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일본의 헌법 제 1장 제 1조는 ‘천황제’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천황의 국사에 관한 모든 행위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을 필요로 하며 또 이에 대한 책임은 내각이 진다. 따라서 국왕은 헌법이 정한 국사에 관한 행사만을 행할 뿐, 국정에 관한 행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는 일본의 ‘천황’ 이라는 자리는 철저하게 형식적으로만 권리를 행사하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황은 일본의 주권을 좌지우지할 정치적 권력은 없지만 일본 국민의 정신적인 지주로 존재해왔다.일본의 초대천황인 진무천황으로부터 (일본의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125대 아키히토 천황까지 2600여년이나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를 만세일계(萬世一係)라고 한다. 이 2600여년의 역사 속에는 10대에 걸쳐 8명의 여성 천황이 존재했었는데 이것은 모두 전임 천황이나 황태자의 미망인 또는 외동 여성 황족으로 차기 천황이 결정될 때까지 ‘일시적’ 성격이었다.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여성 혹은 여계 천황제 인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데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여성 천황제에 대하여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도록 한다.Ⅱ. 본 론1. 현재의 황위 계승 자격 조건‘황통에 속하는 남계의 남자인 황족인 황위를 계승한다.’ 1947년 현행헌법과 함께 효력이 발생한 황 실전범(皇室典範)제 1호에 나오는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황위를 계승하려면 ① 황통에 속해야 하 고, ② 남계에 속하는 남자이어야 하며, ③ 황족이어야 한다. 즉 여 자는 황위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황실전범 조항으로 못박아 놓은 것 이다. 또 황실전범 4조에는 천황이 사망했을 때는 황태자가 곧바로 즉 위하도록 못박고 있어 계승자 본인의 의사에 따른 퇴위가 불가능하게 돼 있는 상태이다.이 조건 하에 현재 황위 계승 순위는 1순위가 나루히토(?仁) 황태자, 2순위는 아키시노노미야 (秋篠宮) 황자 순으로 이어진다. 장녀인 노리노미야(紀宮)는 2005년 11월에 평민과 결혼을 하여 황실전범 제12조의 규정에 따라 황족의 신분을 상실하고 평민의 신분이 되었다. 3순위는 아키히토 천황의 동생인 마사히토(正仁 ) 황자이다.2. 여성 천황제 논의에서의 쟁점현재 여성 천황제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루히토 황태자와 아키시노노미야 황자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이다. 아키시노노미야 황자가 태어난 이후 41년간 황실에 아들이 태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현재의 황실전범에 따르면 황위의 대가 끊길 위험에 처해있다. 때문에 여성 혹은 여계 천황을 인정하자는, 황실전범 개정의 논의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1) 여성 천황제 논의의 진행과정* 2001년 05월 :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천황제의 기본법인 황실 전범을 여성에게도 천황 승계권을 인정하는 한편,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위할 수 있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방안 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 추진.* 2001년 12월 : 마사코(雅子) 황태자비가 여자 황손인 아이코(愛子)를 출산하면서 논의 의 가속화.* 2002년 01월 : 히로히토(裕仁) 전(前)천황의 동생인 다카마쓰노미야(高松宮)의 미망인 기쿠코(喜久子.90)비가 여성천황제 도입에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 일본 황족이 여성천 황제의 긍정적인 도입을 언급한 첫 사례.* 2004년 06월 : 자민당이 “여제 문제에 대해 황실 전범 개정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검 토해야할 사항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명기한 헌법개정초안의 원안을 공식승인. 제1야당인 민주당도 “일본국의 상징에 어울리는 황실을 실현하기 위해 황실 전범을 개정, 여성의 황위 계승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명기한 정책각론 발표.* 2004년 12월 : 여성의 황위 계승을 인정하기 위한 고이즈미 총리의 사적 자문 기구인 ‘유식자회의’ 설치.* 2005년 01월 : ‘유식자회의’가 첫 회의를 열고 여성천황제 도입여부를 중심으로 황실전 범의 개정협의에 착수.* 2005년 11월 : ‘유식자회의’의 여자 천황의 인정 필요성 지적에 황족이 이의를 제기함.* 2006년 01월 : 유식자회의의 결론인 여성과 여계(女系)의 천황 즉위를 인정하는 황실 전범 개정안을 정기 국회에 제출. (남녀 불문하고 장자 우선순위의 원칙)* 2006년 02월 : 아키시노노미야 황자의 부인인 기코 비의 임신소식이 들리자 모든 논 의가 중단됨.현행 (기코 비가 아들을 낳을 경우)개정 법안나루히토 황태자1순위나루히토 황태자아키시노노미야 친왕2순위아이코 황녀기코 비가 낳은 아들3순위아키시노노미야 친왕마사히토 친왕4순위마코 내친왕다카히토 친왕5순위가코 내친왕토모히토 친왕6순위기코 비가 낳을 황손(남녀불문)2) 황실전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황위 계승 순위는 어떻게 바뀌게 되나.3) 여성천황제 인정에 대한 찬성 vs 반대① 여성, 여계 천황제 찬성의 이유ⅰ) 황위의 대가 끊어진다.역시 여성 천황제의 가장 큰 찬성의 이유는 황위의 대가 끊어진다는데 있다. 애시 당초 이런 이유로 인해 여성 천황제의 논의가 시작된 만큼, 찬성파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이 다. 