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이틀 앞두고 오페라를 보러가야 한다면서 투덜투덜 대며 10월 13일, 가면무도회 오페라를 보기 위해 광주문화예술회관에 가게 되었다. 벌써부터 찬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 이런 광주 시내가 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문화예술회관에서 오페라를 보다니 왠지 낭만적이었다. 오페라 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 VTR로 보았던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전부였다. 그 때 보았던 것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인형극과 오페라를 접목시킨 것이었다. 사실 공연 보러 가기 전 수업시간에 가면무도회를 시청했지만, 거의 졸면서 봐서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페라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보러갔다.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에 갔다. 처음에 도착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크고 좋아서 감탄했다. 입장권과 바꾼 자리표를 가지고 들어가 앉았다. 운 좋게 1층에 앉게 되어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무대를 보니 일반 무대와 다르게 막으로 가려진 큰 무대 아래에 작은 무대가 하나 더 있었다. 잠시 후엔 그 작은 무대에 관현악단이 앉았다. 오페라를 직접 처음 보는 나로서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신기했다.드디어 막이 오르고 양쪽 큰 화면에는 1막의 간단한 줄거리가 소개되었다. 나는 처음에 왜 김새게 미리 내용을 알려주지 하고 궁금해 했었는데 주인공들이 대사를 독창 아님 합창으로 하고 우리말로는 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내용을 알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리카르토라는 보스턴의 총독이 아멜리아 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아멜리아는 리카르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믿는 보좌관인 레나토의 아내였던 것이다. 아멜리아가 밤에 약초를 찾으러 나갔을 때 리카르토를 만나게 되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그 때 레나토가 나타난다. 레나토는 리카르의 여인이 자신의 부인인 줄도 모르고 리카르토를 피신시키고 그 여인까지 성에 데려다준다. 이 장면에서 그 베일에 가린 여자가 아멜리아라는 것이 밝혀질까 봐서 조마조마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리카르토를 믿고 지켜주는 레나토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면서도 참 측은했다. 자신이 가장 믿는 두 사람, 즉 아내와 친구가 나의 바로 옆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면…….나 같아도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 같다. 결국 아멜리아가 쓰고 있던 베일이 벗겨져 레나토는 아멜리아임을 알고 리카르토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리카르토를 죽이겠다고 결심하는 레나토에게 아무리 상황이 그래도 사람을 죽이냐며 단순히 비판만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죽이고 싶은 만큼의 증오감과 복수심……. 레나토의 입장이 되서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가면 무도회의 날이 돌아오고, 무도회장에서 아멜리아와 리카르토는 다시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며 이별을 결심한다. 하지만 결국 레나토는 가면 무도회장에서 리카르토를 죽이고 이 오페라의 막이 내린다. 사랑은 나이도 국경도 모든 상황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멜리아와 리카르토의 사랑은 쉽게 용납 되지 않았다. 한 번 결혼을 하고 아내와 남편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랑이 나타나 감성은 그 쪽으로 기운다 해도 이성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카르토와 아멜리아의 사랑이 예쁘게, 아름답게만은 보이지 않았다.오페라에 대한 사전지식 부족으로 공연 중 부르는 노래에 대한 느낌을 그때그때 메모하지 못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봐 전곡을 다시 들어 보았다. 다시 들어보니 각각의 노래에 따른 장면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제일 처음 시작할 때의 잔잔한 느낌의 전주곡도 좋았고, 특히 내가 기억에 남는 곡은 어떤 변장을 알고 싶은가 라는 곡이다. 이 곡이 나올 때 무도회장 배경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 복을 입고 가면을 쓰고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장면이 분홍, 노랑, 빨강색등 화려한 드레스로 무척 화려했고, 노래가 굉장히 빠르고 긴박하고 여러 사람이 불러서 그런지 웅장하고 우렁찼다. 또한 레나토가 리카르토를 죽이려고 찾는 그 긴장감과 맞물려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또, 남편과 결혼 뒤에 찾아온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멜리아 역을 맡은 여배우의 표정연기도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