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머리연극을 보고...연극에 연자도 모른 시절 처음 본 연극이 천년의 수인이었다. 처음 접하는 장르에 대한 설레임과 막연하게 희곡을 잘 써보겠다는 생각을 와장창 무너뜨린 계기가 된 연극도 천년의 수인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오태석 연출가님의 연극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느끼기에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그래서 오태석 연출가님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억지로 관객들에게 이입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이런 것이 있다, 라고 연극을 보여주면 보는 사람 마음도 편할 것을 나와 맞지 않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아서 더욱 거부감이 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오태석 연출가님 연극이라면 손사레를 치고 피해 다녔던 시간이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그런데 2학년 1학기 기말작품 공연 때 오태석 연출가님이 학생들의 작품을 지도해주시는 걸 봤다. 멀리서 오태석 연출가님의 목소리라도 나면 저 멀리 숨기 바빴던 나는 오태석 연출가님의 지도 장면(?)을 가까이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간지러운 말이 싫은 나지만 조금 닭살스럽게 군다면 사실 그날 오태석 연출가님께 감동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신기하게도 하나 둘 씩 풀렸다. 그래서 방학 때 힘들게 힘들게 오태석 연출가님의 희곡 몇 편을 봤던 기억이 난다.[갈머리]공연은 나에게 상당히 기쁜 소식이었다. 아직은 얇지만 온전히 내가 쌓은 교수님에 대한 신뢰감을 확인할 수 있고 신작을 보는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공연을 보러, 아니 느끼러 갔다.무대를 보고 ‘훗-’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기작 때마다 우리가 힘들게 만든 소품을 보고 이건 뭔가 아닌데? 라는 표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자식 같은 소품들을 때리고 부셔서 다시 새롭게 몇 번을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저건 몇 번을 다시 만든 거지? 저건? 저건? 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을 웃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연극을 보기 전에 희곡으로 먼저 읽어서인지 희곡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들을 무대 위에서 확인하며 이해가 안 갔던 부분들을 이해하며 등장인물이 되었다가 웃었다가 조금은 울었다가 1시간 30분 가까이 내 안에서 많은 싸움과 갈등과 화해를 하면서 봤는지 모른다. 공연이 끝나고 같이 연극을 보러간 친구들과 입을 모아 창작의욕1000% 라고 외쳤었다. 비록 실천에 옮기진 못했지만....[갈머리]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역사의 아픔, 그 역사로 인해서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노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50여년만에 마을에 돌아오는 지수원이란 노인을 위해 옛 시절을 재연해주며 그 재연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본능과도 같은 자기 방어와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 느닷없는 에피소드를 연결해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꼬집은 이야기 등 연극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처럼 많은 것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연극을 보면서 이러한 점 때문에 사실 머리가 복잡하고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뭘 느꼈냐가 중요하기에 가볍게 넘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