기코 비가 황손을 출산한다 하더라도 같은 손대에 황손이 나루히토 황태자와 마사코 황태자비의 딸 아이코 황녀, 아키시노노미야 황자와 기코 비의 딸 마코, 가코 황녀를 포 함, 총 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사 남자 황손이 태어난다 할지라도 승계를 둘러싼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ⅱ) 과거에도 여성천황은 존재했으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비록 임시적인 위치였을지라도, 일본의 천황가에는 8명의 여성 천황이 존재했었기 때문에 지금 여성 천황을 인정하는 데에는, 여가를 보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본의 현행 헌법 14조에 남녀평등의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천황 의 자리를 계승하지 못한다는 것은 헌법정신, 시대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 1995년 총재경선 당시에 "나는 여성이 천황이 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남자직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일찌감치 여성 천황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 2001년 12월 마이니치 신문과 아사히 신문이 여자 황손 출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86%와 83%가, 2006년 기코 비의 임신 소식이 알려진 후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63%가 여성 천황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미우리 신문이 전체 중ㆍ참의원 724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46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여성 천황제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이 88%에 달했다.ⅲ) 마사코 비에 대한 동정론 확산마사코 비는 황태자비가 되기 전, 전도유망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외교관인 아버지 덕분 에 학창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고, 하버드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이듬해에는 도 쿄 대학 법학부에 입학하였다. 도쿄대 재학 중, 시험삼아 본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여 외교 관이 된 그녀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다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으로 공부하러 떠났는데, 나루히토 황태자의 눈에 띄어 몇 년에 걸친 프로포즈를 받은 끝에 황태자비가 된 것이다. 이렇게 우수한 여성이 단지 황위를 계승할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앓는 등 마사코 황태자비를 포함한 황실 여성들에 대한 동정론도 여성 천황제 도 입 여론에 한 몫을 하고 있다.② 여성, 여계 천황제 반대의 이유ⅰ) 일본 천황가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일본에서는 천황의 지위가 로마 교황과 동급으로 여겨지고 있다. 천황을 영어로 표현하면 Emperor가 되는데 이는 로마 교황을 뜻하는 영어 Pope 와 동급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러 한 입장에서 여성 천황 승계 허용은 천황을 국왕·여왕(King, Queen), 대통령(President), 수상(Premier)의 아래로 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ⅱ) 정통성의 문제. 만세일계가 지켜지지 않는다.여성, 여계 천황제를 반대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만약 여계를 인정하게 되면 만세일계 (萬世一系)로 이어져온 일본 황실의 남성 염색체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남성 염 색체 XY와 여성 염색체 XX 중, 여계가 될 경우 2600여년간 이어져온 황실의 남성 염색체 Y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또한 호주제의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 남녀가 결혼을 하면 부인은 자신 의 성(姓)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 현 아키히토 천황의 장녀 노리노미야도 남편인 구로다의 성을 따 ‘구로다 사야코’라는 이름으로 개명되었다. 특히 천황가의 경우 성을 쓰 지 않기 때문에, 여계를 인정할 경우 성을 가진 사람이 천황이 되고 이것은 정통성의 문제 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ⅲ) 황실제 자체가 존폐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황실의 성역과 금기가 하나둘씩 개정되면서, 결국엔 황실에 근본적인 바람이 불 테고 근 본적인 바람은, ‘천황제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③ 대안반대론자들은 여성, 여계 천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자신들의 주장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이란, 1947년 지위가 박탈된 11개의 구 황족에게 황족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양자로 입적, 남계를 잇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구 황족은 이미 60여년 간의 민간인 생활을 해왔으며, 황족의 지위를 부활시킬 시, 황족의 품위유지비 등으로 국민의 세금이 빠져나갈 것이 뻔하므로 국민들이 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또한 양자로 입적하자는 것도 정통성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