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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화의이해(그리스로마신화) 평가A좋아요
    우리는 정규교육을 통해 배우길 서양문명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두 세계관, 즉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배워왔고 또 현대 사회의 중심적 가치관이 서구중심적이기에 인식하든 그렇지 못하든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헤브라이즘은 우리에게 상당히 강한 의식 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반면 그 양축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헬레니즘에 관해서는 막연한 이해, 내지는 비과학적인 ' 전설의 고향 ' 수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가 개화기 서구문물의 유입에 기독교 내지는 카톨릭 포교자들이 지대한 역할을 했기때문일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미국 중심의 프로그레시즘적 실용주의로 인해 ' 도덕주의 ' 내지 ' 엄숙주의 '의 현실 중심의 규범문화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연유로 인해 우리에게 ' 아담과 이브 '는 익숙하지만 ' 프로메테우스가 사랑했던 이들과 판도라 ' 는 웬지 낯설고 ' 노아의 방주 '는 친숙하면서 ' 파르낙소스 산정의 데우카리온 ' 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헬레니즘 문화를 의식하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헤브라이즘을 압도하는 그 어마어마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줄 것이다. 그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수십종류의 서적이 국내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또다른 해설서가 또 하나 추가된다는 식상함을 줄 수도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저자 이윤기는 작가다운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별로 신선할 것 같지 않은 줄거리를 재미있고 또한 의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도를 직접 머리말로 기술하기보다는 아르아드네의 실타래란 신화속의 한 토막으로 대신하고 있다. 미노그의 미궁속으로 들어가는 영웅 테세우스에게 길을 찾도록 실타래를 건넨 아리아드네 공주의 심정으로 낯설고 복잡한 수많은 등장인물과 겉으로 보면 황당한 이야기들속에서 갈곳을 잃고 도중에 포기하기 쉬운 신화의 미로속에서 제 길을 찾아갈수 있도록 상상력의 실타래를 던져 주고 있다. 특히 저자는 갖가지 이야기 토막들을 12가지 소제지만 서로 상이할 것 같은 스토리들을 소주제별로 묶어 놓은 것으로 보아 반드시 그의 약속이 완전한 것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으나 이를 비난하기 보다는 유쾌한 배신정도로 받아들이며 그가 건네준 열쇠의 비밀을 쫑으면서 또한 그에 대한 소감을 적어나가기로 하겠다.작가가 던져준 첫 번째 수수께기는 신발이라는 물건이다.이올코스의 왕자 이아손은 부당하게 빼앗긴 왕좌를 되찾기 위해 그 상대인 숙부를 찾아가던 도중 신발 한짝을 잃어버려 모노산달리스, 즉 외짝신을 신은 사나이가 된다. 한편 저자거리에는 신발 한짝만 신은 이가 왕이 될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고 숙부인 펠리아스 완은 이아손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에게 잃어버린 황금양털을 찾아오도록 부추키게 되며 그것이 유명짜한 아르고스 원정대 이야기다. 그 다음 예로 등장하는 이가 테세우스인데 그는 아테나이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의 공주와 원치 않았던 동침후 태어난 사람이었다. 왕은 자기 나라로 서둘러 돌아가면서 큰 바위 아래 신발과 검을 묻고 나중에 사내 아아 태어나 장성하거든 그 바위를 열고 신표를 소지하여 자신을 찾아오게 하라는 말을 남기게 되고 테세우스는 장성하여 그 신표를 얻어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덧붙여 작가는 달마조사의 짚신 이야기와 신데렐라, 그리고 콩쥐 팥쥐에서 등장하는 신발이야기를 소개하며 이 신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있다. 위의 스토리에서 신발은 주인공 자신을 증명하는 징표로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짝 신은 왕위의 정통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이아손을, 테세우스에게는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달마조사의 짚신은 그 제자의 목격담에 대한 신빙성을 증명해주며 신데렐라와 콩쥐 역시 신발이 그녀들의 정체를 밖혀준다. 결국 작가가 독자들에게 제시한 신화를 푸는 첫 열쇠는 '자기정체성의 인식'을 제시하고 있는 듯 싶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모든 사유의 첫걸음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내가 누구인지를 깨달았으면 자연스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 두 번째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꽤 흥미롭다. 일례로 어머니 가이아의 사주를 받은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낸 후 그 잘려진 성기에서 흘러 나온 정기가 바닷물에 뿌려져 태어난 이가 바로 미와 육체적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라던가 제우스가 화가나서 그의 첫 부인인 분별의 여신 메티스를 잡아먹고 난 후 그의 머리속을 가르고 나온 이가 다름아닌 지혜의 여신 아테네였다 하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당시 희랍 사람들의 논리적 관념의 세계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어찌어찌 되었든 간에 수많은 난관을 뚫고 제우스를 비롯한 12주신들은 올림푸스산정에 자리를 잡았고 다른 버금신들과 딸림신들도 각각 제 역할에 맞는 위치가 주어지게 된다. 반면 제우스의 라이벌격인 프로메테우스는 손수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고 인류를 위해 신들만의 소유물인 불을 훔쳐다 주는 희생까지 감수했지만 제우스의 밀명을 받은 판도라에 의해 온갖 어려움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일화 역시 빠뜨리면 안 돨 중요한 꼭지다. 간단하게나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계에 대해 정리를 해 본 결과 모든 현상은 인과관계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은 별로 없다. 