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서 이런말을 하기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일부러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까지 미술관을 찾은적은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없던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이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로 미술이란 과목을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해 왔었다. 때문인즉 미술이란 영역에 관심을 두는 것 조차 꺼려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전? 관람을 통하여 지긋지긋한 학과목으로써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미술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예술영역의 하나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게된 좋은 기회가 되었다.‘서양 미술사’ 수업을 같이 듣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샤갈전을 보기 위해 시립 미술관을 찾았다. 비교적 홍보가 많이 된 전시회여서 방학때부터 한번쯤에 와보고 싶었는데 미루다 미루다 보니 오늘에서야 이 곳을 찾게 되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전시회는 일곱 가지의 테마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내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것은 ?연인?이라는 주제였다. 샤갈의 작품에서 연인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작품이 사랑이라는 인간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란다. 가장 뛰어난 색체 화가의 작품들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단연 색채의 마술사 답게 화려하고 파격적인 색의 구성으로 신비스럽고, 오묘한 느낌마저 자아냈다. 자유롭게 찍어 바르고, 묻히고, 비비고, 긁어서 나타낸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평소 생각해 왔던 미적인 색채와 표현 기법의 틀을 완전히 벗어 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작품을 지나칠 때마다 ‘이것은 무엇을 표현한 걸꺼야... 이 때 샤갈은 이런 생각을 했었겠지?’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뚜렷한 답이 나오질 않아 아직도 나의 미적 감각이 이 정도 수준 밖에는 안되는 구나 하는 실망감도 적지 않게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전반적으로 샤갈의 작품은 꼭 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꼭 한편의 이야기를 담은 듯하다. 보면 볼수록 내면의 세계에 젖어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속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가지 의문이 남는 것은 왜 대부분의 작품마다 의인화된 말이 등장하고 있는지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샤갈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고 갔으면 더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내게 있어 이번 샤갈전 관람은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 갈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지만 ,‘미술관은 고상하고 예술성이 풍부한 사람들만 찾는 곳이야’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그 자체가 큰 의의였다고 본다. 앞으로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문화생활만을 추구하지만 말고 감수성과 교양을 두루두루 넓힐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