식 공감은 시민사회의 문화적, 정신적 기반이다.인권 침해와 탈법, 부정의가 지속되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힘과 조건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재생산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죄 없는 피해자가 거듭 생간다면 이런 체제를 감히 국가 혹은 사회라 부를 수 있겠는가?5. 국가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첫걸음그래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아래 2가지에 대한 고민을 제안한다.# 절대 복종에 대한 반성권력에 대한 절대 복종은 국가 범죄로 이어진다. ‘복종은 선이다’, ‘집단에서 벗어나면 절대로 안된다’는 논리는 군국주의, 파시즘이 강요했던 논리이며, 군대 문화의 산물이다. 고문이나 학살을 자행한 자들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자신은 명령에 복종함으로써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거나, 명령 자체가 국가와 조직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나치의 시절 아이히만과 박근혜 정권 시절 우병우의 경우) 하버트 캘먼(Herbert Kelman)은 이를 ‘복종 범죄’라 불렀다. 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이야말로 잔혹 행위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것이다.
녹생평론 149 발제 오창주지금 여기에서 다시 아나키즘에 대한 고민1.발제를 시작하며 두개의 질문을 던져 본다.- 질문1:강압적 지배/권력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회/국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질문2: 작은공동체 내에서 자발적 결정과 합의를 통한 조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국가/사회가 아닌 여러 관계 맺기의 방식들이 가능함을 주장하는 비현실적인가?이제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해 본다. 아래 세 가지 주장은 실현 가능한 내용일까?- 주장1: 국제적 부채의 즉시 탕감- 주장2: 1년 이상 된 기술과 관련한 모든 특허권과 지적 재산권의 즉시 말소- 주장3: 전 세계를 여행하고 거주할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 철폐위 질문과 주장을 읽으며, 혹시 머릿속에 이런 답변을 떠올리지는 않으셨는지.‘좋은 이야기인 듯 한데, 너무 ideal 하네.’그런데 다시 질문을 던져 본다. 위의 이야기들이 그렇게/꼭/절대적으로 이상적인 것인가? 혹시 우리가 그것들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억지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종의 이데올로기로서 말이다.2.아나키스트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를 통해 대안적 이념과 사회 모델로 아나키즘을 기반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주장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질문과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런 묵인과 순응이 지금의 지배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3.그렇다면 아나키즘이란 무엇일까? 하승우는 그의 책 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흔히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無政府主義), 즉 정부를 부정하는 불온하고 허황된 사상으로 알려져있다. 무(無)라는 단어는 혼란과 무질서를 부추기는 듯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나키즘은 위험한 사상인 것이다.... ...그런데 아나키즘을 삶의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아나키즘을 단순히 ‘무정부주의’로 번역하지 않는다. 이들은 ‘반강권주의(反强權主義)’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아나키즘은 국가만이 아니라 시장의 폭력에 맞서고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주의에도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나키즘이 추구하는 미래는 완전한 무질서가 아니라 내가 합의한 질서를 뜻한다. 내가 스스로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질서는 나를 억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을 완성하는 것이다4.혁명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자본주의 태내에서 대안 체제의 맹아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대안 사회의 원리는 봉기와 권력 장악 이후에 논할 수 있다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그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의 조각들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낮은 이론’이라고 칭한다.)또한 미리 해방을 실천하는 사고 실험이 없이는 그 어떤 대규모 변혁과 봉기도 사상누각일 것이며, 그 자체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사고 실험을 ‘예시적 정치’라고 칭한다.)그리고 이러한 ‘낮은 정치’와 ‘예시적 정치’를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원동력은첫 단락에서 거론한 두 개의 질문과 세 개의 주장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상상력’을 통한 장벽 무너뜨리기, 그것이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인 것이다.5.발제를 마무리하며 하승우가 그의 책 에서 언급한 ‘아나키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을 요약/정리해 본다.(1) 아나키즘은 자본주의 산업화 또는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FTA를 맺고 농업을 희생시키 려는 상황에서 ‘농민’이라는 존재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아나키스트들은 자급이 가능한 소규모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자급자족의 기본은 농업을 터전으로 삼아 먹고 사는 문제 를 해결할 때에만 갖춰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