물론 이러한 합리성이 헬레니즘의 근본 성격이겠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듯 하다. 결국 이 책의 전반적인 배경이 되는 신화속에서의 세계와 현상이 뒤죽박죽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논리적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독자들 역시 막무가네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약간의 합리적인 시각을 갖추면 충분히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즉 두 번째 열쇠는 바로 약간의 합리성의 무장이라고 하겠다.'나' 와 '외계' 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자연스레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수 없고 따라서 이 다음부터는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작가는 그 관계의 첫 주제로 '사랑'을 선택했는데 꽤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육체적 성욕의 화신인 아프로디테는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염로스의 역할은 부모의 뜻을 십분 받들어 애증의 화살을 이용해 신과 인간사이의 애증관계를 전해주는 일이었다. 장난끼 다분한 이 어린 신에게 어느 날 급작스런 변화의 계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계기는 다름아닌 '정신'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인간여인 프쉬케였다. 프쉬케를 혼내주라는 어머니의 명을 받들고 갔던 에로스는 그만 그녀에게 홀딱 반해 버려 자기 여자로 만드는데 이것을 알아 챈 아프로디테는 불같이 화를 내며 프쉬케에게 갖은 구박을 가한다. 달리 해석해보면 음란한 관계와 정신적 영역은 서로 상극이라 할 수 있고 어느 한쪽은 다른 쪽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면 여신의 분노와 구박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프쉬케는 여신의 구박을 이겨내고 어느새 성장한 에로스와 결합하게 됨으로써 해피엔딩을 맞는다. 본능적 성욕이 정신적 영역과 합쳐져 성숙한 사랑이 된다는 비유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세 번째 열쇠임을 암시하고 있다.다음은 '나'와 '외계'와의 위치설정과정에서 제대로 된 판단이 결여되어 불행으로 끝이 난 관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첫머리를 파에톤이 장식하고 있다.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어스와 이집트 여인 클리메네사이에서 태어난 이로 나중에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불타는 태양마차를 몰아보겠다고 고집을 피워 결국은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은 비극적 인물이다. 파에톤의 비극은 헬리로스도 힘들어하는 태양마차를 몰아 보겠다는 무모함의 결과이며 이는 전형적으로 '나'를 알지 못했을뿐 더러 '외계'에 대해서도 역시 무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무지와 그로 인해 비롯되는 무모함을 예방할 수 있는 힘은 공정한 판단력이며 네 번째 열쇠라고 말할 수 있겠다.다섯 번째 열쇠를 가리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폴론과 다프네의 비극과 약간은 생소한 에리쉬크톤의 엽기적 파탄 스토리다. 다프네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져 있으므로 에리쉬크톤에 대해 간략이 적어 보고자 한다. 신에 대한 공경심이 없었던 에리쉬크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요정이 살고 팔아 음식을 얻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자기의 몸뚱이를 먹어 치웠다는 황당한 남자였다. 다프네 이야기와 에리쉬크톤의 엽기적 비극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유사점을 굳이 찾는다면 다름아닌 겸손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리쉬크톤의 경우는 확연히 드러나지만 다프네의 경우는 좀 어색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프네를 쫑게 된 아폴론의 비극의 시초가 바로 자만심과 자기과시임을 기억해내야 한다. 왕뱀 퓌톤을 죽여 의기양양해 있던 아폴론은 조그만 화살을 가지고 놀고 있는 에로스를 무시하며 놀려댔던 결과가 결국 다프네를 월계수로 만들게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이야기에서 또 다른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둘의 오만함을 징벌하는 상징으로 똑같이 나무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왜 나무인지는 수백년을 지내온 거목 아래에 서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아래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아폴론과 다프네에 비교되는 이야기가 바로 하데스의 페르세포네 납치 이야기다. 이 역시 에로스의 만행으로 인해 야기되었는데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먹은 석류열매로 인해 일년의 반을 저승에서 보내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로 저자는 '씨앗'의 비유로 파악하고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따르듯이 풍요로움 뒤에는 차가운 땅속에서 근질긴 생명력을 유지한채 봄을 기다리는 인내와 희생이 숨어 있음을 전하고자 하는 듯 싶다. 아마도 그것이 여섯 번째 열쇠가 될 것이다.오르페우스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수금의 명수가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게 된 이유는 독사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뒤케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 명계의 왕과 왕비를 감동시켰다는 뛰어난 수금 솜씨이지만 스스로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든 계기는 의심이었다. 이승에 이르기전까지 따라오는 아내를 뒤돌아 보아서는 안돼었지만 오르페우스는 끝내 것이다.
    인문/어학| 2003.06.16| 5페이지| 1,000원| 조회(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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