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진 리얼리스트베트남의 호지민, 중국의 모택동과 쑨원, 러시아의 레닌, 독일의 마르크스 ... 학창시절에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수업이 들어보아서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들은 역사에 기억될 만큼 영향력있고 위대한 혁명가들이지만 그리스도와 견줄 정도로 존경받고 있지는 않다. 체 게바라. 국내에서는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그에 대한 관심이 있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체 게바라(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위에 열거한 혁명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쿠바에서는 거의 신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1995년 ‘체 게바라 평전’의 초판이 발행되고 1997년에는 공중파 TV를 통해 방송으로 나올 만큼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런 열화 속에 ‘체 게바라 전기의 결정판’이라 여겨지는 이 책은 수십 판의 인쇄를 거듭할 정도로 인기를 몰아갔다.‘체 게바라 평전’은 체 게바라의 열성 팬이자 체 게바라 전문가인 장 코르미에라는 작가에 의해 쓰여진 책이다. 체가 총살당한 1967년으로부터 14년이 지난 1981년부터 그는 체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체가 살아생전에 거쳤었던 지역을 돌아다니며 체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체의 편지글이나 잡문들을 수집했다. 이렇게 14년 동안 체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한 그는 1995년 ‘체 게바라’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위대한 영웅을 더욱 위대한 영웅으로 다시 만들어낸 장 코르미에는 지금도 체 게바라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태어나면서부터 친한 형과 함께 떠난 모터싸이클 여행까지이고 두 번째 부분은 의사로서의 길을 버리고 혁명가로서의 길을 선택하고 나서부터이다. 체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으며 어느 정도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마음씨 좋은 부모님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체는 나이는 위지만 절친한 사이였던 알베르토와 함께 모터싸이클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을 수없이 본 체는 의사로서 인민들의 육체적 병을 고치는 것보다 억압받는 정신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며 혁명가의 길을 택하게 되고, 탁월한 전투 지휘 능력과 리더쉽으로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다. 쿠바 혁명 후 체는 혁명에 만족하지 않고 볼리비아로 떠나 혁명을 일으키던 중 포로로 붙잡혀 사망하고 만다.한 때 선풍적인 인기의 주역이 되었던 체 게바라에 관해 나온 많은 책들 중 이 책이 ‘체 게바라 전기의 결정판’이라고 불려지는 만큼 내용이나 문체, 필자의 시각 등은 차치하고 책 자체만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이 책의 특이하고 멋진 점 중에 하나는 작가로부터 나온다. 작가가 체에 관한 책들을 발간할 시기에 체라는 인물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상품으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물론 체 게바라 애호가들은 이런 변화를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체를 다시금 원래의 ‘그’로 되돌려 놓으려 힘썼다. 이에 작가 장 코르미에는 ‘전사 그리스도’, ‘베레모를 쓴 제임스 딘’ 등 체의 사망 후 그에게 붙여진 신비로운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인간으로서의 체’의 모습을 다시금 되살려 보려고 노력하였다. 작가와 관련된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집필 방식이다. 이 책은 체가 직접 한 말, 체의 친구들이 한 말, 체의 부모님의 말, 작가의 말 등을 섞어가며 쓰여져 있기 때문에 다소 헷갈려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필방식과 소설과도 같은 쉬운 문체 덕분에 독자들로 하여금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농축된 삶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이 책에서 가장 잘 다듬어지고 매력적인 부분은 ‘전쟁 장면에서 체의 감정 표현’과 ‘쿠바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쿠바로 들어간 후 체의 감정 표현’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체의 인간됨과 도덕성, 그리고 강한 의지와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의 따뜻함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빼놓을 수 없는 체의 능력이 바로 ‘전쟁을 지휘하는 능력’이다. 즉, 전쟁 장면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전쟁중 체의 일관된 혁명 의지와 대처 능력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체가 쿠바에 들어간 후의 감정 표현 역시 잘 나타나 있다. 쿠바혁명의 성공 후 체는 경제부 장관을 맡아 쿠바를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그러나 소련과 미국 등과의 갈등은 강한 신념을 지닌 체로 하여금 갈등을 일으키게 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읽으면서 체의 답답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소련과 미국,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쿠바라는 국가의 번영을 위한 체의 심적인 갈등이 체를 쿠바로부터 몰아내었고 체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 체의 상황을 잘 표현해 내었다.